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만요!] 전주 한옥마을에선 짜장면 못 먹는다고?

    입력 : 2017.02.06 03:06

    김정엽 기자
    전주=김정엽 기자
    "30년 동안 짜장면만 만들었는데 한식으로 바꾸라니…."

    전북 전주 한옥마을〈사진〉에서 중국 음식점을 운영하는 박모(48)씨는 최근 가게를 내놨다. 그는 "기운이 나야 장사를 하지. 경찰서와 법원을 왔다갔다하면서 진이 다 빠졌다"고 말했다. 평소엔 이 가게가 자랑하는 '물짜장'을 먹으려는 손님들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달 31일 오후 3시에 찾은 이 곳은 점심때를 훌쩍 넘겼는데도 40여석이 꽉 차 있었다. 하지만 전주시와 법정 공방을 벌이다 지친 박씨의 표정은 어두웠다. 박씨는 18세에 중국 음식 만드는 기술을 배웠다. 1991년 전주시 삼천동에 맏형, 작은형, 남동생과 함께 작은 중국집을 열었다. 2006년엔 가게를 확장했다. 네 형제가 전주 한옥마을에 있는 110㎡ 규모 땅과 건물을 사들인 것도 그즈음이다. 당시엔 한옥마을이 관광지로 뜨기 전이라 형제들은 나중에 중국집을 열기로 하고 2011년 1월 일식집을 운영하는 A씨에게 세를 내줬다.

    A씨가 2015년 5월 가게를 비우자 형제들은 작년에 기존 가게를 정리하고 일식집을 중식당으로 바꿨다. 운영은 박씨 부부가 맡고 수익은 투자분만큼 나누기로 했다. 그런데 중국집을 열자마자 박씨는 '짜장면을 팔지 마라'는 전주시의 시정명령을 받았다. 지난 2013년 11월 고시한 '전통문화구역 지구단위계획'을 어겼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 계획엔 전주 한옥마을 안에서 중식·일식·양식 등 외국계 음식을 조리해 판매하는 음식점을 열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전북 전주 한옥마을

    규제 이전부터 있었던 음식점을 인수해 업종만 일식에서 중식으로 바꾼 박씨 부부는 전주시의 행정처분이 과도하다고 생각하고 계속 영업을 했다. 결국 전주시는 영업자로 등록된 박씨의 아내 장모씨를 경찰에 고발했다. 장씨는 시정명령 처분 취소 소송으로 전주시에 맞섰다. 전주지방법원 제2행정부(재판장 방창현)는 지난달 20일 장씨의 손을 들어줬다. 전주시는 "이번 판결로 한옥마을 내 업소 간 형평성 논란이 거세게 일 것"이라며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옥마을에선 한식만 먹어라'는 전주시의 논리보다 "짜장면은 이제는 온 국민이 즐기는 우리 음식"이라는 박씨의 주장이 더 설득력 있게 들린다. 한옥마을의 정체성을 지키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시민의 재산권이 과도하게 침해받지 않도록 하는 것도 행정의 의무라는 것을 전주시는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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