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커 지나가면… 공항·버스는 아수라장

    입력 : 2017.02.15 03:04

    [면세품 포장지 마구 버려 쓰레기장 된 제주공항]

    - 보따리상들 무단 투기
    대량 구입 후 짐 줄이기 위해 항공기 향하는 버스에서도 버려
    100L 쓰레기봉투 100개 분량… 면세점 할인행사로 더 몰려

    제주 국제공항이 중국인 관광객이 버리고 간 쓰레기 때문에 아수라장으로 변하는 일이 반복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일요일이었던 지난 12일 제주시민 노모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중국인들이 미친 듯이 면세품 포장백을 벗겨 던지고, 청소 노동자 분들은 하염없이 그걸 주워 한쪽에 산처럼 쌓아 두고 계셨다'는 글과 함께 쓰레기장을 방불케 하는 제주공항 국제선 대합실 사진을 올렸다. 노씨는 '저 쓰레기 (청소) 비용도 다 도민이 부담하는 거겠지 싶고 (관광객들에게) 입도세라도 받아야 하는 거 아닐까 처음으로 생각해보게 된 현장'이라고 적었다.

    '면세품 정리 구역'이라는 안내문이 기둥에 붙어 있는 이 사진 속 대합실의 바닥과 의자는 쓰레기로 뒤덮여 있다시피 하다. 어지럽게 널린 쓰레기 때문에 다른 공항 이용객들은 걸어다니기조차 힘들 정도다. 쓰레기는 주로 면세품을 포장했던 종이 상자와 내부 비닐 포장재 등이다. 중국 관광객들은 대합실 인근의 면세품 인도장에서 물품을 받은 다음 포장을 뜯어내고 내용물만 빼낸 뒤 대합실 바닥에 그대로 버린다. 귀국 때 면세품의 부피를 줄여 세관 검색을 피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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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국제공항은 매일 중국인 관광객이 버리고 간 면세품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12일 오전 중국인 관광객들이 짐 부피를 줄이기 위해 버린 면세품 봉투와 포장지가 국제선 출국장 대합실에 어지럽게 널려 있다(왼쪽 사진). 이들은 출국장에서 비행기로 이동하는 버스 안에도 포장 쓰레기를 마구 버렸다(오른쪽 사진). /페이스북 캡처
    이날 국제선 대합실에서만 100L들이 쓰레기봉투 100여 개 분량의 쓰레기가 나왔다고 한다. 중국인 관광객이 떠나고 나서 환경미화원 3명이 쓰레기를 치우느라 진땀을 흘렸다. 공항 청소용역 업체의 한 미화원은 "쓰레기통과 봉지를 비치해 놓아도 관광객들이 쓰레기를 아무렇게나 버리고 간다"면서 "3명으로는 청소 인원이 모자라서 자기 구역 청소가 끝난 다른 미화원들의 도움을 받아 밤늦은 시간까지 쓰레기를 치우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제주공항 국제선 대합실에는 면세품 정리 구역이 2곳 마련돼 있다. 하지만 오전과 오후 늦은 시간대에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한꺼번에 몰려들면 '정리'라는 말이 무색해진다. 일부 중국 관광객들은 항공기로 향하는 버스 안에도 쓰레기를 무단으로 버리고 간다.

    한국공항공사 제주본부 관계자는 "이런 중국인들은 주로 무비자 지역인 제주 면세점에서 물건을 구입한 다음 중국으로 돌아가 값을 올려 판매하는 보따리상"이라며 "최근 면세점들이 관광객을 유치하려는 이벤트 행사 중이라 지난해 하루 평균 1만 건이었던 면세품 인도 건수가 지난 주말 2만7000건으로 급증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처럼 심각하지만 쓰레기 투기에 대한 단속은 사실상 어렵다고 한다. 제주공항 공항경찰대 관계자는 "일부 중국인 관광객들이 촉박한 탑승 시간을 핑계로 인도장에서 받은 면세품의 포장을 바닥에 버린 다음 곧바로 비행기에 탑승한다"면서 "이들에게 범칙금을 부과하더라도 본국으로 돌아가버리니 처벌이 힘들다"고 말했다.

    한국공항공사 제주본부 관계자는 "이달 말까지 면세품 정리 구역에 칸막이를 설치하고 담당 청소 인력을 3명에서 5명으로 늘릴 계획"이라며 "안내 요원도 1명을 배치해 중국인 관광객들이 면세품 정리 구역을 질서 있게 이용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는 "쓰레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면세품 포장을 간단하게 하는 방안을 면세점협회와 협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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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물 벗듯… 쇼핑뒤 헌옷·가방 버리는 유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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