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0일 "미국은 언제나 100% 한국과 함께할 것이며 한·미 관계는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좋을 것(better than ever before)"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전화 통화에서 "미국은 북한 문제에서도 100% 한국과 함께할 것"이라고도 말했다고 총리실이 전했다.
이날 통화는 미측이 먼저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오전 8시 58분부터 30분간 통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정상 통화는 인도(24일), 일본(28일)에 이어 세 번째다. 박근혜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인 때이던 작년 11월 10일 통화를 했었다.
백악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통화에서 "확장 억제(extended deterrence)나 전면적인 군사 능력을 동원해 한국을 방어하겠다는 철통 같은 약속(ironclad commitment)을 다시 확인한다"며 "앞으로 양국 각료 등 관계 당국 간 북핵·미사일 대응 전략 등에 대해 계속 긴밀히 협의해 나가자"고 했다. 확장 억제는 한국이 북한의 핵 공격 위협을 받을 경우 미국이 핵우산, 미사일 방어체계, 재래식 무기를 총동원해 미 본토와 같은 수준의 핵 억제력을 제공한다는 의미다. 북핵 위협에 맞선 미국의 대한국 방위 공약과 한·미 대북 정책 공조 의지를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확인한 것이다. 이에 황 권한대행은 "한·미의 긴밀한 공조와 국제사회와의 협력에 기반을 둔 확고한 대응을 통해 북한의 셈법을 바꾸어 나가야 할 것"이라며 "북한이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에도 도발을 감행할 경우에는 한·미 공조에 기반을 둔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주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의 방한을 계기로 양국 동맹의 연합 방위 능력 강화와 북핵 공조 방안에 대한 긴밀한 협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했다. 매티스 장관은 내달 2~3일 방한해 한민구 국방장관과 회담을 할 예정이다. '연합 방위 능력 강화'에는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문제도 포함된다. 황 권한대행은 사드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설명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적극 공감했다고 총리실은 전했다. 사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이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정부 소식통은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주한미군 사드를 예정대로 연내 배치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황 권한대행은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조만간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미국은 늘 한국을 생각할 것"이라고 했다.
황 권한대행은 또 "지난 60여년간 군사·안보 분야를 넘어 경제·글로벌 파트너십 분야를 아우르는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성장한 한·미 동맹을 더욱 강화시켜 나가자"고 했다.
이번 통화에서 주한 미군 방위비 분담금이나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개정 등 민감한 이슈는 거론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한·미 정상의 첫 통화인 만큼 미측이 껄끄러운 얘기는 피한 것으로 보인다. 총리실은 "매우 차분하고 정리된 분위기에서 진지하게 대화가 이뤄졌으며, 전반적으로 상당히 우호적인 분위기였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100% 함께할 것'이라는 표현을 수차례 사용하는 등 한·미 관계 발전과 안보 공약 강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피력했다"고 전했다. 정부 소식통은 "일각의 우려와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의 조언을 통해 한·미 동맹과 대북 정책 공조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또 이번 통화를 통해 권한대행 체제하에서 한·미 정상 간 소통이 원활할 것인가에 대한 불안감도 상당 부분 해소된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