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청계천 뜨니 '종로'가 안보이네

    입력 : 2017.02.11 03:04

    - 젊은층, 종로 地名도 안써
    청계천 복원·광화문 빌딩숲 개발… 소비인파 빨아들이며 '영토' 축소
    광장시장조차 청계천圈으로 통해
    1980년대 '문화 1번지' 명성 잃어

    서울시, 종로 살리기 추진키로

    요즘 서울 종각역 지하상가엔 가게마다 '빅 세일' '전 제품 30~50% 세일'이라고 쓴 할인 안내문이 붙어 있다. 하지만 이곳 상권은 한겨울 날씨처럼 차갑다. 지난 6일 오후 1시 찾은 이곳엔 행인을 구경하기조차 어려웠다. 옷 가게를 운영하는 최두선(64)씨는 "좀 전에 손님 한 명이 둘러보다 5분도 안 돼 가버렸다"며 "장사가 안되지만 어쩔 수 없이 계속한다"고 말했다. 종로 5가 지하상가의 타월 총판인 용암상회의 김규홍(68) 사장은 "종일 문의 전화 한 통도 안 올 때가 많다"며 "종업원은 내보내고 아내와 둘이서 꾸려간다"고 말했다. 인근 옷가게의 김미경(52) 사장은 "일주일에 티셔츠 하나라도 파는 날이 절반이 안 된다"며 한숨을 쉬었다.

    서울 600년 역사의 교통·문화·경제 중심지였던 종로가 사라지고 있다. 조선시대부터 광화문에서 동대문까지 2.8㎞에 이르는 종로 거리는 물건을 사고파는 사람이 구름처럼 몰려든다고 해서 운종가(雲從街)로 불렸다. 개화기엔 신문물 1번지, 일제강점기에는 3·1 독립운동을 주도한 민족 저항 중심지, 1960~1980년대에는 다방·극장·출판사·서점이 즐비한 문화 1번지였다. 우리나라 최초의 전차와 지하철이 운행된 곳도 종로다. 젊은이들은 서울극장·피카디리·단성사·허리우드극장을 찾아 몰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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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일 오후 서울 종로 5·6가 일대 거리가 오가는 이들 없이 한산하다. '끝장 세일'을 내세운 가게에도 손님이 드물다. 서울의 중심지였던 종로 일대는 최근 광화문과 청계천에 인지도가 밀리며 영역을 잃고 있다. 서울시는 관련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종로 살리기’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태경 기자
    하지만 최근 종로는 영토를 잃고 있다. 서쪽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인 광화문이 밀려 내려오고, 남쪽에서 청계천이 치고 올라온다. 광화문과 청계천이 뜨자 대중은 종로라는 지명 자체를 쓰지 않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최근 서울시가 실시한 '종로 일대 자원조사 및 상생 방안 수립' 용역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났다. 광화문의 약진은 르메이에르·디타워·그랑서울 등 청진동 개발 후 들어선 고층 빌딩이 이끌었다. 빌딩마다 유행을 주도하는 점포가 들어서며 소비 세대를 유인했다. 청계천은 복원 사업 이후 인지도가 급격히 높아졌다. 종로에 있는 장소도 광화문이나 청계천에 속한 곳으로 인식한다.

    소셜미디어 트렌드 분석 업체인 키홀이 지난 1월 18일부터 일주일간 소셜미디어 태그를 분석한 결과, '종로'에 대한 인식은 나타나지 않았다. 종로 일대 방문객이 많은 인사동·익선동·디타워·광장시장 등을 키워드로 검색했더니 대부분 '광화문'이 함께 등장했다. 특히 디타워를 검색했을 때 이런 현상이 두드러졌다. 종로에 있는 광장시장은 동대문이나 청계천이 연관 검색어였다.

    동서로 길게 이어지는 종로는 '좌소우로(左少右老)' 현상이 극심해지고 있다. 종로 일대 지하상가 6곳은 한복, 귀금속, 침구, 의약품, 공구 관련 상품을 주로 취급해 다양한 소비 계층을 끌어들이는 데 한계가 있다.

    보행 인구의 맥(脈)은 종로 4가에서 끊긴다. 종로를 따라 설치된 버스 정류소의 평일 승객 통계(2016년 4월 기준)에 따르면 전체 승차객 중 종로 1가와 2가의 비중이 절반에 가까운 47%였다. 종로 4가에선 이 비중이 6.1%로 급격히 떨어졌다. 탑골공원은 '세대 변곡점'이다. 종로 5·6가로 갈수록 고령화가 두드러진다. 노년층이 80% 이상을 차지하는 무임승차 현황을 살펴보면, 종로 3가(지하철 1·3·5호선)와 5가(1호선)역의 무임승차 비율이 홍대역(지하철 2호선)의 9배에 이르렀다.

    서울시는 이 같은 내용의 용역 보고서를 바탕으로 '종로 살리기'에 나서기로 했다. 우선 고궁 등 지역 관광지를 돌아보기 편리하도록 보행로와 녹지를 확충하고, 도심재생사업을 통해 세운상가 등 낙후한 상가 지역을 활성화하는 방안도 추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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