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만에 던져버린 大望

    입력 : 2017.02.02 03:15

    반기문 어제 오후 긴급회견, 대선 불출마 선언
    "이기주의적 정치에 실망… 정치교체 뜻 접겠다"
    15% 지지율 2위 주자 빠진 대선, 격랑 속으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일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지난달 12일 "정치를 교체하겠다"는 일성으로 귀국하며 대선 캠페인을 시작한 지 20일 만이다. 반 전 총장은 귀국 전까지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와 지지율 1·2위를 다투던 유력 후보였다. 유력 후보를 잃은 보수 정치권은 혼돈에 빠져들게 됐다. 일부에선 그의 불출마를 계기로 중도와 보수 정치권에서 또 한 번 정치적 변동이 생기거나 보수층이 단일 후보로 다시 결집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반 전 총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은 전격적이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국회에서 새누리당 인명진 비대위원장, 바른정당 정병국 대표를 만나며 정상적 활동을 이어갔다. 회견 30분 전까지도 정의당 심상정 대표와 만났다. 그러나 오후 3시 30분 국회에서 자청한 긴급 회견에서 "제가 주도해 정치 교체를 이루고 국가 통합을 이루려 했던 순수한 뜻을 접겠다는 결정을 했다. 양해해달라"며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정치 떠나는 반기문 -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일 국회 정론관에서 대선 불출마 회견을 마친 뒤 차량에 탑승해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반 전 총장은 지난 12일 귀국 이후 20일 만에 전격적으로 불출마를 결정했다.
    정치 떠나는 반기문 -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일 국회 정론관에서 대선 불출마 회견을 마친 뒤 차량에 탑승해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반 전 총장은 지난 12일 귀국 이후 20일 만에 전격적으로 불출마를 결정했다. /뉴시스

    반 전 총장은 "저의 순수한 애국심과 포부는 인격 살해에 가까운 음해, 각종 가짜 뉴스로 인해 정치 교체 명분은 실종되고 오히려 제 개인과 가족, 그리고 유엔의 명예에 큰 상처만 남기게 됨으로써 국민에게 큰 누를 끼치게 됐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일부 정치인의 구태의연하고 편협한 이기주의적 태도도 지극히 실망스러웠고 결국 이들과 함께 길을 가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판단에 이르게 됐다"며 그동안 자신이 접촉했던 정치권과 정치인들을 비판했다. 반 전 총장은 여야(與野)의 '제3지대론자'들을 주로 만나며 연대를 모색해왔다.

    반 전 총장의 이날 발표로 조기 대선을 예상하고 움직이던 정치권은 크게 술렁였다. 갑자기 지지율 15%대의 유력 후보를 잃은 보수 정치권은 공황 상태에 가까웠다.

    범보수 진영에선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 남경필 경기지사가 대선 출마를 선언했고, 새누리당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대선 출마를 간접적으로 권유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지지율이 두 자릿수에 미치지 못하고 황 권한대행은 출마에 여러 제약이 있다. 범보수 진영에선 반 전 총장 불출마로 '대표 선수' 자리를 놓고 새로운 경쟁이 시작될 전망이다. 여기에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은 반 전 총장 지지층이 자신에게 몰리며 사실상 문재인 전 대표와 일대일 구도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 전 총장 불출마가 중도와 보수의 위기감을 불러와, 중도와 보수 정당의 대연합을 가져올 촉매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에선 문재인 전 대표의 대세론이 강해지고 있지만, 안희정 충남지사가 반 전 총장의 '충청 대망론' 바통을 이어받으며 민주당 경선에 변수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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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기문 대선 불출마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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