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스 틸러슨 미국 신임 국무장관은 7일 "북핵 문제는 '임박한 위협(immediate threat)'"이라며 "한·미 양국이 북핵 문제에 대해 공동의 접근 방안을 발전시켜 나가자"고 했다.
틸러슨 장관은 이날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첫 전화 통화에서 "조만간 양국 외교장관 회담을 갖고 이 문제를 최우선 의제로 삼아 구체적으로 협의하자"며 이같이 말했다고 외교부가 전했다. 윤 장관과 틸러슨 장관은 오는 16~19일 독일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회의, 뮌헨 안보회의를 계기로 트럼프 미 행정부 출범 후 첫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을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힘을 통한 북핵 해결' 구상
틸러슨 국무장관은 이날 윤 장관과의 통화에서 "북핵 위협의 심각성, 북한의 도발 전망에 대한 한국 측의 평가에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했다. 통화 후 양측은 "북한을 비핵화의 길로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데 공감했다"며 "중국을 견인해 나가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관해서도 "오직 북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방어적 조치이며, 다른 국가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다"면서 "계획대로 추진해 나가자"고 합의했다.
[트럼프 정부, 對北제재 첫 카드로 '세컨더리 보이콧' 만지작 ]
미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2~3일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의 방한에 이어 이날 틸러슨 장관의 통화 등을 통해 '강경한 대북(對北)정책' 구상을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의 안보 기조인 '힘을 통한 평화(peace through strength)'가 대북정책에도 적용될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미국 측은 독일서 열리는 한·미 외교장관회담을 통해 구체적인 '대북 액션 플랜' 마련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도 "북핵 문제를 트럼프 행정부의 우선순위 위쪽에 올려둬야 한다"(외교부 당국자)는 방침에 따라 미국 측에 북핵 대응 방안을 적극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윤 장관은 틸러슨 장관에게 "북한이 핵무기 개발 최종 단계에 근접하고 있으며 한·미에 대한 핵 선제 타격을 운운하는 상황"이라며 "북핵 문제가 미국 새 행정부가 당면한 가장 심각한 외교·안보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또 미국 보이스카우트의 구호를 인용해서 "북한 도발 가능성에 항상 준비돼 있어야 한다(be prepared)"고 말했다. 한·미 간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등 한·미 간 고위급 협의 메커니즘도 계속 활용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한·미 외교장관 회담과 한·미·일 6자회담 수석대표 회담에서는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단체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2차 제재)을 포함한 다양한 중국 견인 방안도 논의할 방침이다.
◇한·일 관계 개선도 강조
두 장관은 미국의 새 행정부하에서도 한·미 관계를 북한·북핵 문제 등 도전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가장 강력한 동맹으로 더욱 강화시켜 나가자는 데 뜻을 같이했다. 틸러슨 장관은 이와 관련, "한·미 동맹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내 평화와 번영을 위한 핵심"이라며 "확장 억제를 포함한 미국의 대한(對韓) 방위 공약은 앞으로도 확고할(steadfast) 것"이라고 했다. 틸러슨 장관은 이날 윤 장관과 통화에서 2015년 말 체결된 한·일 위안부 합의와 작년에 맺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등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틸러슨 장관은 "한국 정부의 한·일 관계 개선 노력을 지지한다"며 "이런 노력이 한·미·일 3국 협력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