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세계에서 한국을 가장 먼저 찾은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한·미 동맹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뒷받침하는 린치핀(linchpin· 핵심축)"이라고 불렀다. 매티스 장관은 3일 서울에서 열린 한민구 국방장관과의 회담에서 "미국이 한·미 동맹에 대한 우선순위를 부여하고 있음을 강조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린치핀은 원래 미국이 미·일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 사용해왔다. 그러다가 한·미 FTA를 계기로 양국 관계가 더 긴밀해지자 오바마 전 행정부에서 이를 한·미 동맹에도 적용했다. 매티스 장관이 이를 언급한 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변함없이 한·미 동맹을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선거운동 기간에 한·미 동맹 가치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은 채, 방위비 분담금 인상만 강조했다. 일각에선 '한·미 동맹 조정', '주한 미군 감축' 설(說)이 나돌기도 했다. 하지만 매티스 장관의 첫 방문과 린치핀 확인으로 양국 관계에 퍼져 있던 불확실한 안개가 상당히 걷혔다고 할 수 있다.

매티스 장관은 "확장억제를 포함한 미국의 확고한 대한(對韓) 방위공약은 100% 신뢰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확장억제는 북의 핵도발 때 미국이 핵과 비핵 전략을 총력 가동해 대응하는 것으로 우리의 생존이 달려 있는 개념이다. 그야말로 '100%'가 아니면 우리도 비상한 대책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기간에 이에 대해서도 큰 의구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미국은 확장억제의 내용을 강화하고 한국의 참여를 높여나가면서 핵 능력을 가진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도 보다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한·미 국방장관은 오바마 정부에서 합의한 사드 연내(年內) 배치를 재확인했다. 매티스 장관 말대로 사드는 "오로지 북한 미사일 위협에 대한 방어체계"로 "한국 국민과 우리(미군) 병력의 보호를 위한 조치"다. 중국이 사드에 대해 우려하는 것을 유념해야 하나, 우리를 길들인다거나 한·미 동맹을 이간할 기회로 삼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

지금 북한에선 우리 국정원장 격인 김원홍 국가안전보위상이 전격 강등·해임됐다. 핵심 간부 처형 등으로 조직이 쑥대밭이 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북한 정보기관 내에 숙청을 주도하는 노동당에 대한 원한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김정은은 고립되고 희망 없는 북한을 공포로 통치하고 있다. 이런 체제가 지속 가능할 수는 없다. 이 커다란 불안 요인을 제어하고 평화를 지킬 수단은 한·미 동맹밖에 없다. 한·미 동맹은 '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을 뒷받침하는 핵심축'이자 '대한민국을 자유민주 세계의 기적적 성공 사례로 만든 바탕'이다. 트럼프 시대에도 한·미 동맹은 이익을 위한 저급한 동맹이 아니라 가치를 지키는 진정한 동맹이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