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료, 583만가구 덜 내고 고소득 54만가구는 더 낸다

    입력 : 2017.01.24 03:06 | 수정 : 2017.01.24 07:42

    ['송파 세모녀' 같은 집, 건보료 月4만8000원→1만3100원]

    개편안 나와… 내년 하반기 적용
    일반 직장인은 대부분 해당안돼

    월급 295만원 회사원 - 월급외 年5000만원 벌면 月8만1590원 더 내야
    月300만원 연금수급자 - 수급액 30% 소득 간주… 月1만2570원 더 물려
    은퇴·실직자는 어떻게 - 건보료 인상 대상자, 61%서 29%로 줄어

    정부가 저소득 지역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을 완화하는 대신 고소득 직장인과 고액 재산가의 부담은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한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 개편안을 23일 내놓았다. 정부가 국정과제의 하나로 건보료 개편을 추진하다 돌연 중단한 지 2년 만이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국회에서 공청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정부안을 제시했다. 이 방안대로 할 경우 2018년 하반기부터 건강보험 지역 가입자의 77%에 해당하는 583만 가구의 보험료는 월평균 2만원 내리고, 월급 외 고소득이 있는 직장인과 고액 재산가 47만 가구 건보료는 오른다. 건보료를 내지 않는 피부양자 인정 기준도 강화해 7만 가구(10만명)는 새로 건보료를 내야 한다. 정부는 이 같은 안을 3년 주기 3단계(2018년 하반기, 2021년, 2024년)로 추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전·월세와 자동차 등 생계형 재산에도 건보료를 매기는 과도한 기준을 개선해 저소득 지역 가입자들의 건보료 부담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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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례로 본 건보료 증감
    우선 저소득층 지역 가입자 부담을 덜기 위해 배기량 1600㏄ 이하나 9년 이상 된 자동차에 대해선 건보료를 면제하기로 했다. 오는 2021년에는 면제 대상을 3000㏄ 이하 자동차로 확대하되, 4000만원 이상 고가 자동차는 계속 건보료를 물릴 방침이다. 또 전·월세 가입자의 공제 금액을 현재 500만원에서 500만~1200만원으로 단계적으로 높이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2018년 지역 가입자 77%인 583만 가구의 평균 건보료가 월 9만원에서 월 7만원으로 줄고, 2024년이 되면 자동차와 재산 공제가 늘면서 606만 가구(80%)의 평균 건보료가 월 4만5000원이 돼 현재의 반값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월세 50만원 지하 단칸방에서 어렵게 살던 '송파 세 모녀'는 실직으로 소득이 없는데도 식구 수와 연령, 월세액에 따라 매월 4만8000원 건보료를 내야 했다. 저소득층으로선 큰 부담이다.

    이처럼 소득(연간 100만원 이하)과 재산이 거의 없는 저소득 가정을 위해 정부는 최저 보험료(월 1만3100원) 제도를 도입했다. ▲식구 수와 연령에 따른 건보료를 폐지하고 ▲4000만원 이하 전·월세는 건보료 부과 대상에서 아예 제외하는 방식으로 매월 최저 보험료만 내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3인 이상 가구는 식구 수에 따라 매기던 건보료가 폐지되면서 상대적으로 더 큰 건보료 인하 혜택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최저보험료가 도입돼도, 현재 최저 월 건보료(3860원)를 내는 가정을 비롯해 월 보험료가 1만3000원 이하인 경우는 현재 금액대로 건보료를 내도록 했다. 또 재산(주택·부동산) 보험료를 낮추기 위해 공제 제도를 신설한다. 우선 5000만원(시가 1억원) 이하 부동산에 한해 500만~1200만원을 빼준다. 내년부터 349만 가구가 혜택을 본다.

    월급외 소득 3400만원 넘으면 별도 부과

    건보료 1단계 개편안 적용 시 기대 효과
    건보료가 오르는 사람도 있다. 정부안에 따르면, 월급 말고 다른 소득이 일정액 이상 있는 직장인은 보험료를 따로 내야 한다. 추가 건보료를 내는 '월급 외 소득' 기준액을 연간 7200만원에서 3400만원으로 낮춰 약 13만명이 대상자가 될 전망이다. 가령 월급 295만원과 다른 소득이 5000만원(사업+이자+배당소득)이 있는 A씨는, 지금은 월급에 해당하는 건보료(9만원)만 내지만 앞으로는 추가 소득분 월 8만1590원을 합쳐 모두 17만1590원을 내야 한다.

    고액 연금 수급자 월 2만원 더 낸다

    정부 개편안은 고액 연금 수령자들에게 상대적으로 불리하다. 현재 연금액의 20%를 연금 소득으로 인정해 건보료를 부과하지만 내년부터는 30%로 올릴 방침이기 때문이다.

    가령 연금 3600만원(월 300만원) 수급자는 연금 소득 인정액이 720만원에서 1080만원으로 오르면서 건보료를 월 1만2570원(월 7만8480원→9만1050원) 더 내야 하는 것이다. 2021년에는 이 기준이 40%로 오르면서 건보료는 9만9130원, 50%가 적용되는 2024년엔 11만4400원으로 오른다.

    연금 월 200만원 수령자는 내년 건보료 상승액이 월 6470원(6만8240원→7만4710원)이다. 여기서 말하는 연금은 국민연금·공무원연금 같은 공적 연금을 말하는 것으로, 개인연금은 소득에 포함시키지 않는다.

    은퇴자·실직자 30%는 건보료 올라

    3년 전 회사에서 퇴직해 자녀 셋과 사는 B씨는 자영업으로 버는 소득이 연간 424만원(실제 수입액 4240만원에서 사업 필요 경비를 뺀 금액)이다. 전세 5000만원 집에 살면서 1600㏄ 이하 승용차를 가진 B씨는 현재 가족의 연령·성별 등을 고려한 소득 보험료(6만3000원)와 전세·자동차 보험료를 모두 합쳐 월 7만9000원 건보료를 내고 있다.

    하지만 B씨 건보료는 2018년부터 월 4만8000원으로 뚝 떨어진다. 정부 개편안에, 1600㏄ 이하 자동차는 건보료가 면제되고, 가족 수 등에 따라 내는 건보료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현행 제도상 직장 가입자에서 지역 가입자로 신분이 전환된 퇴직자들의 61%가 건보료(본인 부담금)가 오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정부 개편안을 적용하면 재산·자동차 공제 등으로 퇴직자의 29%만 건보료가 인상된다. 열 명 중 세 명은 건보료 인상이라는 짐을 여전히 떠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저소득층보다 오히려 실직·퇴직으로 소득이 끊겼는데도 건보료를 갑자기 월 10만원 넘게 내야 하는 경우가 더 고통이 클 수 있다"면서 "재산·자동차에 매기는 건보료 비중을 더 줄여야 한다"고 말한다.

    "너무 느슨한 장기적 개편" 지적도

    정부 개편안은 건보료 부과 체계를 소득 위주로 점진적으로 개편해 국민 수용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앞으로 2026년까지 직장(소득)과 지역(소득+재산+자동차)의 건보료 부과를 계속 이원 구조로 가겠다는 정부 개편안은 지난 2000년 건보 직장·지역을 통합하면서 내세웠던 '소득 일원화' 원칙을 스스로 포기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3년 주기, 3단계 추진으로 9년에 걸쳐 시행한다는 것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9년간 대선을 2번이나 치르는 과정에서 정부의 장기 개편안은 유명무실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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