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로봇에 빼앗기는 일자리들

    입력 : 2017.02.09 03:12

    홍준기 사회정책부 기자
    홍준기 사회정책부 기자
    한국도로공사는 2020년까지 '스마트톨링'을 전면 도입하기로 했다. 하이패스 기술 개선과 번호판 영상 인식 기술을 통해 통행료를 받는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을 도입하면 도로공사가 관리하는 전국 고속도로 톨게이트 345개가 모두 사라진다. 그래서 도로공사가 스마트톨링을 도입하면서 기술의 완결성만큼이나 일자리 문제를 고민했다.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 5818명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도로공사는 우선 요금 수납원 전원을 번호판 영상 보정, 요금 고지서 발송, 취약 지역 CCTV 감시 등 업무로 전환 배치하기로 했다.

    기술의 진보로 교통 분야는 어디보다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변화 여파 중에서 가장 실감 나면서도 섬뜩한 점은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과 같은 단어가 늘 먼 미래 이야기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적어도 교통 분야에서만큼은 이미 자동화·인공지능·사물인터넷 등의 적용 사례가 펼쳐지고 있다.

    올해 말부터는 판교 지역에서 12인승 자율주행 셔틀(전기 승합차)이 운행할 예정이다. 지난해 2월부터 국내에서 자율주행차가 총 2만6000㎞를 운행했으나, 총 10회 수동 운전 전환이 있었을 뿐 사고는 없었다.

    과천~의왕간 고속도로 톨게이트에 설치된 요금 자동징수시스템. /조선일보 DB
    서울대 연구팀의 자율주행차는 오는 7월 여의도에서, 현대차 자율주행차는 오는 9월 광화문 인근에서 운행을 시작할 예정이다. 자율주행차는 택시 기사 27만7000명, 버스 기사 13만3000명, 화물차 운전사 25만9000명의 일자리를 위협할 것이다.

    인천공항공사는 조만간 청소·안내 로봇을 시작으로 보안 검색, 경비 로봇 등을 도입할 계획이다. 환경미화원 775명, 경비 인력 1248명, 보안 검색 인력 1186명이 점차 로봇으로 대체된다는 의미다. 전철에서도 경전철 7곳과 신분당선이 이미 무인 운전 시스템을 도입했다. 앞으로 무인 운전 기능을 지원하는 노선이 늘어나면서 기관사 일자리도 점차 줄어들 것이다. WEF(세계경제포럼)는 '직업의 미래'라는 보고서에서 2015~2020년에 일자리 710만개가 4차 산업혁명 여파로 사라질 것으로 예측했다. 같은 기간 새롭게 생기는 일자리는 210만개에 불과하다.

    이처럼 익숙한 직업과 일자리가 사라지고, 일부 직종에선 인간 근로자와 로봇이 일자리를 놓고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그런데 정부와 정치권은 매번 '신산업 육성이 시급하다'고 주장하면서도, 정작 민간 영역의 새로운 서비스에 맞춰 기존 법과 제도를 정비하기보다는 규제하려는 모습을 반복한다. 심야에 목적지가 비슷한 사람들을 모아 태워 가는 '심야 콜버스' 서비스를 장기간 허가하지 않았던 것이 대표적이다. 이러는 사이 미·일 등은 물론 중국 등 주변국까지 규제 없는 환경을 이용해 무섭게 관련 산업을 키우고 인력을 재배치한다. 누구나 기술과 아이디어를 접목해 새로운 서비스에 도전하도록 규제를 치워주지 않으면 로봇에만 아니라 주변국에 일자리를 빼앗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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