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서울 사람

    입력 : 2017.01.21 03:03

    [마감날 문득]

    택시기사에게 "광화문 네거리 가주세요" 했더니 "네거리 어디쯤이오?" 했다. "동화면세점 있는 데요" 하니까 "아, 옛날 국제극장 자리?"라고 되물었다. 갑자기 반가운 생각이 들었다. 이분은 서울 토박이이거나 최소 40년 가까이 서울에 산 사람이다. 지금 동화면세점이 있는 자리에 국제극장이 있었고 거기서 취권인가 소권괴초인가 하는 성룡 주연 영화를 개봉해서 대박이 났던 일도 알고 있을 것이다.

    서울에 인구가 몰리면서 서울 토박이가 상대적으로 적어졌고 택시 운전하는 분들이 서울 지리를 잘 모르는 일이 허다하기 때문에 서울에서 서울 사람이 서울 사람을 만나면 약간 반가운 생각마저 드는 것이다.

    서울 태생이 아닌 사람을 한꺼번에 만난 것은 대학에 들어가서였다. 강원도와 충청도, 제주도 친구들은 그나마 억양이 덜 튀었지만 전라도와 경상도에서 온 학과 동기들은 어린 마음에 서울 말씨를 배우려고 무진 애를 썼다. 그중 대구에서 온 한 친구는 어느 날 "어떻게 하면 서울 말씨를 쓸 수 있는지 알아냈다"며 "문장 끝을 무조건 올리면 된다"고 했다. 서울 아이들이 공중전화로 통화하는 내용을 유심히 듣고 내린 결론이라고 했다. 모든 문장 끝 억양을 올리는 그의 서울말은 도저히 들어줄 수 없는 지경이었는데, 그는 정작 자신의 서울말이 '쌀'을 '살'이라고 발음하는 것 말고는 완벽하다고 믿었다. 그는 그러나 온갖 쌍시옷 욕설은 완벽하게 발음했다. 항상 "와 나는 ○○은 되는데 살은 안 되노!" 하고 짜증을 내곤 했다.

    엊그제 경상도 출신 후배들과 저녁을 먹다가 사투리 이야기가 나왔다. 어떤 사람은 사투리를 금방 고치고 또 어떤 이는 애초 고칠 생각이 없는 것 같고 어떤 사람은 아무리 고치려고 해도 안 된다는 뭐 그런 이야기들이었다. 대구 출신으로 서울 생활 20년이 넘은 후배는 서울말을 쓰고 싶어도 잘 안 된다는 경우였다. 장남인 그가 말했다. "내도 사실은 서울 출신 아입니꺼. 울 아부지 어무이가 신혼여행을 서울로 왔거든. 그러니까 출신은 서울 아인교." 우리 모두 술이 과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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