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 訪韓하는 매티스, 새 평택 기지는 꼭 가보길

    입력 : 2017.01.31 03:05

    유용원 군사전문기자·논설위원
    유용원 군사전문기자·논설위원
    "유 기자, 전쟁은 막아야 해!"

    1994년 미국의 북한 영변 핵시설 폭격론이 부각되기 전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필자에게 사뭇 비장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훗날 국방장관이 된 이 관계자가 앞뒤 설명 없이 한 이 말의 심각성을 당시에는 잘 몰랐었다. 얼마 뒤 미 언론 보도 등을 통해 미국이 병력 수천 명과 패트리엇 미사일 등을 한반도에 보내며 영변 폭격을 은밀히 준비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미측은 이를 우리 정부와 군 당국에도 알리지 않다가 뒤늦게 통보했다. 고 김영삼 대통령은 미국의 영변 폭격 준비를 안 뒤 강력 반대해 한반도에서 전쟁을 막았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미측이 영변 폭격을 접은 가장 큰 이유는 우리 정부의 반대 때문이 아니라 미국의 자체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평가도 적지 않다.

    당시 미군 수뇌부는 시뮬레이션(모의 실험) 결과 한반도에서 다시 전쟁이 터지면 90일 안에 미군 5만2000명, 한국군 49만 명이 죽거나 다치고 민간인 사상자가 1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나타나자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도널드 트럼프(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국방부 청사에서 난민 입국심사 강화에 관한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해당 서류를 들어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군 재건에 관한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왼쪽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 오른쪽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AFP 연합뉴스
    북한이 김정은 신년사 등을 통해 ICBM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위협 수위를 높이면서 23년 만에 대북 선제공격(예방타격)론이 다시 부상할 조짐이다. 미국이 북핵 시설 공격을 검토한다면 트럼프 대통령과 참모들은 23년 전과 똑같이 전면전 발발 가능성, 한·미 군인과 민간인들이 입을 피해 등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가동 중인 영변 원자로 파괴에 따른 방사선 피해 확산 가능성도 따져봐야 한다. 23년 전에는 필요 없었던 '영변 핵시설 외의 다른 비밀 핵시설은 어떻게 찾아내 파괴할 것인가'도 숙제다. 실행 여부와 관계없이 대북 예방타격론이 거세질수록 우리 사회 내의 찬반 논란과 국론 분열은 극심해질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의 전화 통화에서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 확고한 대한(對韓) 안보 공약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덕담'만 믿고 한·미 간 안보 현안을 낙관하는 것은 금물이다. 한·미 간에는 북핵 문제 외에 주한 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 등 여러 안보 현안이 기다리고 있다. 최근 멕시코 장벽 설치, 반(反)이민 행정명령 등에서 보인 트럼프 대통령의 행태를 보면 방위비 분담금 문제에서도 우리 상식을 뛰어넘는 강공(强攻)이 예상된다.

    따라서 황 권한대행이든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헌재에서 인용될 경우 출범할 차기 정부든 다양한 안보 상황 시나리오를 치밀하게 만들어 대비해야 한다. 다음 달 2일 방한하는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나 언젠가는 방한할 트럼프 대통령에게 평택 기지를 보여주는 것도 효과적인 대응 방안 중의 하나가 될 듯하다. 내년까지 완공돼 용산 기지와 미 2사단 등이 옮겨갈 평택 기지는 미 본토를 제외한 해외 미군 기지로는 최대 규모다. 미군 1만3000명과 가족 등 4만2000명의 미국인이 생활하게 된다. 기지 조성 비용 17조1000억원 중 절반이 조금 넘는 8조9000억원을 우리가 부담한다. 타고난 사업가인 트럼프 대통령이 평택 기지를 본다면 한반도 안보와 미국의 국익에 대한 '견적'이 바로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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