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의 '뇌물 수사' 첫 문턱을 못 넘다

조선일보
입력 2017.01.20 03:03 | 수정 2017.01.20 08:25

법원, 삼성 이재용 영장 기각 "대가 관계, 특검의 소명 부족"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박근혜 대통령 측에 433억원의 뇌물을 준 혐의로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이 19일 새벽 기각됐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이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들로부터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명목으로 774억원의 뇌물을 수수했다는 내용 등을 중심으로 진행돼 온 특검 수사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영수 특별검사 등 특검팀 간부들은 영장 기각 소식이 알려진 직후인 이날 오전 6시 30분 출근해 긴급 대책회의를 가졌다. 이규철 특검보는 "법원의 영장 기각 결정은 매우 유감"이라며 "영장 기각 사유를 면밀히 검토한 뒤 필요한 조치를 강구해 흔들림 없이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이 특검보는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 재청구 여부를 묻는 말에는 "아직 결정된 게 없다"고 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조의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8일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시작한 지 약 18시간 만인 19일 새벽 4시 50분쯤 "뇌물죄 성립 요건인 대가 관계나 부정한 청탁에 대한 소명(疏明)이 부족하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박 대통령의 강요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지원한 피해자라는 삼성 측 주장을 받아들인 셈이다.

조 부장판사는 "지원 경위에 관한 구체적 사실관계와 그 법률적 평가를 둘러싸고 다툼의 여지가 있고, 현재까지 수사내용 등에 비춰볼 때 구속 필요성과 상당성(타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뇌물 수수 혐의'를 받는 박 대통령에 대해 조사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 부회장을 구속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특검팀 관계자는 "대통령 대면조사는 현실적으로 당장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 청구가 성급했다는 지적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 특검팀은 "2월 초 박 대통령을 조사하겠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도 했다. 그러나 삼성 관련 보강 수사가 필요하고 다른 대기업들에 대한 조사도 남아 있어서 대통령 조사 일정이 늦춰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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