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6시 박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제15차 촛불집회가 광화문 광장을 중심으로 전국에서 열렸다.
탄핵 심판이 지연돼 기각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이번 촛불집회엔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총동원령을 내리고,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야권 대선주자들 대부분이 총출동했다.
야당 인사들 외에 민주노총 등 진보 진영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들은 ‘조기 탄핵’과 ‘특검 연장’을 외쳤고, 보수 주자로 떠오른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많이 나왔다.
촛불집회 주최측인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이날 오후 12시 여의도 국회 앞에서 집회를 가진 뒤 광화문까지 15.7km를 행진해 이동했다.
이들은 전날 서울 대치동 특검사무실과 서초동 법원 일대에서 집회·행진을 한 뒤 이날 아침 여의도 국회 앞에 들러 농성하는 등 ‘1박 2일’ 시위를 이어갔다. 이는 탄핵 기각 가능성이 일각에서 제기되자 처음 기획한 것이다.
퇴진행동 측은 오후 3시 헌법재판소의 조속한 탄핵심판 인용 결정을 압박하기 위해 재동의 헌재 인근 안국역 앞에서 탄핵촉구 시민대회를 벌였다.
서형석 민주노총 서울본부 본부장은 헌재를 향해 “이 추위에 분노를 평화적으로 표출하는 데 지친 국민들의 분노가 두렵다면 이제 제대로 결단을 해야 한다”며 “오늘 모든 시민들은 헌재의 명확한 즉각적인 탄핵 인용을 엄중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헌재 앞의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즉각 탄핵' '박근혜 구속' '박근혜 퇴진! 새누리 해체!'라는 피켓과 '촛불이 민심이다 헌재는 오판말고 탄핵하라!''황교안도 공범이다 즉각 퇴진하라' '인간이 아니다 닥치고 탄핵하라'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구호를 외쳤다.
오후 4시 30분이 넘어서 광화문 광장에서는 촛불집회 ‘15차 범국민행동 물러나쇼’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시민들은 광장 안 특설무대 앞에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특검연장 즉각탄핵' '박근혜 구속하라' '2월탄핵' '황교안도 퇴진하라' 등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정치권에선 더불어민주당의 추미애 대표와 우상호 원내대표 등 지도부와 지지율 1위의 대선 주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야당 주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야권 대선주자인 심상정 정의당 대표와 민주당 소속 이재명 성남시장이 먼저 마이크를 잡았다. 심 대표는 황교안 권한대행을 향해 “적반하장도 분수가 있어야지. 왜 청와대 압수수색을 못하게 하는가”라며 비판했다.
이 시장은 “국민들은 남의 돈 10만원만 훔쳐도 잡혀가는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여러분의 돈 수천억원 뺏어서 불법 이익을 얻었는데 왜 감옥을 안 가나. 박근혜 대통령은 왜 특검 수사를 안 받냐”고 했다. 그는 이어 ‘법인세 인상’ 등 자신의 대선공약을 언급하기도 했다.
오후 6시부터 광화문 광장에서 본격적으로 진행된 본집회에서는 시민들의 자유 발언이 이어졌다. 대학생 민지홍씨는 “우리가 지치거나 지겨워한다면 특검은 연장되지 않을 것”이라며 “다시 힘을 냅시다”라고 말했다.
세월호 특조위(특별조사위원회) 오지원 변호사는 “변호사 이전에 대한민국 두 아이의 엄마로서, 세월호 아이들의 영정사진 볼 때마다 진실 규명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박근혜 정권의 방해로 지키지 못했다”며 “특검이 연장되지 않으면 이 모든게 수포로 돌아갈 것이다. 반드시 연장돼야 한다”고 밝혔다.
오후 7시 30분에 본집회가 끝난 후 촛불 행진 대열은 종로구 청운동 주민센터를 향해 행진했다. 시민들은 “박근혜 탄핵하라. 감옥가라. 세월호 인양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행진을 이어갔다.
오후 8시가 되자 청운동 주민센터 인근으로 시민들이 결집하기 시작했고, 차벽으로 가로 막은 최전선에서 경찰과 대치하기도 했다.
세월호 가족협의회 관계자들을 태운 방송 중계차들이 차벽 가까이 이동해오자 시민들은 일제히 “청와대 관저에서 박근혜는 듣고 있을 것이다. 특검을 연장하라”라는 구호를 외쳤다.
행진은 청와대와 헌재 방면으로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되고 있다. 1차 행진은 청와대 방면으로 청운동 주민센터, 자하문로 16길 21, 126맨션 앞 등 세 코스로 진행된다. 행진을 마친 후에는 율곡로에서 합류해 헌재 방면으로 2차 행진을 이어간 뒤 오후 9시쯤 집회를 마무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