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배구 팬들의 '꿈'이 눈앞에 다가왔다. 같은 코트(인천 계양체육관)를 쓰는 이 지역 '배구 남매'(대한항공·흥국생명)가 동반 우승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현재 각각 남녀부 선두를 달리고 있는 두 팀의 약진에 '인천 배구에 봄이 왔다'는 말도 나온다.
대한항공과 흥국생명은 중·하위권을 맴돌던 팀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두 시즌 동안 연속 4위에 머물며 포스트시즌은 구경도 못 했다. 흥국생명도 지난해 다섯 시즌 만에 플레이오프에 올랐지만 1승도 못 올리고 탈락했다. '언더독(스포츠에서 열세인 팀)'의 반란을 두고 배구계에선 양 팀 사령탑의 리더십을 첫째 이유로 꼽는다. 전술·전략 못지않게 '멘털'이 중요한 배구에서 이들의 역할이 빛을 내고 있는 것이다.
좋은 선수 구성에 비해 '모래알' 같은 조직력으로 자주 무너졌던 대한항공은 지난해 박기원(66) 감독을 영입하며 달라졌다. 프로배구 최고령 지도자인 박 감독은 이탈리아에서 선수·감독으로 오래 생활하며 터득한 '자율 배구'를 선수단에 심었다. 가장 파격적인 변화는 '합숙 타파'다. 일부 기혼자에게만 허락했던 출퇴근 훈련을 모든 선수단에 적용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코치와 선수들이 눈치 보지 않도록 훈련이 끝나면 박 감독이 가장 먼저 퇴근한다"며 "합숙이 없어진 뒤 선수들이 풀어지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오히려 훈련 때 더 집중한다"고 했다.
대한항공엔 다른 팀과 달리 통역도 없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외국인 선수(미차 가스파리니·슬로베니아)와 직접 소통하라는 뜻이다.
이를 위해 국내 선수들은 비시즌 기간 매주 두 번씩 영어 과외를 받았다. 외국 리그 경험이 많은 가스파리니는 박 감독과는 이탈리아어, 선수들과는 영어로 말한다.
박미희(54) 흥국생명 감독은 '엄마 리더십'으로 통한다. 박 감독은 훈련이 없을 땐 틈틈이 선수들을 불러내 '커피 타임'을 갖는다. 이 자리에서 운동은 물론, 가족·연애 얘기도 나누며 교감한다. 많은 선수를 만나는 날엔 하루 10잔 넘게 커피를 마시기도 한다. 비시즌엔 함께 영화를 보거나 '치맥'(치킨+맥주)을 즐긴다. 최근엔 박 감독이 직접 제안해 선수단 전체가 '마니또'(비밀 친구) 이벤트를 열기도 했다. 흥국생명 관계자는 "선수들이 안정감을 느끼면서 훈련 태도도 더 적극적으로 변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