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들과 나눌 만두 1000개, 고기는 없어도 정성은 듬뿍 담았죠"

    입력 : 2017.01.27 03:02

    [설 합동차례 준비하는 진관사]

    스님과 봉사자들 모여 만두 빚고 떡국용 가래떡 400㎏ 준비
    합동차례 두 번에 가족별 차례도… 총 200가정 차례상 준비로 분주

    "어? 여기 잣 좀 갈아서 오시고, 참기름도 좀 더 가져오세요. 김치만두라 해도 사실은 버섯이 주재료인데 너무 시잖아요? 빨리빨리!"

    26일 오전 서울 은평구의 비구니 사찰 진관사(주지 계호 스님) 함월당 1층 공양간(부엌). 주지 계호 스님은 만두소를 한입 맛보더니 소매를 걷어붙였다. 이날 공양간에서 스님들과 봉사자들은 설날(28일) 합동 차례를 지내러 올 신자들과 손님들에게 내놓을 만두를 준비하고 있었다. 만두도 절과 속세는 다르다. 진관사 만두소에는 김치와 표고버섯, 느타리버섯, 새송이버섯, 시금치, 숙주, 두부, 참기름, 깨소금 등이 들어간다. 계호 스님은 이 내용물들을 죽 읊다가 "마지막 가장 중요한 것, 정성이 들어가죠"라며 만두소 반죽에 참기름을 눈대중으로 쓱 붓고 반죽한 후에 한입 권했다. "아까랑은 맛이 달라졌죠?"

    계호 스님(왼쪽에서 둘째)을 비롯한 진관사 식구들이 26일 오전, 설날 신자들에게 대접할 만두를 만들고 있다. 진관사 관계자는 “사찰 차례 음식엔 고기와 계란은 안 들어가지만 정성을 듬뿍 담는다”고 했다.
    계호 스님(왼쪽에서 둘째)을 비롯한 진관사 식구들이 26일 오전, 설날 신자들에게 대접할 만두를 만들고 있다. 진관사 관계자는 “사찰 차례 음식엔 고기와 계란은 안 들어가지만 정성을 듬뿍 담는다”고 했다. /이진한 기자
    북한산 자락 진관사는 수려한 주변 풍광과 함께 정갈한 사찰 음식으로도 이름 높은 사찰. 미국 백악관 주방장과 주한 외교사절 등이 단골로 찾는다. 1960년대 말 출가해 매년 설날이면 만두를 만들어왔다는 계호 스님은 지금도 사찰 음식 강좌에서 강의하는 '현역'이기도 하다. 만두소를 피에 가득 담은 계호 스님은 만두 귀퉁이를 손가락으로 10번씩 꾹꾹 눌러 마무리하고는 "이건 '꽃만두'"라며 "송편은 '겉먹기', 만두는 '속먹기'"라 했다. 송편은 껍질 맛이 좋아야 하고, 만두는 소가 푸짐해야 한다는 뜻이라 했다. 만두피 남은 것을 여러 겹으로 포개 칼로 종종 썰더니 "이건 손국수"라 했다.

    이날 진관사가 준비한 만두는 1000개. 모두 미리 쪄서 얼려뒀다가 설날 아침 떡국에 1인당 한 개씩 넣어준다. 그 외에 쌀 다섯 가마(400㎏)를 빻아서 떡국용 가래떡을 뽑아놨다. 경내 향적당 지하에서는 떡국용 가래떡 썰기가 한창이었고, 썰어서 담아놓은 가래떡만 수십 봉지였다. 진관사는 경내에 방앗간 기계를 들여놓고 가래떡, 절편, 백설기를 직접 뽑는다.

    사찰의 합동 차례는 최근 들어 정착된 명절 풍경이다. 서울만 해도 조계사·봉은사 등의 주요 사찰들은 가족 단위로 수백 건의 차례를 올려준다. 이번 설에도 진관사는 약 200가정의 차례를 준비하고 있다. 설날 오전 5시와 10시에 대웅전과 명부전에서 차례를 올린다. 차례상에는 사과·배·밤·대추·귤·감 등 과일과 고구마전·버섯전·녹두전 등 전류, 부각과 도토리묵·연근조림·버섯조림과 떡 등을 올린다. 합동 차례 외에도 시간대별로 오후 2시까지 경내 향적당과 함월당에서 가족별 차례도 올린다. 가족당 30~40분씩 걸리는 차례상은 매번 새로 차린다. 새벽 5시 첫 차례를 준비하기 위해선 사실상 전날 밤은 새우다시피 한다.

    26일 오후부터 28일 오후까지 진관사 스님 10여 명과 직원, 봉사자들은 창고에서 그릇과 수저 등을 꺼내서 씻고 닦고, 음식을 장만하느라 눈코 뜰 새 없는 시간을 보낸다. 진관사는 이에 대비해 설날 당일 새벽 4시부터 이날 오후 6시까지 차례 접수, 차례 용품과 장소, 시설, 주차장 관리, 재물 포장과 전달 등 각자 역할을 분담해놓고 있다. 진관사 주상숙 종무실장은 "절에 차례를 부탁하신 신도님들의 뜻을 생각해서라도 정성껏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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