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겐하임·루브르 끌어오는 중동 산유국들

    입력 : 2017.02.13 03:04

    - 예술관광으로 저유가 활로 찾기
    세계적 미술·박물관 분관 지어 석유에만 의존 경제 탈피 나서
    사우디는 16억 무슬림 관광 겨냥… 메카에 이슬람 전문 박물관 추진

    무함마드 빈 자야드 알나하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수도 아부다비의 해안가 모래섬에선 요즘 박물관과 미술관 건립 공사가 한창이다. 공사장 입구의 안내 표지판에는 '아부다비 루브르' '아부다비 구겐하임 현대미술관'이란 영문이 쓰여 있다.

    '알 자지라 알 사아디야트(행복의 섬이란 뜻의 아랍어)'라는 이름을 가진 이 섬은 아부다비가 270억달러(약 31조원)을 들여 조성하고 있는 '예술 관광 섬'이다. 내부에 미·유럽의 대표 미술·박물관 분관이 들어선다. 아부다비는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과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 각각 수억달러를 주고 명칭 사용권과 함께 미술관 관리 노하우 등을 전수받기로 했다.

    '아부다비 루브르'식으로 분관 형태이지만 실제로는 파리 본관보다 더욱 웅장한 외양을 자랑한다. '중동의 문화 부국'이라는 이미지와 함께 파리·뉴욕 박물관에 갈 관광객을 아부다비로 끌어와 석유 외 수입원으로 삼겠다는 목표다. 이 섬엔 이라크 출신 유명 건축가인 자하 하디드가 사망하기 전 설계한 아부다비 국립박물관도 들어선다.

    석유 전쟁터였던 걸프 지역에서 '예술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2년간 '저유가 사태'를 겪으면서 석유에만 의존하는 경제의 취약점이 드러나자 산유국들이 예술 관광에서 새로운 활로를 찾고 있는 것이다. 아랍권 위성방송 알 자지라는 "아부다비·도하 등 걸프 산유국 주요 도시들이 앞다퉈 대형 미술·박물관 등을 유치해 자국을 '예술의 메카'로 만들려고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예술 관광 섬' 계획은 UAE 대통령의 남동생인 무함마드 빈 자야드 알나하얀(56·사진) 왕세제가 직접 챙기고 있다. 뉴요커에 따르면, 알나하얀은 구겐하임 미술관의 토마스 크렌스 관장을 뉴욕에서 아부다비로 초청해 각별히 대우하며 '예술 관광 섬' 기획 책임자 자리를 제안하기도 했다.

    UAE와 이웃한 카타르는 미술관 건설뿐 아니라 미술관에 전시할 작품 모으기에도 거액을 투자하고 있다. 지난 5년간 카타르 왕실은 피카소의 유화 '알제의 여인들', 폴 고갱의 '언제 결혼하니', 에드바르 뭉크의 '절규', 세잔의 '카드 놀이하는 사람들' 등 경매가가 2억달러를 넘는 세계 명작을 대거 사들였다.

    카타르는 현재 완공 직전 단계인 수도 도하의 미술관 지구(地區)에 그간 수집한 명작을 전시해 '명품 그림 성지순례지'로 부상한다는 목표를 잡고 있다. 완공된 일부 미술관에선 이미 피카소 작품 소수가 전시되고 있다. 문화 산업을 책임지고 있는 카타르 국왕의 여동생 셰이카 알마야사(34) 공주는 언론 인터뷰에서 "도하는 중동의 항공 물류의 허브 도시로 성장하고 있다"면서 "문화 콘텐츠가 채워지면 더 많은 외국인이 찾아올 것"이라고 했다.

    이슬람 종주국인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메카에 이슬람 전문 박물관을 수년 내로 완공해 전 세계 16억 무슬림 관광객을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걸프 산유국들이 문화 부국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슬람 보수주의 세력과 서구 주도의 현대 미술 가치가 충돌하는 일이 발생하는 등 벌써부터 부작용이 적잖다. 2013년 도하에서는 태아의 성장 과정을 상세하게 조각한 허스트의 작품이 우상 숭배라고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슬람은 사람 모습을 형상화한 그림이나 동상을 우상 숭배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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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파리에 있는 루브르 박물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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