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람은 어떤 색을 좋아하고 어떤 색을 불편해할까. 더테이블 팀이 지난 18~21일 '한국인의 색'(응답자 수 355명)을 설문한 결과, 한국 사람은 푸른 계열 색을 좋아하고 붉은 계열 색을 싫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좋아하는 색'은 파랑(16.9%)이 1위를 차지했다. 초록(11.3%)과 보라(11.3%)가 공동 2위를 차지했고, 남색(9.9%), 검정(9%)이 뒤를 이었다. 파랑, 초록, 보라, 남색 등 푸른 계열을 좋아한다는 응답자가 전체의 절반(49.4%) 가까이 됐다.

반면 '가장 싫어하는 색'을 묻는 말엔 주황이 18.6%로 1위를 차지했고, 핑크(12.2%), 빨강(11.9%)이 각각 2, 3위였다. 붉은 계열인 세 색깔을 싫어한다는 응답자를 합치면 42.7%에 이른다. 보라(9.6%), 노랑(7.8%) 등이 다음 순으로 나타났다. '싫어하는 색이 없다'고 답한 사람도 6.2%였다.

색채 전문가인 이화여대 조형예술대학 시각디자인학부 김수정 교수는 "파랑은 긍정, 희망 등의 의미를 담고 있고 색깔 자체가 안정감을 줘 국적 불문 선호하는 색이다. 붉은색의 경우 중국 같은 나라에선 전통적인 상징색으로 쓰였지만 우리는 그런 문화가 없어 선호도가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그러나 "같은 색도 톤 앤드 매너(tone and manner·색조와 기법에 따른 분위기)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기 때문에 선호색을 단정짓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봐서 좋은 색과 실제 소비하는 색엔 차이가 있었다. '좋아하는 옷 색깔'을 묻는 말엔 검정이 43.4%로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 2위는 남색(18.3%)이었고, 흰색(7.3%)과 회색(7.3%)이 공동 3위였다.

'검정'은 가장 멋스럽고 클래식하면서도 권위 있는 색깔로 꼽힌다. 한국 사람이 검정 옷을 좋아하는 데는 일명 'DNA 컬러'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머리카락, 눈동자 색 등을 'DNA 컬러'라고 한다. 서양인은 금발, 갈색, 빨강 등 머리카락색도 다양하고 눈동자 색깔도 파랑 등 여러 가지다. 다양한 머리카락색과 눈동자 색에 맞춰 코디하다 보니 자연히 옷 컬러도 다양해진다. 반면 우리는 DNA 컬러가 검정 톤 하나다 보니 거기 어울리는 검정 옷을 주로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김수정 교수의 분석이다. 사회 분위기도 검정, 남색 같은 어두운 계열 옷 선호와 관련이 있다. 현정오 노루팬톤 수석 연구원은 "튀는 색 옷을 입으면 '왜 저런 옷을 입나'라는 곱지 않은 시선이 있었다. 자연히 어둡고 묻히는 색상을 입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했다.

'좋아하는 자동차 색깔'은 흰색(29%), 검정(26.5%), 은색(실버 25.1%) 무채색 삼총사가 합계 80.6%로 압도적인 선호색으로 나타났다. 그다음 순으로 나타난 남색(7.6%), 파랑(2.5%)과는 현격한 차이가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