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산스님 "나라가 '三毒 불' 빠져… 그 불길 잡아야 대권 잡아"

    입력 : 2017.02.11 03:04

    [오늘의 세상]

    - 조계종 원로, 법문서 정치권 질타
    "자기 허물까지 볼 줄 아는 공명정대한 사람이 대통령감… 중생 아픔을 화두로 삼아야"

    무산 스님
    "대통령 되겠다는 정치인들은 자기 허물을 감추고 남의 허물을 들춰내는 추태가 점입가경(漸入佳境)이라고 합니다. 사람들이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고 물으면 '삼독(三毒·탐욕, 분노, 어리석음)의 불길을 잡는 사람이 민심도 잡고 대권도 잡는다'고 정중하게 전하십시오."

    10일 오전 강원도 인제군 백담사에서 열린 동안거(冬安居) 해제 법문에서 불교 조계종 기본선원 조실(祖室) 무산(霧山·사진) 스님이 대통령 탄핵 심판과 대선을 둘러싸고 권력 놀음에 빠진 정치판을 질타했다. 일반 대중에겐 오현 스님으로 더 잘 알려진 불교계 원로 무산 스님의 이날 법문은 석 달 만에 세상에 나가는 선승(禪僧)들에게 던진 것이지만, 진짜 과녁은 산문(山門) 너머 '삼독의 불바다에 빠진 세상'을 향했다. 무산 스님은 백담사 무문관(無門關)에서 다른 8명의 스님과 함께 밖에서 문을 걸어 잠근 1인실에 스스로를 유폐시키고 오직 밥 구멍 하나로 세상과 소통하며 석달간 정진(精進)했다.

    무산 스님은 "부처님은 어느 날 산에 올라 '비구들이여, 세계가 불타고 있다. 탐욕의 불, 분노의 불, 어리석음의 불길이 맹렬히 타오르고 있다'고 설파하셨다"며 "중생은 남의 허물을 다 보면서 정작 자신의 허물은 못 본다"고 했다. 그는 "그러나 삼독의 불길을 잡으면 자기 허물이 보인다. 자기 허물을 보면 남의 허물이 보이지 않는다. 자기 허물을 보는 사람은 공명정대한 사람이고, 이번에 공명정대한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무산 스님은 또 "오늘의 고통, 중생의 아픔을 화두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뭣고, '무(無)', 뜰 앞의 잣나무 같은 중국의 화두(話頭)에는 오늘의 고통, 중생의 삶, 아픔이 없습니다. 불심(佛心)의 근원은 중생심이며 중생의 아픔이 없는 화두는 사구(死句) 흙덩어리입니다." 그는 이어 "흙덩어리를 던지면 개는 흙덩이를 쫓고, 사자는 던지는 놈을 물어뜯고 울부짖습니다. 여러분은 지금 흙덩어리를 던지는 이 노골(老骨), 이 늙은이의 말을 물어뜯고 자신의 울음소리를 내야 한다"고 일렀다.

    '중생의 아픔을 화두 삼으라'는 무산 스님의 법문은 선승들과 대선을 앞두고 꿈틀거리는 '잠룡(潛龍)'들을 동시에 겨눈 것이었다. 여러 권의 시집을 펴낸 시인이기도 한 무산 스님은 법문 말미에 자신의 작품 '오늘'을 읊었다.

    '가재도 잉어도 다 살았던 봇도랑에/맑은 물 흘러들지 않고 더러운 물만 흘러들어/진흙탕 좋아하는 미꾸라지 놈들/용트림 할 만한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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