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얼음이 30겹… 매끈한 명품 빙판

    입력 : 2017.02.14 03:03

    [스포츠 연구소] 평창경기장 관리 '아이스 메이커'들이 말하는 얼음의 과학

    - 살아있는 듯 섬세한 게 얼음
    물을 얇게 뿌린 뒤 얼리는 과정 매일 24시간씩 최대 일주일 반복… 여러 층으로 깔리면서 단단해져

    "좋은 '얼음' 없으면 아무리 멋진 경기장을 지어도 전부 '꽝'입니다. 평창 동계올림픽 성공 개최의 '하이라이트'는 좋은 얼음에서 나오죠."

    평창 테스트 이벤트인 세계주니어컬링 선수권대회(16일 개막)가 열릴 강릉 컬링센터에선 밤낮없는 얼음과의 사투가 벌어지고 있다. 수석 '아이스 메이커(Ice Maker)' 한스 우드리지(60·캐나다)는 아이스 크루(crew)라 불리는 기술자 13명과 함께 직접 물을 뿌리고, 얼음 상태를 체크하고 있었다. 그는 1998 나가노 동계올림픽부터 2014 소치 대회까지 5번의 올림픽 컬링 빙판을 만든 세계 최고의 '아이스 마스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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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릉 컬링센터에서 기술자들이‘스크레이퍼(scraper)’라 불리는 수동 정빙기로 얼음 표면을 평평하게 깎아내는 작업을 하는 장면. ‘아이스 메이킹’과정 중 가장 중요한 작업으로 빙판의 질을 좌우한다.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까지 1년의 시간이 남았다. 경기장 건설 등 인프라 준비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모든 과정에 '하이라이트'가 있다고 한다. '좋은 얼음을 경기장에 까는 일'이다.

    "전 세계에서 온 관중이 경기장으로 몰려옵니다. 그런데 빙판이 녹아서 경기장에 물이 고이고, 선수들이 투덜대는 모습이 생중계됩니다. 그러면 10년 준비가 물거품 되는 겁니다." 우드리지는 "소치 대회 때 경험이 부족한 러시아 아이스 메이커들 탓에 얼음이 녹아 경기 진행에 차질이 생긴 적도 있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화장에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있듯이 얼음에는 마스터의 손길이 필요하다고 했다. 얼음을 얼리는 것은 물을 붓고 한 번에 얼리는 단순한 작업이 아니다. 약 1㎜ 두께로 얇게 물을 깔고 얼리는 작업을 30여회 반복해야 한다. 종목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략 30여개의 얇은 얼음층이 3~4㎝ 두께의 빙판을 구성한다. 작업은 24시간, 일주일 이상 계속된다.

    마크 메서(왼쪽), 한스 우드리지.
    마크 메서(왼쪽), 한스 우드리지.
    얼음이 장인의 손길을 요구하는 이유에 대해 마크 메서(캐나다)는 "얼음은 살아 있는 것처럼 민감하고 섬세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12일 막을 내린 스피드스케이팅 세계선수권의 빙판(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을 깐 아이스 메이커로, 지금까지 6번의 올림픽을 경험했다. 우드리지와 메서 등 올해 테스트 이벤트 때 빙판을 만든 장인들은 모두 내년 평창올림픽 때도 다시 한국을 찾는다.

    여러 층으로 얼음을 까는 이유는 균열이 가지 않는 단단한 얼음을 만들기 위해서다. 단층으로 얼음을 얼리면 균열이 생길 경우 빙판 전체가 갈라지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다. 여러 층으로 얼음을 깔아야 한 번에 갈라지지도 않고 더욱 단단한 밀도의 빙판이 완성된다는 것이다. 냉동실의 얼음처럼 기포가 생기거나, 빙판에 이물질이 들어가는 일도 방지할 수 있다. 경기 중계 때 보는 얼음이 선명한 흰색인 것은 사실 바닥에 페인트를 칠하기 때문이다. 아이스 메이커들은 빙판 하단부 얼음 위에 흰색 페인트를 칠하고 그 위에 다시 얼음을 깐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바닥의 콘크리트가 비친다.

    컬링의 경우에는 여기에 추가해 '페블(pebble)'이라고 불리는 작은 얼음 알갱이를 빙판 표면에 뿌리는 섬세한 작업도 동반한다. 이 얼음 알갱이들을 빗자루로 얼마나 닦아 내느냐에 따라 스톤(컬링에서 투구하는 돌)의 속도와 휘어짐이 결정된다. 아이스 마스터들은 "이번 테스트 이벤트에서 리허설을 충분히 했다"며 "이 경험으로 성공적인 올림픽을 치러낼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정보]
    동계올림픽 개막까지 1년, 평창은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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