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용인시에서는 지난 2012년 허리띠 졸라매기 바람이 일어났다. 그동안 관행적으로 열려오던 '동민의 날' 등 각종 행사를 취소하고 관련 예산을 반납하는 움직임이 잇따랐다. 공무원들의 봉급 인상 포기, 업무추진비 삭감도 추진됐다. 경전철 관련 국제소송에 따른 배상금(5159억원) 조달을 위해 지방채 4420억원을 발행하는 과정에서 중앙정부가 고강도 자구 노력을 조건으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경전철은 사업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에도 1조원이 넘는 돈을 투입해 무리하게 추진, 용인시 재정을 파국으로 내몰며 주민소송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한때 '전국 자치단체 채무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파산 위기까지 몰렸던 용인시가 최근 '채무 제로' 도시를 선언하면서 환골탈태했다. 불과 2년여 만에 8000억원을 넘었던 빚을 청산했다. 정찬민 시장은 17일 기자회견을 갖고 2014년 7월 취임 당시 지방채 4550억원, 용인도시공사 금융채무 3298억원 등 7848억원에 이르렀던 채무를 모두 갚았다고 발표했다. 이자 363억원까지 포함하면 실제 상환액은 8211억원에 달한다. 민간투자사업인 하수관거 임대료와 경전철의 관리운영권 가치상각액 등 장기 우발부채 등은 해당하지 않는다.
◇긴축 재정, 공무원 고통분담
지난 2014년 7월 민선 6기 정 시장이 새로 취임했을 때 재정위기 타개가 가장 큰 과제였다. 정 시장은 4년 임기 이내에 '채무 제로'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 긴축재정을 운영하고 혹독한 채무관리와 구조 조정에 나섰다. 우선 경상비를 대대적으로 절감하고 대규모 투자사업도 축소했다. 5급 이상 공무원은 기본급 인상분을 자진 반납하고 직원들은 맞춤형 복지포인트를 50% 삭감했다. 업무추진비, 초과근무수당, 일·숙직비, 연가보상비, 여비 등을 25~50%까지 삭감해 고통을 분담했다.
심지어 비품 구입비를 절감하기 위해 사무용 집기를 중고로 매입하기도 했다. 시민체육공원처럼 대규모 예산이 들어가거나 당장 시급하지 않은 사업은 축소하거나 시기를 늦췄다. 또 세수 증대와 세입 확대에도 나서 체납세 징수를 독려하고 유휴 공유재산 매각을 추진했다. 이자가 높은 차입금은 조기 상환하거나 경기도 지역개발기금 등 저리 재원으로 전환하는 재테크를 통해 재정 부담을 줄였다.
특히 경전철과 더불어 재정 악화의 주범이었던 역북지구 도시개발사업의 타개에도 나섰다. 처인구 역북동 41만㎡에 인구 1만1000명을 수용하는 이 사업은 부동산 경기 침체로 토지 매각이 지연돼 용인도시공사는 자본잠식에 부채비율이 무려 448%까지 치솟았다. 용인시는 정 시장이 손수 홍보 팸플릿을 들고 기업들을 찾아다니는 등 세일즈를 펼쳤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정 시장 취임 당시 2974억원이던 경전철 지방채는 2015년 9월 조기 상환했고, 역북지구 도시개발에 따른 용인도시공사 금융채무 3298억원도 2016년 4월에 모두 갚았다.
◇안정적 행정 운영 기대
채무 제로 달성에도 용인시는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비록 안정적인 재정 운용의 발판은 마련했으나 작년 중앙정부에서 추진한 지방재정 개편이라는 돌발변수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지방재정 개편으로 조정교부금 등이 줄어들어 올해 200억원, 내년에 500억원, 2019년에는 최대 1000억원가량의 재정손실을 예상하고 있다. 이 때문에 건전재정을 유지하기 위해 지금까지 추진해 온 긴축재정 기조는 바꾸지 않을 방침이다. 그러나 채무 제로로 생긴 여유분은 그동안 빚 때문에 하지 못했던 교육·복지·도시정비 등 3대 분야에 집중 투자하기로 했다.
용인시는 채무의 터널에서 빠져나오면서 도시 발전에도 장밋빛 미래가 열릴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에는 용인 테크노밸리를 비롯한 산업단지 유치가 대거 추진되면서 호재가 잇따르고 있다. 이 같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경기도에 옛 경찰대 부지로 도청 이전을 건의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