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테일추적> 정치 법조계 아재들이 쓴다는 대세 안경은?

입력 2017.02.08 13:31 | 수정 2017.02.09 11:26

며칠 전부터 SNS상에 돌기 시작한 의문의 ‘안경테’ 찌라시. 내용은 이랬다.

지난 2일 오전부터 SNS에 돌아다니던 안경테 찌라시./김민정 인턴기자

안경 회사의 지능적 PPL작전인지, 명품 안경 논란으로 지난 대선에서 욕 한 사발 잡순 문재인 전 대표 측의 ‘물귀신 작전’인지, 그도 아니면 귀국길 편의점에서 프랑스산(産) ‘에비앙’ 생수 집었다가 탈탈 털린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측의 고발인지, 찌라시의 출처와 경위는 알 수 없다. 사실관계도 정확하지 않다.
업계에 따르면 린드버그가 시장 조사원을 한국에 파견했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며, 현재 국내에 있는 린드버그 취급점은 20곳 보다 많은 70여곳이라고 한다.

린드버그가 정치인들의 대세 안경이라는 얘기는 맞는 걸까. “저는 15년째 안경원을 하고 있는데, 요즘처럼 손님들이 정치인·법조인들 안경이 뭐냐고 묻는 경우도 없었던 것 같아요. 정치 상황이 워낙 전국민적 관심을 끌다보니 화제의 정치인과 법조인 안경까지 덩달아 인기를 얻네요.” 서울 문래동에서 안경원을 운영하는 김대선(45)씨의 말이다.

평소 ‘매의 눈’으로 뉴스 속 인물들의 안경테가 무슨 제품인지 찾아내 자신의 블로그에 차곡 차곡 정리해왔던 김씨. 본지는 김씨의 도움을 받아 ‘정치·법조계 아재’들의 대세 안경을 살펴봤다.

◇문재인·안희정·정진석·장제원·박영수…덴마크 ‘린드버그(lindberg)’

린드버그 안경을 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안희정 충남지사, 정진석 새누리당 의원, 장제원 바른정당 대변인, 박영수 특별검사./조선일보DB

이쯤되면 문 전 대표를 ‘린드버그 전도사’로 불러야 하는 건 아닐지. 안경원에 따라 가격이 조금씩 다르지만, 위 사진에 등장하는 ‘얇은 테’ 시리즈는 안경테 값(알 제외)만 60만~70만원대로 상당히 고가(高價) 제품이다.

디자인은 그렇다치고, 내구성은 좋아보인다. 기자도 박영수 특검과 2012년 식사할 때 저 안경을 본 적 있다. 박 특검도 5년째 쓰고 있고, 문 전 대표도 지난 대선 때부터 쭉 착용하는 중.

하지만 그동안 명품 논란 때문에 ‘린드버그 열차’에 탑승해야하나 말아야하나 망설이던 정치·법조계 인물들이 꽤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한 부장검사는 “몇 년 전 부장으로 승진할 때 큰 맘 먹고 린드버그 안경을 질렀다”며 “보수적인 직장에 있다 보니 안경을 고를 때 제약이 상당히 많은 편인데, 문재인씨가 비록 ‘명품 안경’이라고 욕은 많이 먹었지만, 외모는 확실히 나아진 것 같아 따라서 바꿨다”고 말했다.

◇유승민·김용태·박한철·우병우·이규철…독일 ‘볼프강 프록쉐(Wolfgang proksch)’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김용태 바른정당 의원, 박한철 전 헌법재판소장,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이규철 특별검사보./조선일보DB

‘대세’ 린드버그를 위협하며 치고 올라오는 독일 브랜드. 가격은 30만원대다. 린드버그 보단 젊고 진취적인 느낌을 준다. 최근 네티즌 사이에서 ‘코트왕’ ‘댄디남’으로도 불리는 이규철 특검보는 볼프강 프록쉐의 서브 브랜드 ‘니로’를 착용했다. 문래동 안경원 김씨는 “요즘은 ‘문재인 안경’보단 ‘이규철 안경’이 뭐냐고 묻는 손님이 훨씬 더 많다”고 했다.

이규철 특검보를 통해 안경테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짚고 넘어가자.

이규철 특검보를 통해 보는 안경테의 중요성./인터넷 캡처 및 조선일보DB

◇이건희·이재용·반기문·한명숙…오스트리아 ‘실루엣(Silhouette)’

실루엣 안경을 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한명숙 전 국무총리./조선일보DB

지난 ‘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 국회 청문회에서 거듭된 ‘송구합니다’와 ‘립밤’으로 화제를 모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안경은 오스트리아 브랜드 실루엣 제품이었다. 가격은 50만원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도 병상에 들기 전 같은 회사 안경을 썼던 것으로 알려져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한명숙 전 국무총리도 실루엣 안경을 쓴다. 접합 부위에 ‘나사’를 쓰지 않는 무테 디자인이 특징이다.

◇정치인·공직자의 ‘명품 착용’은 대역죄인가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가 시민들과 길거리 노점상에서 소시지를 먹는 소탈한 모습(왼쪽)과 자신의 생일에 러시아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호화 파티를 하는 모습(오른쪽)./인터넷 캡처 및 텔레그래프

정치인·고위 공직자의 명품 안경테 착용에 거리감을 느끼는 사람도 여럿 있을 것이고, 이런 것까지 구차하게 지적해야하느냐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물론 ‘프로 불편러(사소한 일에도 불편함을 느끼며 지적질하는 사람을 일컫는 인터넷 은어)’들은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도 있다. 정치인을 향한 ‘매의 눈’은 도처에 널려있다.

독일에서 1998년부터 2005년까지 집권했던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는 중도 좌파 성향인 사회민주당(SPD) 소속 정치인이다. 그는 총리 재직 시절 퇴근길마다 집 근처 길거리 노점상에 들러 커리부어스트(소시지)를 사 먹고 경호원들과 함께 맥주 한 잔을 걸치고 집에 갔다. 그만큼 소탈한 이미지로 통해왔다. 인터넷 상에는 슈뢰더 ‘소시지 먹방 사진’이 유난히 많이 떠돌아 다닌다.

그런 그는 최고급 독일 명품 시계 ‘랑에 운트 죄네’를 차며, 최고급 수트를 입는 멋쟁이이기도 하다. 지난 2014년 자신의 70세 생일에 러시아에서 친구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샴페인·캐비어를 즐기며 생일 파티를 하다 파파라치한테 걸렸다. 당시 “우크라이나 사태로 러시아가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 대통령과 ‘초호화 파티’를 벌인 점은 매우 부적절하다”며 독일 정치권에서 욕을 한 바가지 먹었다.

지난해 5월 슈뢰더 총리를 인터뷰할 때, 기자는 “명품 시계 차고 호화 파티를 하는 모습과 길거리 음식을 먹고 시민들과 서슴없이 어울리는 모습 중 어떤 게 당신의 진짜 얼굴이냐”고 물었었다. 그는 워낙 달변이고, 기자를 능수능란하게 다룰 줄 알아 ‘미디어 총리’라고도 불린다. 슈뢰더 총리는 “하하하” 호탕하게 웃으며 이렇게 답했다.

“동전의 양면처럼 보이지만, 저는 이 두 모습 말고도 굉장히 다른 면들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두 가지 모습은 극단적으로 부각된 면이 있는데요. 저도 평범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제가 일상 생활을 영위하는 데에는 일반 시민과 마찬가지로 큰 돈이 들지 않아요. 하지만 저도 사람이기 때문에 좋은게 좋거든요. 그래서 비싸고 좋은 걸 보면 저도 하고 싶고… 그래서 하기도 하고…. 이런 모든 모습이 저의 캐릭터들입니다.”

오는 대선엔 안경 너머 ‘진실’을 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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