[태평로] 올림픽 준비 골든타임 아직 남아 있다

    입력 : 2017.02.17 03:15

    김동석 스포츠부장
    김동석 스포츠부장

    평창 횡계 일대를 둘러보면 낙후한 시설에 놀라게 된다. 한쪽에선 평창올림픽 메인프레스센터와 국제방송센터 같은 현대적 건물이 올라가고 있지만, 바로 옆에는 올림픽 심장부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만큼 열악한 시설이 즐비하다. 횡계 지역 식당을 찾아가 보면 화장실 앞에서 "어떡해"를 연발하는 관광객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악취 진동하고 질척한 화장실에 발을 들여놓기 싫은 탓이다. 외국인을 위한 음식점은 찾기도 어렵다. 올림픽 유치가 결정되고 벌써 7년인데 지금껏 상인들은 시설 개선 요청에 시큰둥하다. "이제 지역 환경 개선은 틀렸다. 올림픽 경기라도 잘 치르자"는 체념론도 일부에서 나온다.

    이렇게 포기하고 남은 시간을 보낼 수는 없다. 조직위와 강원도가 공격적이고 구체적으로 대안을 만들어 제시해야 할 시기가 왔다. 지역 상인 등 일부 이해관계자들의 반대가 있더라도 강원도와 조직위가 주도적으로 식당·숙박시설을 조성해 관광객들이 다양한 음식과 문화 행사를 즐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내외 관광객들이 놀면서 밤 시간을 보낼 시설과 공간도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올림픽의 과실이 평창에 남는다.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독일 뮌헨의 유명 맥주 축제인 옥토버페스트는 매년 공터에 초대형 임시 건물을 뚝딱 세워 600만명의 관광객을 수용한다. 가장 큰 텐트에는 1만명이 들어간다. 이 준비작업을 석 달 만에 완료한다. 축제가 끝나면 다시 공터가 된다. 평창이 이 모델을 참고하면 세계인 모두를 위한 음식 마당을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5일 끝난 산천어축제 때 화천군을 찾은 국내외 관광객은 156만명에 달했다. 올림픽 예상 관광객 150만명과 별 차이가 없다. 화천군청 공무원들이 1년간 합심해 최고의 물고기 축제를 만들어 낸 노하우도 배울 만하다. 2015년 문경에서 열린 세계군인체육대회 때는 컨테이너형 카라반 350개를 선수 숙소로 개조해 숙박 문제를 단숨에 해결했다. 아파트를 지었다면 800억원 들어갔을 일이 단 35억원의 임차료로 끝났다. 평창은 "호텔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이지만, 요즘은 자기 돈 내고 불편을 감수하는 캠핑 전성시대다. 평창의 드넓은 땅에 최신식 '글램핑 텐트촌'을 조성해 관광객을 받지 못할 이유는 뭔가. 작은 지자체들이 스스로 아이디어를 짜서 해내는 일을 국가적 지원을 받는 평창이 못할 리 없다.

    평창동계올림픽 테스트 이벤트인 'ISU 사대륙 피겨 스케이팅 선수권대회' 개막을 하루 앞둔 15일 오후 강원 강릉시 강릉 올림픽 파크 내 강릉 아이스 아레나의 외관을 상공에서 바라본 모습. 이곳에서는 올림픽 때 피겨 스케이팅과 쇼트트랙 스피드 스케이팅 종목이 열린다. /뉴시스
    외국인에게 과도한 친절을 베풀기 위해 무리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외국인이든 한국인이든 손님을 굳이 불편한 식당과 숙소, 암모니아 냄새 진동하는 화장실로 인도해서 얻을 건 아무것도 없다.

    지금까지 평창은 한쪽 팔 근육만 커졌다. 경기장 완공과 대회 운영 준비에만 총력전을 편 결과다. 그러는 동안 다른 팔 근육은 빈약하게 퇴화했다. 손님맞이 준비는 신경도 쓰지 못한 것이다. 이래선 반쪽 올림픽을 피하기 어렵다.

    올림픽까지 1년이면 긴 시간이다. 초현대적 경기장도 순식간에 짓는 한국이다. 조직위와 강원도, 정부가 결심하면 관광객들이 올림픽 경기와 함께 평창의 음식, 문화, 흥겨운 낮과 밤을 충분히 즐기도록 할 수 있다. 어떤 각오를 갖고 얼마나 정열적으로 달려드느냐의 문제일 뿐이다. 평창올림픽 골든타임은 아직 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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