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국민이 극심한 경제난 속에서도 외채 위기에 직면한 나라를 위해 십시일반으로 현금과 금 등을 내놓으며 위기 극복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와 로이터통신 등이 3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몽골 정부는 오는 3월 만기 도래하는 외채 5억8000만달러(약 6640억원)를 갚을 돈이 부족해 국제통화기금(IMF)과 이웃 중국에 긴급 지원을 요청했다. 하지만 IMF와 중국이 제때 돈을 빌려줄지 불투명해 발만 동동 구르는 처지에 몰렸다. 그러자 몽골의 저명 경제학자와 일부 정치인이 국민 모금 운동을 제안했고, 국민은 현금이나 금 같은 보석류, 유목민에게 가장 큰 재산인 말까지 내놓고 있다. 지난 1997년 IMF 위기 때 한국에서 벌어진 '금 모으기 운동'이 몽골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몽골 경제는 4년 전까지도 두 자릿수 경제성장률을 자랑할 만큼 활기가 넘쳤다. 하지만 광물 수출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제 구조가 독이 됐다. 국제 원자재 가격이 약세로 돌아서고 최대 고객 중국·러시아의 광물 수요마저 급감하면서 경제가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에는 강풍과 가뭄이 겹치는 조드(몽골말로 '재앙'이라는 뜻)가 엄습해 초원이 황폐해지고 가축들이 떼죽음을 당했다. 2013년 11.7%였던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2%대로 급전직하했고 올해도 겨우 1%를 넘길 전망이다. 외환보유고도 7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며 경제는 위기로 치달았다. 일본의 닛케이 아시아 리뷰는 "가장이 실직한 가정은 난방 땔감을 사기 위해 끼니를 줄여야 할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런데도 국민은 나랏빚 갚는 데 나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