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01.24 03:06 | 수정 : 2017.01.24 15:05

    [Cover Story]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업가 정신으로 사회문제·비즈니스 동시에 해결

    인공지능·사물인터넷(IoT)·로봇 등이 주축이 되는 4차 산업혁명이 가속도를 내면서 일자리에 대한 불안감이 치솟고 있다. 지난해 청년 실업률은 9.8%로 역대 최고였고, 연간 실업자 수도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었다(2016 통계청). 글로벌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면서 저출산 고령화, 공동체 붕괴, 소외 계층 급증 등 신(新)사회문제도 커지고 있다. 더나은미래는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업가 정신으로 사회문제 해결과 비즈니스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소셜이노베이터(Social Innovator)'들을 만났다. 사회문제를 들여다보고 일자리를 만들어낸 7인의 소셜이노베이터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1 안전사고 터질 때마다 대안 기술 내놓는 '포드림'

    [더 나은 미래] 소셜이노베이터 7인을 만나다
    포드림 제공
    2008년 국보 1호 숭례문 화재 사건부터 2012년 북한 병사가 군사분계선 철책을 뚫고 남하, 군 감시망이 무방비로 뚫렸던 '노크 귀순' 사건, 2014년 304명의 희생자를 낳은 세월호 참사까지. 대한민국을 뒤흔드는 안전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대안 기술을 개발해온 기업이 있다. 주인공은 바로 사회적 기업 '포드림(4dream)'. IT 전문가, 전직 경찰, 소프트웨어 개발자 등 20여명의 전문가가 포진해 있는 이곳에선 지난 10년간 문화, 사회 안전망, 배움터, 환경 등 네 가지 분야의 재난과 범죄를 방지하는 30여개 자체 기술이 탄생했다. 연간 매출액도 24억원에 달한다. 김원국(43) 포드림 대표가 회사 설립 계기를 설명했다.

    "포드림은 원래 10년간 경찰 사이버테러대응센터에서 사용하는 디지털 증거 분석 솔루션을 만들던 회사였습니다. 그러다 숭례문 화재 모습을 목격했어요. '우리 기술이 이 정도밖에 안 됐나' 싶었죠. 그 후 기존 기술들을 모두 팔고 동료 5명과 함께 문화재 재난 관리 시스템 개발부터 새롭게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문화재 관리 기술에 대한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적었고, 개발이 장기화되면서 자금난이 계속됐다. 동료들과 10억여원을 모아 연구에 매진한 결과 센서로 문화재의 온도·습도·연기 등을 감지해 실시간 분석하고 위험 상황이 발생하면 조기에 유관 기관 및 관계자에게 알려주는 '안단테(Andante)' 시스템을 개발해냈다. 이 시스템은 현재 수원 화성, 해인사 등 100여곳에 적용, 140개 문화재를 보호하고 있다. 스리랑카의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으로 2400년 된 대표 사찰 '락 템플'과 '골든 템플'을 6년째 전담 관리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수류탄 폭발 사고를 접한 포드림은 사람이 가까이 있으면 터지지 않는 센서 모듈을 개발하고, 세월호 침몰 후엔 추락 지점뿐 아니라 바람·조류·해류 등을 자동 반영해 떠내려간 곳을 예측하는 조난 방지 시스템을 만들어 특허도 출원했다. 산불 감시 시스템, 학교 폭력 예방 시스템, 수배 차량 위치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CCTV 통합 관제 등 기술 종류도 다양하다. 안전 문제와 관련된 제도 개선 옹호 활동(Advocacy)도 펼친다. 최근엔 드론의 무질서한 사용을 예방하고자 드론관제소를 설립하고, 관련 비영리단체와 함께 드론 사용자 등록부터 운영 관리 표준화를 정부에 건의 중이다.

    "안전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관심'의 문제더라고요. 기술보다 더 중요한 건 문제를 그냥 지나치지 않고 '꼭 해결하겠다'는 간절함 같습니다."

    2 3D프린터로 장애인용 필기 보조 기구 만드는 '그립플레이'

    [더 나은 미래] 소셜이노베이터 7인을 만나다
    그립플레이 제공
    "뇌병변 장애 아동들은 펜을 들 수 있는 힘이 없습니다. 절단 장애인을 위한 의수(義手)처럼 신경계 이상으로 손을 자유롭게 움직이기 힘든 이들을 위한 필기 도구가 필요한 상황이었죠. 3D프린팅 기술이라면 각자의 손에 맞는 필기구 제작이 가능할 거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이준상(33)씨가 사회적 기업 '그립플레이'를 설립한 계기를 설명했다. 그립플레이는 3D프린팅 기술로 뇌병변·척수 장애 등으로 손을 움직이기 어려운 이들을 위해 필기 보조 기구를 제작하는 기업이다. 기존 장애인 필기구는 대·중·소 세 가지 사이즈뿐이었지만, 그립플레이는 3D프린터로 개인별 맞춤형 제작이 이뤄져 인기가 높다. 게다가 모든 제품이 옥수수 전분 등 친환경 소재로 제작된다. 처음엔 장애인의 가정이나 회사를 직접 방문해 손 모양과 치수를 측정했지만, 지난해부터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 보내주면 측정값을 분석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해 지방에 있는 장애인들도 주문 제작할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됐다. 올해는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식사 보조 기구, 타이핑용 보조 기구 등 파생상품 개발까지 예정돼 있다. 이러한 혁신성과 품질을 인정받아 그립플레이 제품은 2016년도 장애인 고용공단 건강보험 수가 지정 품목으로 등록돼 신청하면 사용을 지원받을 수 있다. 3D프린팅 제품 중 최초 인증이다. 올해 목표는 장애인 아동들에게도 무료 보급을 확장하는 것이란다.

    "2011년 미대생 시절 장애인 예술가들의 자립 방안을 찾는 영국 탐방을 장애인 4명과 함께 다녀왔어요. 약속 장소는 휠체어 탄 친구들을 위해 턱이 없는 곳으로 정하고, 청각 장애인들이 입 모양을 잘 볼 수 있게 크고 또박또박 말해야 했죠. 그때부터 '장애인의 애로 사항을 해결하는 방법'을 고민하게 됐습니다."

    이후 '한국장애인국제예술단'에서 장애인 예술가들의 공연 기획·제작을 하던 그는 신경계 이상 장애인들에게 맞춤 필기구가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됐고 3D프린팅 기술을 독학하기 시작했다. 전문성을 더하기 위해 지난해엔 미국 스탠퍼드대 디자인싱킹 과정까지 수료했다. 대학에서 조각을 전공한 만큼 다양한 색깔과 무늬를 가미한 디자인으로 제품 완성도도 높였다. 문제 해결을 위한 철저한 준비와 노력 덕분일까. 그립플레이는 설립 2년 만인 지난해 매출 1억원을 달성했고, 최근엔 캐나다 정부도 제품의 수입을 고려하고 있다. 이씨는 "앞으로 보조 기구 제작 방법과 정보를 모두 무료로 공개할 계획"이라며 "장애인들이 개발 소스를 다운받아서 자신만의 제품을 직접 만들 수 있게 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3 공유 서비스로 어린이 통학 안전 지키는 '셔틀타요'

    [더 나은 미래] 소셜이노베이터 7인을 만나다
    셔틀타요 제공
    지난 2013년 김세림(3·충북 청주)양은 자신이 다니는 어린이집 통학 차량에 치여 목숨을 잃었다. 이후 어린이 통학 차량 안전 지침을 담은 '세림이법'이 시행됐지만, 사고는 끊이지 않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8월 어린이 통학 차량 전문 업체인 '셔틀타요'를 창업한 남자가 있다. 바로 손홍탁(30)씨다.

    학원 관련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 창업을 준비하던 그는 자연스레 통학버스 문제의 심각성을 알게 됐다. 학원에선 통학 차량 운행 때문에 전체 운영비의 30%가 넘는 금액을 지출해야 했고, 안전 요원의 동승이 의무화되면서 부담은 훨씬 커지게 됐다. 학원업계의 반발로 2년간 유예됐던 동승자 탑승 의무 규정도 오는 29일부터 적용된다. 기사들도 마찬가지다. 열악한 근무 환경에 설상가상으로 사비를 들어 차량까지 개조해야 하는 상황. 이에 손씨는 학원 간 통학버스를 '공유'하는 비즈니스 모델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대상은 통학 차량 운영에 부담을 느끼는 소규모 학원들이다. "대부분 12인승이라 항상 남는 자리가 있어요. 그러니 근처 다른 학원 학생들도 태우자는 거죠. 6명을 태우든 12명을 태우든 차량 유지비는 비슷하거든요. 학원별 공강 시간에 다른 학원 통학버스를 운영할 수도 있죠. 이 모든 동선을 관리해주는 회사가 있다면요."

    셔틀타요는 의무 안전 설비가 장착된 최신 연식의 통학 차량을 제공하고, 각 학원 간 셔틀 동선을 관리해주고 있다. 기사들이 개인 차량이 아닌 '자가용 유상 운송 허가권'을 발급받은 법인 소유의 차량을 운전하게 되는 것. 셔틀타요에서 아이들의 등·하원 정보와 탑승 장소 등의 데이터를 관리해주기 때문에 기사들은 운전에만 집중할 수 있다. 자체 개발한 데이터 관리 시스템으로 달라지는 등·하원 정보도 실시간 업데이트된다. 학원 입장에서도 비용 부담이 줄어든다. A학원이 150만원씩 내던 통학버스 운영비를 A학원, B학원이 100만원씩 내도 기사 입장에서는 임금이 늘어난다. 학원은 절약한 50만원으로 동승자 비용과 셔틀타요 플랫폼 이용비도 지불할 수 있다. 이런 비즈니스 구조 덕분에 셔틀타요는 기사들에게 평균 15% 높은 임금과 4대 보험, 퇴직금, 복지비 등도 제공하고 있다.

    학원 원장들의 반응도 뜨겁다. 위례신도시에서 사업을 시작한지 3개월 만에 셔틀을 공유하는 학원이 18곳으로 늘어난 것. 손씨는 "학원도, 기사님도 윈·윈 하는 시스템 속에서 아이들의 안전이 보장받을 수 있다"며 강조했다.

    4 유튜브 채널로 아동 교육 콘텐츠 보급하는 기업 '샌드박스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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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샌드박스네트워크 제공
    구독자 145만명을 보유한 유튜브 게임 채널의 주인공이 아동 교육 콘텐츠 보급에 뛰어들었다. 국내 대표 MCN(Multi Channel Network·온라인 플랫폼을 중심으로 한 콘텐츠 창작자 네트워크) '샌드박스네트워크'의 설립자이자 CCO(콘텐츠 총책임자)인 나희선(31·이하 도티)씨 이야기다. 2014년 설립된 샌드박스네트워크에 소속된 1인 창작자는 100여명. 이들이 생산하는 콘텐츠의 월간 조회 수는 무려 4~5억뷰에 달한다. 창업 2년 만에 5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할만큼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대학생들에게 구글이나 페이스북이 '꿈의 직장'이라면, 샌드박스네트워크는 SNS·유튜브 등 IT에 밝은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꿈의 직장'으로 불린다.

    샌드박스네트워크가 운영하는 아동 교육 콘텐츠 전문 유튜브채널 '샌드박스에듀케이션'은 1년 만에 구독자 18만명에 달하는 인기 채널로 자리매김했다. 도티가 콘텐츠 총책임자로서 기획을 맡고, 직접 주인공이 돼 1년간 다양한 교육 콘텐츠를 제작했다. 그가 홍길동이 되어 고려시대를 여행하는 '도길동의 여행'은 42만, 전래동화 '옹고집전'을 각색한 '옹도집전'은 100만 조회 수를 기록했다. 친구의 소화기관을 여행하며 병을 고쳐주는 '몸속대탐험'의 누적 조회 수는 290만을 기록하며 세계 최대 콘텐츠 마켓인 'MIP'에 소개됐다.

    도티가 1인 창작자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은 군을 전역한 27세 무렵. 그는 "방송국 PD를 지망하며 공부하던 중, 온라인으로 콘텐츠 유통의 중심이 옮겨가는 것을 보고 유튜브 채널 운영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피겨스케이팅 김연아 선수 팬이라 처음에는 경기 편집 영상 등을 업로드했어요. 구독자 수가 폭발적으로 늘기 시작하면서 2013년부터 마인크래프트 등 게임 플레이 영상을 새롭게 올리기 시작했죠. 호기심과 취미로 시작한 일이 어느새 직업이 될 만큼 자리가 잡혔어요. 함께 콘텐츠를 만들던 잠뜰, 태경과 함께 MCN 회사 샌드박스네트워크를 설립했습니다."

    게임 콘텐츠 창작자로 승승장구하던 그가 어린이 교육 채널 '샌드박스에듀케이션'을 론칭한 것은 2015년 6월, 계기는 유튜브 채널에 달린 어린이 구독자들의 댓글이었다.

    "제 채널 구독자가 주로 어린 친구들이다보니 학업에 대한 고민 토로가 많았습니다. '도티님 영상 보고 바로 학원 가야해요' '요즘 학교에서 분수를 배우는데 너무 어려워요' 이런 댓글을 볼 때마다 안타깝고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고민이 됐죠. 이에 구글의 제작 지원을 받아 본격적으로 공부가 되는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샌드박스에듀케이션 채널의 인기 비결은 모든 콘텐츠가 상호작용으로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전래동화 상황극이 재밌다'고 하면 신화를 활용한 상황극을 더 만들고, 학교에서 수학 공식이 어려웠다고 하면 그걸 좀 더 쉽게 푸는 콘텐츠를 기획한다. 샌드박스네트워크에 소속된 1인 창작자들이 주로 플레이하는 '마인크래프트' 게임을 활용해, 직접 만든 이 콘텐츠들은 새로운 방식의 아동 교육 콘텐츠의 장(場)을 열었다는 평을 얻었다.

    "1인 창작자의 생태계 확장을 위해 채널 브랜딩, 키워드 설정, 콘텐츠 제작을 지원하는 '샌드박스아카데미(SBA)'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교육비는 전액 무료고, 가능성 있는 창작자와는 정식으로 계약을 맺습니다. 다음 세대의 미디어를 이끌어갈 창작자들은 내가 업로드한 영상을 본 사람들의 시간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5 개도국 자립 돕는 지속 가능한 패션 브랜드 '케이오에이'

    [더 나은 미래] 소셜이노베이터 7인을 만나다
    케이오에이 제공
    "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이 땅콩 회항 사건으로 검찰에 출두할 때 입었던 옷이 이탈리아 명품 '로로피아나' 제품입니다. 2000만원짜리 옷이에요. 캐시미어 소재로 제작되는데, 원산지는 몽골입니다. 사람들은 이탈리아 브랜드라고 하면 높은 값을 쳐주지만, 몽골 브랜드라고 말하면 무시하죠. 에르메스·루이뷔통 브랜드 가죽의 40%가 아프리카산이란 사실 아세요?"

    중국·몽골·방콕·러시아 등 국제무대를 7년간 누빈 유동주(37) '케이오에이(KOA)' 대표는 개도국에서 만난 사람들의 '가치 있는 자원'에 주목했다. 대학 졸업 후 국제 NGO, 코이카 개발 협력 요원, UN 산하 기구 등에서 일하며 개도국의 자원이 소득으로 이어지지 않는 점에 안타까움이 많았다고 한다. 2010년 한국으로 돌아와 현대차 기획실, 경영전략실에서 3년간 근무했지만 '개도국 비즈니스'에 대한 갈증은 해소되지 않았다. 결국 2014년 사표를 내고 아프리카로 떠났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에서 은퇴한 시니어 디자이너가 공방을 만들어 아프리카 사람들과 가죽 가방을 만드는 현장을 방문했다. "개도국 주민들에게 부족한 것은 디자인 능력과 브랜딩 그리고 판로 개척이었어요. 좋은 원단과 명품 디자인을 결합하면 승산이 있을 것 같았습니다."

    유씨는 2014년 10월 지속 가능한 패션 디자인 회사 '케이오에이(KOA)'를 창업했다. 우선 몽골 현지에서 공수한 캐시미어 원단에 이탈리아 디자이너의 손길을 덧입혀 '르캐시미어'라는 의류 브랜드를 론칭했다.

    염소 한 마리로부터 1년간 얻어지는 캐시미어는 단 500g. 캐시미어 스웨터 한 장을 만드는 데는 염소 5~6마리가 필요하다. 게다가 몽골 염소가 이중 털 구조를 가지고 있어 빠지는 털을 빗질로 일일이 걷어내어 채취해야 한다. 캐시미어 브랜드가 값비싼 이유다. 성인용 캐시미어 브랜드로서는 여타 명품 브랜드와 경쟁하기 어려웠지만, 아직 아동용 캐시미어 의류를 판매하는 브랜드는 없었다. 아동용 의류는 사이즈가 다양하지 않기 때문에 재고를 줄이기에도 용이했다.

    자체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한 르캐시미어는 젊은 엄마들 사이에서 소문을 타고 오픈 한 달 만에 압구정 현대백화점에서 입점 요청까지 받았다. 현재 '르캐시미어' 브랜드는 압구정 갤러리아백화점, 강남 신세계백화점, 무역센터 현대백화점 등에 입점해 있다. 지난해에는 2015년에 비해 매출이 200% 성장했다.

    유씨가 고안한 개발 협력 비즈니스의 핵심은 '서브 브랜드 전략'이다. 그는 캐시미어 목도리를 판매하는 2차 서브 브랜드인 '르캐시미어 바이 블루라벨'을 론칭했다. 이는 몽골 주민들이 원단 생산부터 디자인까지 오롯이 담당하는 브랜드로 매출의 100%를 현지가 가져가는 구조다. 서브 브랜드의 매출과 회계를 별도로 운영해 모든 이익은 현지 생산자에게 돌아가도록 구조를 짰다.

    인도네시아 폐목재를 공수해 만든 휴대폰 케이스 '에티크(ETEAQ)' 역시 그가 만든 또 다른 서브 브랜드다. 에티크 제품에는 특정 번호가 각인돼 있는데, 제품을 구매하면 번호와 동일한 나무 한 그루가 심겨진다. 자체 개발한 사이트에 고유번호를 입력하면 구글어스 기반으로 나무의 실제 모습까지 확인할 수 있다.

    유씨는 "개발도상국의 경쟁력 있는 원재료를 발굴해 현지인들이 만드는 브랜드들이 100개, 1000개까지 늘어나는 것이 회사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6 여성용품 쇼핑몰로 저소득층 소녀 돕는 '이지앤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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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지앤모어 제공
    여자라면 한 달에 한 번, '그날'의 불편함을 겪는다.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려운 월경일 때문에 그리고 각종 통증과 불쾌한 냄새 때문에. 이지앤모어는 모든 여성에게 '편리한 월경 라이프'를 제공하는 소셜 벤처로 각자의 월경 라이프에 맞는 생리대를 맞춤형으로 주문하는 전문 쇼핑몰을 운영한다. 생리량에 따라 대형·중형·오버나이트 중 사이즈를 선택 및 추가 구성해 한 달의 패키지를 구매할 수 있다.

    이지앤모어의 안지혜(31) 대표는 "생리대를 구매할 돈이 없어 일회용 생리대를 5~6시간 이상 교체하지 못하거나 대체품을 사용하는 아이들을 알게 됐다"며 창업 동기를 설명했다.

    안 대표는 비즈니스에 사회적 가치를 덧입힌 상품을 만들었다. 각자의 월경 라이프에 맞는 생리용품 '모어박스' 한 세트가 판매될 때마다 저소득층 소녀들에게 생리대 1팩이 기부되는 시스템이다. 이러한 뜻에 동참하는 유통사, 제조사, 생리대 브랜드도 갈수록 늘고 있다.

    각자의 이윤을 조금씩 양보해 이지앤모어에서 판매되는 생리대 가격 단가를 확 낮춘 것. 현재 보통의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되는 릴리안 초흡수 중형 사이즈 1팩(16개입) 가격은 최저 2600원에서 최대 6300원 수준.

    반면 이지앤모어 쇼핑몰에서는 2700원에 판매되고 있다. 더 많은 소비자가 저소득층 소녀들을 위한 기부에 동참하도록 가격 경쟁력을 높인 것.

    ㈜깨끗한나라의 릴리안 브랜드 대리점을 시작으로 릴리안, 순수한면, 예지미인, 내츄럴코튼, 나트라케어, 좋은느낌 등 생리대 대표 브랜드들도 동참하고 있다. 저소득층 소녀 한 명에게 2개월분의 생리대를 지원하는 기부형 상품 '이지박스'도 출시했다.

    지난해 4월엔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에 이지박스 소개와 함께 생리대가 없어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층 소녀들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하루 평균 매출이 300만원이 넘을 정도로 대중의 반응은 뜨거웠다. 사회 공헌도 열심이다. 부스러기사랑나눔회, 밀알복지재단 등 파트너 단체를 통해 총 425명의 저소득층 소녀에게 매월 생리대를 기부하고 있다. 지난해 저소득층 소녀들에게 기부한 '이지박스(2개월분의 생리대)'만 3695박스에 달한다.

    안 대표는 "회사가 매달 생리대를 기부하고 있는 400여명 의 아이가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을 때까지 지속적으로 도와야 한다"면서 "이것이 이지앤모어가 매출을 올려야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7 3D 모델링 기술로 세월호 내부 구현한 건축가, '어반베이스' 설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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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반베이스 제공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침몰 뉴스를 접한 한 남자가 컴퓨터 앞에 자세를 고쳐 앉았다. 당시 물이 차오르고 있는 세월호 내부 구조를 파악할 수 있는 유일한 단서는 종이에 그려진 도면뿐. 마침 설계도를 자동으로 3D화하는 기술을 연구 중이던 하진우(35) 어반베이스 대표는 세월호 설계도와 내부 사진을 바탕으로 3D 모델링 작업을 하고, 해당 파일을 해경에 전달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한 시간마다 하 대표에게 '모델을 더 기울여달라'는 요청을 보내왔고, 그는 30m 해수면 아래 완전히 누워있는 세월호를 구현하는 작업까지 지원했다.

    "그날 이후 이 기술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낯선 건물 안으로 불을 끄러 들어가야 하는 소방관이나, 건물에 숨은 범인을 진압해야 하는 경찰 등 사회 안전을 위해 일하는 분들께 도움이 될 수 있으니까요."

    그가 2013년 설립한 IT 스타트업 어반베이스의 핵심 기술은 2D 도면을 1~2초 만에 3D 모델로 구현하는 것. 도면에 그려진 그림 파일을 얹어놓기만 하면 미리 입력된 건축법규와 그간 학습된 도면 정보에 따라 프로그램이 공간의 쓰임새를 추측해낸다. 이 건축판 '인공지능'에 국내외 투자자들은 10억원을 투자했다. 어반베이스가 제공하는 정보는 아파트 약 120만 세대. 모두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독자 기술력을 인정받아 특허도 등록됐다.

    건축가로 활동하던 하 대표는 설계 능력과 평소 익혀둔 코딩 기술을 조합해 2014년 본격적인 연구개발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논현동 옥탑방에서 혈혈단신으로 일했지만, 지금은 12명의 직원을 둔 어엿한 CEO다.

    지난해 7월 정식 서비스를 론칭한 후, 계약을 맺은 제휴사만 30여 곳이 넘는다. 실거래가를 공개하는 부동산 정보 플랫폼 '호갱노노'는 집을 찾는 이들에게 어반베이스 도면을 통해 공간을 미리 보여주고, 디자인 가구 기업 '카레클린트'는 어반베이스의 집 꾸미기 서비스에 3D 상품 모델을 도입해 가상현실 속에서 미리 가구를 배치할 수 있도록 구현했다. 세상에 없던 기술로 새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만큼, 후배 건축가들을 위한 고민도 생겼다. 지난 12일에는 젊은 건축가를 위한 교양교육단체 '공동건축학교'를 찾아 미래의 건축에 대한 강의를 펼쳤다.

    "4차 산업혁명을 두고 흔히 '노동의 종말'이라고 합니다. 건축도 예외는 아닐 겁니다. 하지만 공간을 만드는 사람이 가지는 책임은 막중합니다. 하나의 프로젝트에 많게는 수천억원의 비용이 들어가고, 작은 실수로도 수많은 인명 피해가 생기기 때문이죠. 철저한 검증과 높은 윤리 기준이 필요한 영역인 만큼,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충분히 남아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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