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요인암살·테러를 담당하는 대남공작 총괄조직인 정찰총국의 남파공작원이었던 김성란(여·46·가명)씨는 15일 본지 인터뷰에서 "김정남 암살 사건은 굉장히 충격적이었지만, 이런 암살지시를 내릴 사람은 김정은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번 사건으로 북한의 많은 비밀을 알고 있는 고위급 인사의 목숨은 위험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 2011년 탈북해 중국에 피신했다가 2013년 말 남한에 정착했다.
김씨는 남파공작원들이 받는 혹독한 훈련에 대해서도 상세히 소개했다. 그는 특히 "여성 공작원은 사람 죽일 때 특히 급소를 파악하는 훈련을 집중적으로 한다"며 "남자는 힘으로 하지만 여자는 순간적인 타격을 노려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이힐로 발등의 급소를 뒷굽으로 내리찍는 기술, 침으로 찌르기, 젓가락 던지기, 단도 던지기, 핸드백이나 양산으로 제압하기 등을 반복적으로 훈련한다"며 "1대 12로 싸우는 격술을 배우다 손과 뼈가 상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출신 성분이 좋고 재주가 많아 정찰총국 요원으로 뽑혀가 죽을 훈련을 했지만, 결국 이렇게 쓰고 버려질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돼 탈북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어떻게 남파 공작원이 되었나
"오극렬 전 국방위 부위원장이 노동당 작전부장을 맡던 시절, 출신 성분이 좋고 얼굴이 쓸만하고 예능적 기질이 있다면서 정찰총국에서 뽑아갔다. 15세였다. 뽑힐 때만 해도 구체적으로 어떤 부서에 배치받을지 전혀 몰랐는데, 남파공작원을 만드는 특수부대로 배치됐다. 거기 일단 들어가면 외부와 연락이 전혀 되질 않고 빠져나갈 수도 없다. 남한 화장품과 옷, 신발 등을 훈련 때 지급받는다. 남한 물품을 써봐야 남파작전에 유용하게 쓸 수 있기 때문이다. 훈련을 받던 도중 내 신상이 남한에 넘어가게 되면서 다른 부서로 옮기게 됐다."
-독침 또는 스프레이로 죽였다는 얘기가 나온다.
"스프레이보다는 독침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스프레이로 순간적으로 마비시킬 수는 있지만 '반드시 죽이라'는 명령에는 독침이 훨씬 효과적이다. 독침은 은밀하게 놓을 수 있는 반면, 스프레이 방식은 상대적으로 요란하다. 남자한테는 여자가 접근하기 쉽기 때문에 여성 2명을 붙인 것이라 생각한다."
-사람 죽이는 어떤 기술들을 연마하나
"그저 산속에 버려져서 알아서 살아남는 훈련은 기본이다. 목표와 좌표만 주고 목적지에 숨겨진 밥을 찾아 먹으면서 임무를 완수하는 훈련을 한다. 여성 공작원은 사람 죽일 때 특히 급소를 파악하는 훈련을 집중적으로 한다. 남자는 힘으로 하지만 여자는 순간적인 타격을 노려야 하기 때문이다. 하이힐을 신었을 경우 발등의 급소를 뒷굽으로 내리찍는 기술, 침으로 찌르기, 젓가락 던지기, 단도 던지기, 핸드백이나 양산으로 제압하기 등을 반복적으로 훈련한다. 1대 12로 싸우는 격술을 배우다 손과 뼈가 상하기도 했다. 체포를 피해 변신하고 빠져나오는 훈련도 하는데, 이 훈련까지 마치면 말레이시아나 태국 등 해외로 배치된다. 해외에 가면 '○○기업 회장 딸을 포섭하라'는 식으로 구체적인 임무가 주어지고, '탁상훈련(정보수집)' 때 배운 기술을 통해 정보를 수집한 뒤 3국을 통해 공항을 통과하는 절차를 밟는다. 매 단계마다 세심하게 훈련받는다."
-이번 사건은 어떻게 보나
"굉장히 충격적이었지만, 이런 암살지시를 내릴 사람은 김정은밖에 없다. 남파공작 특수훈련을 받았기 때문에 여러 정황상 그런 느낌이 온다."
-여성 공작원 2명도 죽었을 수도 있다는 일본 언론 보도가 나오는데
"십중팔구 죽을 것이라 생각했다. 안 그래도 새벽에 이 사람들이 죽었다는 소식이 들어왔는지 수시로 체크했다. 이들이 말레이시아 경찰에 잡혀 모든 것을 폭로할 것에 대한 싹을 자를 것이라 생각했다.
보통 임무를 수행하면 잡힐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잡히기 전 자폭하라는 세뇌교육을 심하게 받는다. 몸에 독약을 지니고 다니고, 마지막 총알은 남기고 자결한다. 당시엔 나도 이를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조국통일 성전에서 여성 혁명가로서 자부심이 대단했다. 하지만 함경북도로 파견갔을 때 비참한 현실을 알게 돼 남편과 아이들을 모두 두고 탈북했다."
-남한 내 탈북민들의 안전도 위협받는 상황일까.
"북한의 많은 비밀을 알고 있는 고위급 인사의 목숨은 위험해진 상황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3만 일반 탈북민에 대한 위험 수위가 높아졌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탈북자의 가족을 모두 정치범 수용소로 보낸 것도 아니고, 이제 그럴 자리도 없다. 같은 동네에 사는 사람이 모두 탈북한 동네도 있다. 친척들을 일일이 찾아내 수용소에 보낼 수도 없는 지경이다."
-지금은 무슨 일을 하고 있나
"통일교육원을 수료하고 통일교육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입력 2017.02.15. 16:39업데이트 2017.02.15.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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