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융합교육에 맞지 않아… 반드시 개선" 의견 다수

입력 2017.02.13 03:04

수능 효용성, 전문가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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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 소개(사진 왼쪽부터)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장 ▲진동섭 한국진로진학정보원 이사 ▲김찬휘 대성마이맥 입시센터장·정치경제연구소 대안 부소장 ▲오장원 서울진로진학상담교사 협의회장·단대부고 교사 / 양수열·이신영·임영근 기자, 장은주 객원기자
우리나라의 가장 큰 교육 이벤트 중 하나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다. 입시 철마다 수능의 교육적인 효과, 공정성 등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오간다. 최근에는 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인까지 수능 폐지, 정시모집 비중 확대 등을 주장하며 설전을 벌이고 있다. 수능을 둘러싼 의견이 난립하면서 혼란을 겪는 학부모가 적지 않다. 귀 얇은 학부모라도 자기만의 주장을 확립할 수 있도록 수능 무용론 등 참고할 만한 전문가 의견을 소개한다.

◇"대학 학업 성취도 판별 못 해… 수능 당장 폐지"

이덕환 서강대 교수는 지난 2015년부터 줄곧 수능 폐지를 주장했다. 수능 개선에 대한 필요성을 최저 0점에서 최고 10점 사이에서 매겨달라는 요청에 15점을 외쳤다. 그는 "종합적 이해와 논리적 사고를 판단하기 위해 도입된 수능이 변질됐다"고 이유를 밝혔다. 대부분 상위권 대학이 수시모집을 크게 확대하는 게 수능 성적과 실제 대학에서의 학업 성취도가 관련 없다는 증거다.

이 교수에 따르면 현 수능은 학생이 자신에게 유리해 보이는 일부 과목을 선택해, 빠른 시간 안에 정답을 골라내는 훈련이다. EBS 연계를 과도하게 강조하면서 고교 수업을 EBS 위주로 진행하는 문제를 일으켰다. 공교육 정상화에도 역행하는 셈이다. 이 교수는 "융합교육을 위해서라도 다양한 과목을 쪼개놓은 잘못된 수능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술형 문제 도입해 4차 산업혁명 대비"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장은 객관식으로 출제되는 현행 수능 폐지를 강력하게 주장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역량인 창의력, 문제 해결력 등을 기르는 데 도움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대신에 한국형 바칼로레아(논술형 수능) 도입을 제안했다. 서술형 문항을 통해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자는 뜻이다. 그는 국제적인 교육과정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를 예로 들었다.

"IB 시험 문제는 하나의 정답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역사 문제는 '1947~1964년에 미국의 봉쇄 정책이 초강대국들의 관계에 미친 영향을 분석하라'는 식으로 출제돼요. 좋은 점수를 받으려면 자신의 관점과 이를 뒷받침할 타당한 논거를 제시해야 합니다. 이렇게 시험을 바꾸면 교수법, 수업 방식, 공부법 등 많은 게 바뀝니다. 일본은 지난 2015년부터 IB를 공교육에 도입했고 그 효과가 상당하다고 해요. 우리도 이 같은 변화가 가능합니다."

◇"절대평가 실시 등 수능 변별력 낮추자"

고교 교사 등이 포함된 한국진로진학정보원은 지난달 포럼을 열어 '2021학년도 수능은 공통 과목만 출제하고 절대평가로 성적을 매기자'고 주장했다. 수능을 학생의 기초 학력만 확인하는 정도로 변별력을 낮추자는 의견이다. 고교 교사, 서울대 입학사정관을 지낸 진동섭 한국진로진학정보원 이사는 "수능을 절대평가로 실시해야 학생이 과목별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자신의 진로와 관련한 과목을 선택해 공부할 수 있다"고 했다.

진 이사는 "융합형 인재를 선발하는 데 현 수능은 맞지 않다"고 단언했다. 문·이과의 장벽을 강화할 뿐만 아니라 수능 학습은 문제풀이 연습에 그치는 등 폐해가 많다는 뜻이다. 그는 "대학 입시는 학생이 학교에서 공부한 내용을 평가하는 방식이 최선"이라며 "수능은 융합형 인재를 양성하는 데 맞지 않고 학생부 위주 전형, 통합 서술형 논술 등이 우선돼야 한다"고 했다.

◇"탐구 영역 유불리 개선이 급선무"

김찬휘 대성마이맥 입시센터장은 현 수능 제도를 유지하면서 탐구 영역 선택 과목에 따른 유불리를 해소하는 개선안을 제시했다. 그는 "탐구 영역에서 똑같은 만점이더라도 과목마다 백분위·표준점수가 달라 대학이 반영하는 점수는 차이가 있다"며 "최근 탐구 영역이 입시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이 같은 차별을 없애야 한다"고 했다.

김 센터장의 해결책은 수능에 공통사회, 공통과학 과목을 도입하는 것이다. 덧붙여 대학 전공에 따른 심화 과목을 지정해 응시하도록 하면 공정성과 변별력 문제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 예컨대 화학과에 진학하려면 공통과학과 화학 시험을 응시하는 식이다. "한 지방 국립대 기계공학과 교수가 '신입생 중 물리를 공부한 학생이 거의 없다'고 얘기하더군요. 해당 전공에서 가장 중요한 과목이 물리인데 이런 상황에서 대학 교육이 잘 이뤄질 리 없죠. 공통 과목과 전공별 심화 과목 지정제 도입이 시급합니다."

◇"다양한 기회 제공 차원에서 수능 유지"

서울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오장원 단대부고 교사는 기회 균등의 차원에서 수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고교생 때 공부에 소홀했거나 진로를 정하지 못했더라도 나중에 수능 같은 시험을 보고 대학에 입학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매년 비중이 높아지는 학종에서는 학생의 고교 생활이 당락을 좌우한다. 오 교사는 "대입 제도로 학종만 있다면 다양한 유형의 학생을 뽑을 수 없다"며 "뒤늦게 마음을 다잡고 공부하거나 대학에서 전공을 바꾸는 학생에게 패자부활전 같은 기회를 줘야 한다"고 했다.

수능 문제 개선도 언급했다. 암기 위주 시험이라는 비판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암기 능력을 평가하기보다 미래 인재상에 걸맞은 창의적 문제 해결력, 종합적인 이해력을 길러줄 수 있는 문제 유형을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문제 유형 등을 개선하면서도 객관적으로 학생의 능력을 평가할 수 있다면 수능도 좋은 제도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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