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과 욕망 사이의 여인, 광기로 얼룩진 비극

조선일보
  • 황여정 기자
    입력 2017.02.06 15:33

    [액티브 50+] 국립극단 연극 '메디아'
    명동예술극장서 24일 첫 무대
    헝가리 연출가 알폴디가 재해석

    국립극단은 2017년,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는 감동을 주는 고전의 힘을 관객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24일 명동예술극장 무대에서 '메디아'를 시작으로 10월에는 '1984', 그리고 12월에는 '십이야'를 올린다.

    고대 그리스 비극의 정수 '메디아'는 아이스킬로스, 소포클레스와 함께 고대 그리스의 3대 비극 작가로 불리는 에우리피데스의 역작이다. 주인공 '메디아'가 공주로서 살아온 과거의 '기억'과 자신을 버린 남편 이아손에 대한 '욕망'이 치열하게 교차되며 결국 파국을 맞는 비극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고대 작가들 중에서도 다층적이고 난해한 작가로 꼽히는 에우리피데스의 작품들은 확실한 답변보다는 문제 제기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당대 그리스 작가들에 비해 에우리피데스는 인간 내면의 폭력성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였으며 내적 분열에 시달리는 다층적 인물들을 창조해냈는데, 이는 '메디아'에서의 인물 묘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헝가리 연극 혁신가 알폴디의 연출

    남성이 여성보다 우월하다고 믿었던 고대 그리스에 시대를 뛰어넘는 과감한 파격을 선사한 에우리피데스의 '메디아'는 헝가리 연출가 로버트 알폴디에 의해 동시대적 작품으로 다시 태어난다. 2016년 1월 셰익스피어의 '겨울이야기'를 감각적으로 재해석해 모두를 놀라게 한 로버트 알폴디는 이번 공연에서도 자신만의 현대적 미학으로 약 2000년 전에 쓰인 '메디아'를 2017년 대한민국 무대에 불러올 것으로 기대된다. 알폴디는 "메디아에 대한 관객들의 공감이 관건"이라며 인간이라면 한번쯤 느낄 수 있는 끝없는 고립감과 공포, 분노에 초점을 맞춰 메디아를 입체적인 캐릭터로 그려낼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극단 연극 '메디아'
    /국립극단 제공
    과작의 여배우, 유명 패션 디자이너가 만들어내는 볼거리

    여배우라면 누구나 도전하고 싶은 역으로 꼽히는 메디아 역은 남다른 존재감의 배우 이혜영이 맡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혜영을 영화나 TV 드라마 배우로, 그중에서도 나이가 쉰을 훌쩍 넘긴 이라면 이혜영을 '뉴스 앵커'로 기억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는 스스로를 '연극배우'로 표현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 실제로 이혜영은 2012년 연극 '헤다 가블러'를 통해 그해 동아연극상과 대한민국연극대상 여자연기상을 수상하고, 지난해 연극 '갈매기'로 무대에서 연기 내공을 다시금 뽐냈다.

    국립극단 예술감독 김윤철 역시 이혜영을 일컬어 '우리 시대의 걸출한 배우'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녀는 여러 인터뷰를 통해 "편집될 수 없는 무대, 이것이 연극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라며 연극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혜영은 이번 '메디아'에서 모든 것을 잃어버린 여인의 광기와 분노를 완벽하게 표현해낼 것으로 기대된다.

    한 편의 시 같은 의상으로 주목받아온 대한민국 패션계의 거장 진태옥이 처음으로 연극 의상에 도전한다. 여기에 '겨울이야기' '세일즈맨의 죽음' '햄릿' 등 그간 여러 작품에서 환상의 궁합을 보여준 박동우 무대 디자이너와 김창기 조명 디자이너가 가세해 현대적인 무대 미학을 구현할 예정이다.

    '메디아'는 자신의 가족을 배반하고 사랑을 선택한 여인 메디아의 욕망이 현재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분노라는 감정과 맞닿아 시대적 설득력을 가질 것으로 기대된다. 2월 24일부터 4월 2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되며, 티켓 가격은 2만~5만원이다. 문의 www.ntck.or.kr 1644-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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