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말레이시아, 김정남 시신 인도보다 진상 규명 먼저

      입력 : 2017.02.17 03:19 | 수정 : 2017.02.17 08:20

      말레이시아 부총리가 지난 13일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독살된 김정남 시신을 북한에 인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는 김정남 독살과 관련, '밟아야 할 절차'를 이행한 후 시신 인도를 요청한 북에 인계한다고 했다. 살인자에게 시신을 인도한다는 것이다. 말레이시아와 북한 관계가 이번 사건으로 영향받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암살 용의자들이 계속해서 체포되는데도 사인을 '급사'라고만 하고 있다. 이 발언은 말레이시아 정부가 진상 규명보다는 사건 봉합에 더 주력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자아낸다.

      북한은 이번 사건이 발생하자마자 강철 주(駐)말레이시아 대사를 김정남 시신이 안치된 쿠알라룸푸르 종합병원에 보냈다. 북 대사는 부검도 하지 말고 시신을 인도하라고 요구했다. 이 병원에 북한 대사관 차량 총 4대가 출동할 정도로 북측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지금 김정남이 북한 공작으로 어떻게 사망했는지 아직 밝혀지지도 않았다. 현재로서 김정남 시신은 독살됐음을 입증해주는 유일한 증거다. 그의 몸에 남아 있는 독성 물질은 세밀한 조사를 거쳐서 북한과 관련한 혐의를 명확하게 해 줄 단서가 될 수 있다. 부검 기록이 있다고 해도 북한이 그의 시신을 인도받고 화장해버리면 1차 증거는 사라지게 된다. 그러고 나서 북한이 '김정남 독살 조작설'을 주장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말레이시아 정부가 김정남의 가족과 접촉해서 시신을 북으로 이송하는 데 대한 의사를 확인했는지도 의문이다. 가족 동의가 없는 상태에서 김정남의 시신을 북에 인도하는 것은 인륜을 저버리는 일이다. 김정남은 정치적 이유로 오랫동안 북한의 암살 대상이 돼왔다. 따라서 우리 정부의 보호 대상이었다는 분석도 일각에서 나온다.

      김정남이 북 공작으로 암살된 것이 드러나면, 이젠 김정은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범법자로 세우는 방안도 구체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그동안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는 북한의 참혹한 인권 실상을 지적하고, ICC에 김정은을 회부할 것을 촉구했지만, 성과가 없는 상태다.

      김정은은 2011년 12월 집권 이후 고모부인 장성택뿐만 아니라 당·정·군의 고위급 간부만 100명 넘게 처형했다. 고사총을 이용한 살해나 공개 처형도 계속 늘어나는 중이다. 일반 주민만이 아니라 간부들도 하루하루를 공포 속에서 살고 있다. 김정은을 ICC에 범죄자로 회부하는 것 자체로 북 내부에 상당한 충격을 주게 될 것이다.
      [인물 정보]
      말레이시아는 어떤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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