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취당한 바다

조선일보
입력 2017.02.07 03:05

[남획·中 불법조업으로 갈치 등 줄어 연근해서 44년 만에 100만t 못잡아]

- 씨 마르는 물고기
어선 적정 수준보다 17% 많아 魚種 크게 줄고 크기도 작아져
어린 물고기 많이 잡는게 문제

지난해 우리나라 연근해에서 잡힌 생선이 92만3000t에 그쳤다. 연근해 어업 생산량이 100만t 밑으로 떨어진 것은 1972년 이후 44년 만이다. 남획과 기후변화, 수온 상승에 따른 어류 이동 등으로 연근해에서 잡히는 생선이 급감했다고 6일 해양수산부와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밝혔다. 연근해 어업 생산량은 1986년 172만t으로 정점을 찍은 뒤 지속적으로 하락 추세를 보여왔다.

◇갈치, 고등어 등 어획량 급감

정부와 학계에선 우리 바다에서 사는 생선 개체 수 자체가 급감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 우리나라 바다에 사는 물고기 크기가 줄고, 산란 시작 나이도 점점 어려지고 있다는 점을 들어 어종이 크게 줄고 있기 때문이다. 물고기들은 집단 개체 수가 줄면 종을 유지하기 위해 성적으로 빨리 조숙해지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어업 장비와 어법이 점점 발달하는데도 총어획량은 계속 줄어들고 있고, 어선 1척당 잡는 물고기 수도 급감하고 있다.

연근해 어획량
어종 중에선 고등어와 오징어, 갈치, 참조기, 꽃게 등이 크게 줄고 있다. 고등어는 1990년대에 비해 어획량이 33% 줄었다. 오징어도 16%, 갈치도 50% 줄었다. 지난해엔 참조기 50%, 꽃게 50%, 가자미 36%, 대게 30%, 전어 41%가 평년보다 덜 잡혔다.

◇주요인은 '남획'

물고기 개체 수가 줄게 된 주요인은 '남획'이다. 학계에선 우리나라 어선 수가 적정 수준보다 11~17%가량 많다고 추정하고 있다. 물고기 번식 속도보다 잡아들이는 속도가 더 빠르다는 것이다. 특히 어린 물고기를 많이 잡는 게 문제로 지적된다. 어린 물고기를 잡는 비율은 갈치는 84%, 참조기는 52%(2015년)나 됐다. 새끼 물고기는 주로 양식장에 먹이용으로 팔린다. 양식장에 팔린 새끼 물고기는 2015년엔 47만t이었는데, 이는 2015년 어획량의 44%에 이른다.

지난해 어획량 급감한 주요 어종
중국 불법 어선들이 주는 피해도 상당하다. 중국 불법 어선들은 싹쓸이식 조업으로 우리 바다에서 물고기를 긁어 가다시피 하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이 피해가 연간 10만~65만t에 이른다고 추정한다. 게다가 상당수 어종이 쿠로시오 해류를 타고 중국 앞바다를 거쳐 우리나라 쪽으로 올라오기 때문에 불법 어선이 아니더라도 중국 어획량이 늘수록 우리 어획량은 줄어든다. 바다에 버린 그물에 잡히는 '유령 어업'에 따른 생선 폐사, 매립과 간척지 등 물고기 서식 환경이 변하는 것도 어획량 감소의 또 다른 요인이다. 기후변화로 바닷물 온도가 올라가면서 우리 바다에 살던 물고기가 점점 더 북쪽으로 올라가는 것도 문제다.

◇생선 가격 급등, 정부 대책 모색

어획량이 급감하면서 생선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생선과 조개류의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3.1%로 전체 물가지수 상승률(1.0%)을 크게 웃돌았다. 정부는 어획 자체를 금지하는 '금어기(禁漁期)'를 설정하고 그물 구멍 크기를 제한하는 등 수산자원 보호 정책을 펴고 있지만 효과는 제한적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수산자원을 보호해야 한다는 인식 자체가 거의 없었다"며 "어민들을 설득해야 하는 현실적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해수부는 조만간 알을 밴 생선을 먹지 말자는 운동을 벌이고, 양식장에서 어린 물고기를 먹이로 주는 것을 금지하는 방안 등을 담은 종합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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