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변호사]② 변호사업계, 전문자격사에 포문···해법은? 통폐합 vs 동업

조선비즈
  • 정준영 기자
    입력 2017.02.12 08:55 | 수정 2017.02.12 08:58

    ‘유사직역과의 전쟁선포’

    법정 변호사단체 대한변호사협회의 회장 선거전에 등장한 공약이다. 법학전문대학원 도입 이래 매년 1500명 이상의 신규 변호사가 배출되면서 국내 변호사 수는 5년 내 3만 명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된다. 늘어난 변호사 수에 비해 일감은 크게 늘지 않았다. 국내 변호사의 70% 이상이 몰려 있는 서울의 경우 평균 한 달에 2건 이상 수임하기도 어렵다. 변호사업계가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법무사, 노무사, 변리사, 세무사 등 전문 자격사들과 시장을 공유해야 할 처지에 이르렀다.

    이달 27일 2년 임기를 시작하게 될 김현 신임 대한변협 회장 당선자(61·사법연수원17기)는 “전문자격사, 이른바 유사직역은 보충적으로 마련된 제도”라면서 “법률전문가의 본질적 업무인 소송사무, 소송대리권만은 반드시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 변호사들의 생존싸움, 전문자격사 향해 날 세워

    변호사업계는 지난해 변리사업계와 힘겨루기 양상을 보였다. 지난해 1월 법정 변리사단체 대한변리사회 소속 개업 변호사들의 모임인 대한특허변호사회가 출범했는데, 변리사업계에서는 변호사의 입장을 대변하는 곳이라고 보고 있다. 한동안 소강국면을 보이던 변호사와 변리사의 충돌은 지난해 말 변리사회 징계위원회가 초대 특허변회 회장을 맡은 김승열 변호사(56·연수원14기)를 제명하면서 재점화됐다.

    변리사회는 김 변호사의 "변리사는 법률 전문성이 부족하고 소송대리권이 없다“ "소송전문가가 아님을 인정하고 소송대리권 운운하며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훼손하는 주장을 중단하라" ”변리사회는 실무수습을 수행할 역량과 자격이 없다“ 같은 발언들이 변리사 제도를 폄훼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변리사법상 법정단체인 변리사회가 제명하면 변리사로 활동할 수 없다.

    변협 등 변호사업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징계처분에 불복하고 이의신청을 내 이달 10일쯤 나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의신청 결과에 따라 필요하면 징계 취소 소송도 진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별도로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에 도전했던 황용환 변호사(60·연수원26기)는 검찰에 오규환 대한변리사회 회장을 업무방해 혐의로 형사고발했다.


    ’법조 1번지’로 불리는 서울 서초동에 변호사 사무실들이 들어서 있다./전효진 기자

    변리사들은 특허·실용신안·디자인·상표 등 출원사무 외에 지식재산권(IP) 분쟁도 다룬다. IP 관련 분쟁은 크게 보호 권리의 유무효 등 특허심판원이 내린 심사결과 처분의 적절성을 다투는 심결취소소송과 권리침해에 대한 금지, 손해배상을 다투는 침해소송으로 나뉜다. 사법부는 심결취소소송과 달리 침해소송의 경우 변리사의 소송대리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변리사들은 법률상·사실상 이를 제한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변호사업계는 직역침해라며 반발하고 있다.

    변리사 외에도 지난해 행정자치부가 행정사에게 행정심판 대리권을 허용하는 행정사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며 하반기 일부 변호사들이 1인 시위에 나서는 풍경도 펼쳐졌다. 김현 변협 회장 당선자도 1인 시위 대열에 합류한 바 있다. 종전까지 행정심판 관련 서류 작성·제출만 대행하던 행정사의 업무영역 확대가 변호사 시장을 침범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변호사업계에서는 업무영역 충돌의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전문자격사 통폐합도 거론되고 있다. 지난해 8월 열린 ‘법의지배를 위한 변호사대회’에서 주제발표자로 나선 최승재 변호사(46·연수원29기)는 “(직역갈등은)변호사의 업무를 파편화해 유사직역이 나눠가진 데 따른 현상”이라며 “국민 편의를 위해 자격증 체제를 변호사, 회계사 중심으로 통합·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승열 변호사./법무법인 양헌 제공
    ◆ 김승열 “제명 유감”...변호사업계 “변호사로 전문자격사 통폐합”

    변호사-변리사 갈등 재점화의 불씨가 된 김승열 변호사는 최근 조선비즈와 만나 “제명은 유감스럽고 안타까운, 충격적인 일이었다. 주무관청인 특허청의 업무를 위탁받은 기구가 권한을 남용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면서도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다뤄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소송대리권 문제로 예민해진 측면이 크다”면서 “특허명세서 작성은 변리사, 침해소송은 변호사가 맡아왔는데 궁극적으로는 이를 융합·통합하고, IP 분야 컨트롤타워도 특허청으로 일원화해 제대로 된 서비스 제공, 국제경쟁력 제고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그동안 쌓였던 문제들이 공개 노출된 계기로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향후 유사직역 통폐합 등 건설적으로, 포용적으로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통합의 방향에 대해서는 “변호사 쪽으로 흡수·상생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오규환 대한변리사회 회장./대한변리사회 제공
    ◆ 오규환 변리사회장 “변호사들 주장 시대에 역행, 침해소송도 변리사가 맡아야”

    변리사업계는 공감하지 않는 모습이다. 오규환 변리사회장은 “변호사들이 잘못된 것을 추구하고 있다. 사회가 발달할수록 전문자격사의 업무영역도 더 세분화된다”면서 “변호사 수가 부족해서 변리사 등 다른 전문자격사가 생긴 것이 아니라 변호사가 할 수 없는 영역이라서 별도로 존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히려 변리사 수가 부족해서 서류작성 업무 등을 일시적으로 법률분야 제너럴리스트인 변호사들에게 맡겼던 것일 뿐이라는 취지다. 나아가 “변호사에게 일괄적으로 변리사 자격을 부여한 뒤 업무능력에 따라 스스로 활동범위를 자제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면서 “전문성을 (시험 등으로)객관적으로 검증해 요건을 충족해야만 자격을 부여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침해소송 대리권에 대해서는 변리사가 맡는 것이 보다 본질에 충실하다고 주장했다. 오 회장은 “변리사법 문언상 변리사는 특허, 실용신안, 디자인, 상표에 관한 사항의 소송대리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침해소송은 특허의 유무효, 침해혐의 기술이 특허권 범위에 해당하는지가 핵심으로 소송을 수행하려면 기술에 대한 이해, 특허법과 실무에 대한 이해, 민사소송법 등 소송절차에 대한 이해 세 가지가 필요하다”면서 “그동안 법원이 변리사의 침해소송 대리권을 인정하지 않아 실무경험을 쌓을 기회가 없었을 뿐 자격 취득시를 기준점으로 보면 변리사가 변호사보다 잘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말했다.

    전문자격사 통폐합 주장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반응이다. 오 회장은 “통폐합은 전문의 제도를 없애고 일반의만 남기겠다는 주장과도 같은 시대적 요구에 역행하는 것으로 변호사들이 시장을 독식하겠다는 직역이기주의”라고 지적했다.

    ◆ 공생, 시장평가에 맡겨야

    변호사, 변리사 양측 모두 큰 틀에서 서비스 소비자의 선택, 시장평가로 풀어나가야 할 문제라는 대목에서는 공감하는 모습이다. 김승열 변호사는 “(직역충돌은) 사법소비자의 수요에 부응토록 귀결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오규환 회장은 “서비스 수요자들이 현실적으로 기술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 침해소송 등을 맡기고 답답해하는 측면도 있다”면서 “시장의 수요 판단에 맡길 문제”라고 말했다.

    전문자격사 업계에서는 ‘통폐합’ 대신 ‘동업’이 답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 회장은 “자격사를 변호사로 통합하기보다 자격사들이 동업해서 각자의 전문성을 살려 원스톱 서비스를 가능하게끔 해주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전문성 부족으로)할 수 없는 일까지 모두 하도록 하는 것이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이전오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변호사와 타 직역 전문가가 동업하는 형태 또는 조직체가 갈등해소방안의 하나일 수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과거 변호사의 공급 부족 등을 전문자격사가 다양해진 배경으로 꼽으면서 기득권, 이해관계 등으로 자격사 통폐합은 쉽지 않을 것으로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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