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對 문재인 이재명, 대연정론 갈등의 배경

입력 2017.02.05 15:01 | 수정 2017.02.05 17:12

‘보수 정당과의 대연정(大聯政)’을 화두로 던진 안희정 충남지사에 대해 이재명 성남시장이 “명백한 배신”이라며 사과를 요구한 가운데, 대선지지도 1위인 문재인 전 대표까지 “대연정은 어렵다고 본다”며 안 지사와 각을 세웠다. 나란히 민주당 경선 1·2·3위를 달리는 세 사람이 대연정을 놓고 다투는 모양새다.

표면상으로는 대연정에 찬성하는 안 지사 대(對) 반대하는 문 전 대표·이 시장의 대립으로 보이지만, 실제론 지지율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2위 안 지사를 견제하기 위해 1·3위 후보가 ‘연합 협공 작전’을 벌이는 것으로 읽힌다.

2위의 안 지사가 민주당에서 금기어에 가까운 대연정으로 승부수를 띄우자, 그 뒤를 바짝 쫓는 3위의 이 시장이 ‘대연정=배신자’라는 기존 야권 문법대로 안 지사를 비판했고, 안 지사의 돌풍이 영 불편했을 1위 문 전 대표도 “그건 좀 아니다”며 안 지사를 밀어낸 것이란 해석이다.
/뉴시스 안희정 충남지사.

안희정, 야당 금기어 건드리며 ‘대연정’ 승부수

지난 2005년 노무현 전 대통령은 한나라당이 선거제도 개혁을 약속한다면 국무총리 등 장관 임명권을 넘기겠다는 ‘대연정론’을 제시했다가, 이후 선거에서 참패했다. 지난 4·13 총선에서 깜짝 성과를 냈던 국민의당도 총선 직후 ‘새누리당과의 대연정’을 언급했다가 지지율 하락을 맞기도 했다.

보수 정당과 손잡는 대연정론은 야권 내, 특히 야권의 텃밭인 ‘광주·전남’에선 금기사항에 가깝다는 게 야권 인사들의 진단이다. “5·18민주화운동을 강제 진압한 정치세력(민정당)의 후신과 손 잡는 걸 호남이 용납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안 지사는 대연정론을 꺼내들었다. 안 지사 측 관계자는 “말뿐인 개혁이 아니라 실질적인 개혁을 해내려면 지금 상황에선 대연정 외엔 답이 없다”고 했다. 안 지사는 5일 육아 관련 시민간담회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든 의회와 협치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고는 개혁입법을 통과시키지 못한다”고 했다.

원내1당이지만 과반 의석에 미치지 못하는 민주당이 혹시 정권을 잡을 경우 각종 개혁입법을 통과시키려면 원내2당인 새누리당이나 새누리당에서 갈라져 나온 바른정당의 협조를 얻는게 필수라는 논리이다.
/뉴시스 이재명 성남시장.

이재명, ‘대연정’ 금기시하는 당원들 마음 잡기

이 같은 안 지사의 주장에 가장 격렬한 반응을 보인 건 이재명 성남시장이다. 이 시장은 “안 지사는 대연정 제안을 철회하고 이번 주 토요일 광화문 촛불 앞에 나와 국민께 사과하라”고 나섰다.

이 시장은 기존 야권의 문법대로 안 지사의 승부수를 받아 친 것이다. 앞으로 치러질 당내 경선에서 자신의 ‘선명성’을 부각시키는 것으로 표를 얻겠다는 실리적 계산이 엿보인다.

민주당 경선은 완전국민경선이지만, 경선 투표인단에 자동 등록되는 당원들의 표심이 가장 중요하다. 투표에 나설 충성도 높은 당원들은 기존 여권 또는 여권에서 뛰쳐나온 세력과의 ‘연정’에 부정적일 가능성이 높다. 이 시장으로선 안 지사의 연정론을 ‘야합’으로 몰아붙이면서 핵심 대의원들의 표심을 공략하겠다는 것이다.
/연합뉴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③ 문재인, 너무 빨리 크고 있는 안희정 견제

문 전 대표는 그동안 안 지사를 포함한 당내 후보들에게 우호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출마 선언에 꼬박꼬박 축하 메시지를 보냈고, 웬만하면 각을 세우지 않아왔다.

하지만 안 지사가 최근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기류가 조금 바뀌었다. 문 전 대표는 지난 2일 “누가 집권을 하든 여소야대 상황이 와서 연합 정치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지금 촛불 민심이 요구하는 적폐 청산,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을 위한 국가 대개조가 다음 정부의 과제라고 본다면, 그 대의에 찬성하는 정치 세력과 그에 저항하고 반대하는 정치 세력으로 나눠질 것”이라고 했다.

문 전 대표는 이어 “적폐 청산, 국가 대개조에 찬성하는 모든 정치 세력과 함께 나갈 수 있다. 그것으로 여소야대 국면을 충분히 해결해나갈 수 있다고 저는 믿는다”고 했다.

“현실적으로 개혁을 위해선 대연정이 필요하다”는 안 지사의 주장을 겨냥한 게 분명했다.

문 전 대표로선 아직 자신을 직접 위협할 수준은 안되지만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안 지사를 이쯤에서 한 번 ‘눌러주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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