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인사이트] 18년만에 최고 주가 기록한 구찌의 성공 비결 3가지

조선비즈
  • 배정원 기자
    입력 2017.02.03 06:00 | 수정 2017.02.03 18:38

    파격 변신의 구찌 지난해 매출 17% 성장, 주가 53% 상승
    무명 자사 디자이너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등용해 새로운 디자인 시도
    꽃, 나비, 꿀벌, 용, 호랑이 등 화려한 디자인의 긱 시크룩 시도로 고객 호응 유도

    구찌의 클래식함을 바탕으로 동식물 모티브에 레트로풍의 빈티지함을 가미한 알렉산드로 미켈레의 스타일은 그래니룩(granny look·할머니 시대의 패션을 현대적 감각에 맞게 재탄생시킨 룩)을 연상시킨다./사진=구찌 제공
    지난해 환생에 성공한 최고의 브랜드는 명실상부 구찌(Gucci)다. 수많은 명품업체가 매장을 철수하는 등 어려움을 겪는 사이 구찌는 지난해 17% 매출 신장을 기록했고, 구찌 모기업의 주가는 지난 한해 53% 상승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팔린 핸드백도 ‘구찌백’이었다.

    올해도 구찌는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구찌의 모기업 케링(Kering)의 주가는 지난 20일 228.90 유로로, 1999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케링 매출의 60%가 구찌에서 나온다.

    이렇게 승승장구하는 구찌는 사실 5년전만 해도 매년 연매출이 20% 이상 줄어드는 등 심각한 경영난에 시달렸다. 핸드백 시장에 ‘로고리스(로고가 잘 보이지 않는)’ 열풍이 불면서 로고가 크게 박힌 제품의 인기가 시들해졌기 때문이다.

    이달 구찌가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개한 신상 가방. 호랑이와 용의 그림으로 동양적인 멋을 살렸다./사진=구찌 인스타그램
    직장인 이신영(31·강남구 대치동)씨는 “과거 구찌 제품은 동그란 로고가 촘촘히 박힌 디자인이 많았는데, 구찌 제품임을 과시하는 느낌이 들어 거부감이 들었다. 더군다나 대부분 제품이 무겁고, 실용성이 떨어져서 구찌 매장을 찾지 않게 됐는데, 지금의 구찌는 완전히 다른 브랜드 같다”고 말했다.

    최근 구찌가 그간 고루하고 절제됐던 이미지를 벗고 화려함을 더하는 등 디자인 파격을 시도하면서 시장에서의 반응도 확연히 달라지고 있다. 구찌의 부활에 대해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들은 세 가지 성공 비결이 있다고 분석했다. 첫째, 무명 디자이너를 크레이에티브 디렉터에 임명한 파격 인사. 둘째, 온라인 채널의 강화. 셋째, 고객 맞춤 서비스 라인의 확대다.

    ◆ 무명 디자이너의 구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등용, 디자인 변화로 살아나다

    구찌는 지난해 세계 패션 업계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자사에서 13년 동안 묵묵히 일하던 무명 디자이너 알레산드로 미켈레(Alessandro Michele·44)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에 임명하는 파격 인사를 단행한 것.

    알레산드로 미켈레 구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사진=구찌 제공
    미켈레는 임명되자마자 패션 업계를 뒤집어놓았다. 절제된 구찌 이미지에 어울리지 않는 꽃과 나비, 새, 잠자리, 도마뱀 등을 요란하게 옷과 가방에 수놓으며 파란을 일으켰다. 마치 할머니 옷장에 깊숙이 넣어둔 옷처럼 촌스럽고 요란했다. 그러나 따뜻한 자연미를 살린 빈티지 미학은 차갑고 획일화된 도시 스타일에 지친 사람들의 감성을 움직여 세계 패션의 중심이 됐다. 빈티지란 옛것을 재구성해 익숙함과 편안함을 느끼게 하고 개성을 찾아주는 정서적인 콘셉트를 말한다.

    세월이 지나도 큰 변화가 없던 구찌에 질렸던 사람들은 고정관념을 깬 미켈레의 화려한 디자인에 열광했다. 한동안 정체 상태이던 매출액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15년 구찌 매출액은 38억9800만유로(약 5조1460억원)를 기록하면서 2014년 34억9720만유로(약 4조6174억원)보다 11.5% 늘었다.

    구찌의 지난 가을 화보. 안경과 책에 화려한 의상을 더해 긱 시크룩을 연출했다./사진=구찌 제공
    미켈레의 파격 행보는 계속되고 있다. 아예 식물원 콘셉트로 광고를 찍었다. 유리 돔 형태의 식물원에서 각종 야생 식물과 거닐고 있는 플라밍고(홍학류 새), 다채로운 패턴의 러그, 수북하게 쌓인 고서를 배경으로 촬영했다. 생기발랄한 모델들은 호기심과 자유, 젊음, 초현실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해 화제가 됐다.

    한 패션 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렉산드로 미켈레가 취임한 이래 빈티지 ‘긱 시크(geek chic·컴퓨터와 기술 마니아들의 괴짜 패션)룩’을 시도한 것이 소비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어 매출을 끌어 올릴수 있었을 것으로 본다. 구찌는 최근 주요 매장을 페르시안 카펫의 바로크 스타일로 단장하고, 곤충, 동물 그림의 가죽 핸드백 등 파격적인 디자인의 신상품을 선보였다”고 설명했다.

    ◆ 력셔리 업체 최초 ‘온라인 온리(only)’ 상품의 등장

    대부분의 명품 브랜드가 구색 맞추기 식으로 웹사이트를 운영해 왔던 것과 다르게 구찌는 온라인 판매와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구찌닷컴/사진=구찌 제공
    지난해 구찌는 ‘구찌닷컴’을 통해 ‘구찌가든’이라고 명명된 ‘온라인 only’ 상품을 강화하고 있다. 이 상품들은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구매가 불가능하고 온라인에서만 구매 가능한 웹사이트 전용상품이다.

    의류 13종, 구찌 최고 인기 가방인 디오니서스백을 포함한 가방 2종, 지갑과 스카프 등 잡화 3종, 신발 2종 등으로 풍성하게 구성됐으며, 구찌의 상징과도 같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렉산드로 미켈레 특유의 화려한 동식물 프린트가 전 제품을 휘어감고 있다.

    구찌가든에 적용된 화려한 프린트는 온라인 판매 전용으로, 다른 제품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한국어 버전 서비스를 시작하게 됨에 따라 한국 소비자 역시 2~3일이면 제품을 받아볼 수 있다.

    구찌의 SNS 홍보 캠페인/사진=구찌 제공
    구찌는 이 밖에 젊은 작가들이나 인플루언서(Influencer·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을 섭외해 구찌 제품을 활용한 다양한 콘텐츠 만들기에도 열심이다. 구찌가 자사 신발 제품 '에이스 스니커즈'를 알리기 위해 선택한 것은 젊은 아티스트들과 함께 디지털 미디어 콘텐츠를 만들어 소셜미디어에 노출시키는 것이다. 이 신발을 신고 자유롭게 롱보드를 타는 한국의 '롱보드여신' 고효주 씨와 노르웨이 스냅챗 스타 '지오스냅', 브라질 스트리트 아티스트 '아난다 나후' 등과 함께 협력해 만든 콘텐츠는 구찌 인스타그램에서 조회수 수십만 건을 기록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명품 브랜드는 대부분 고객과의 거리가 멀수록 희소 가치가 유지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손쉽게 주문할 수 있는 온라인 판매 자체를 꺼려해 왔다. 하지만 구찌의 경우 력셔리 브랜드 중 가장 먼저(2002년) 웹사이트를 여는 등 온라인 분야에서 선구적인 브랜드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 DIY(Do It Yourself) 고객맞춤 서비스 라인 확대

    지난해 미켈레는 구찌 사상 처음으로 고객의 개성을 반영한 맞춤형 디자인 가방인 'DIY(Do It Yourself)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선언했다. 인기 제품인 디오니서스백에 다양한 동식물 자수를 넣거나 다양한 색상의 악어가죽과 뱀가죽, 스웨이드(새끼 양이나 새끼 소 가죽 뒷면을 보드랍게 가공한 가죽) 소재를 장식으로 선택할 수 있다. 국내에서 디오니서스백은 사이즈와 문양에 따라 200만~500만원대에 판매된다.

    구찌 디오니서스백에 꽃무늬를 더했다./사진=핀터레스트
    밀라노 몬테 나폴레오네 거리 플래그십 매장에서 처음 시작한 DIY 서비스는 한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 도시 매장에서도 진행될 예정이다. 구찌는 앞으로 에이스 스니커즈와 프린스타운 신발, 남녀 의류 등에도 DIY 서비스를 적용할 계획이다.

    구찌 관계자는 "DIY 서비스의 목적은 고객에게 구찌의 아름다움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며 "개인의 취향을 보여주는 동시에 구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공동 디자이너가 되는 셈"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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