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노동하기 위해 학원까지 다니는 대학생들

입력 2017.01.20 03:03 | 수정 2017.01.20 08:01

4시간짜리 수업 들어야 인부 자격
20代 수강자 3년만에 3배로 늘어

'건설업 기초안전보건교육' 20대 이수자 추이
18일 오전 서울 대림동의 한 건설업 기초안전보건교육원. 숭실대 재학생 정진혁(가명·26)씨는 이곳에서 4시간짜리 수업을 들은 후 이수증을 받고 환하게 웃었다. 이 이수증이 있어야 건설 현장에서 인부로 일할 수 있다. 수강료는 4만원이다. 이날 수강생 12명 가운데 절반인 6명이 정씨 같은 남자 대학생들이었다.

정씨는 오는 설 연휴 동안 고향에 가지 않고 서울에 남아 건설 현장에서 일할 생각이다. 그는 "본격적으로 취업 준비를 시작해야 하는데 각종 시험 응시료와 학원비 등 돈을 써야 할 일이 너무 많다"며 "명절에 남들이 쉴 때 하루 10만원 넘게 벌 수 있는 노가다(막노동)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건설 현장 일용직의 하루 평균 임금은 11만~13만원 정도다. 이 중 10%가량을 인력사무소가 소개비 명목으로 떼가도 10만원 정도 남는다.

같은 날 한양대 재학생 박우진(가명·24)씨도 서울 구로구의 한 교육원에서 이수증을 땄다. 그는 "정규 알바(아르바이트)는 주중, 주말에 수시로 일을 해야 하는 데다 시급(時給)도 최저임금 수준으로 낮다"며 "막노동은 짧은 기간 내에 쉽게 구할 수 있고, 임금도 센 편이라 도전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편의점 알바를 했던 대학생 김모(26)씨는 "혹시라도 막노동을 하다 다치면 부모님이 걱정하실까 봐 일부러 말씀드리지 않았다"고 했다.

겨울 방학을 맞아 대학생과 취업준비생들이 '단기간 고수익 알바'로 통하는 막노동에 뛰어들고 있다. 본지가 18일 오전 서울 지역의 기초안전보건교육원 5곳을 찾아가보니, 전체 수강생 52명 중 22명이 대학생이나 취준생들이었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교육원 관계자는 "건설 일용직 공고가 많이 나오는 설 연휴 직전을 앞두고 바짝 돈을 벌어보겠다는 대학생들의 문의 전화가 최근 일주일 새 20여통 이상 걸려왔다"고 했다. 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건설업 기초안전 보건 교육을 이수한 20대는 2013년 3만4651명에서 지난해 10만839명으로 3년 만에 거의 3배로 늘었다.

하지만 막노동에 익숙하지 않은 대학생들이 건설 현장에 급하게 투입되면서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설 현장마다 일하는 시간이 다르지만, 보통 새벽 5시에 출근해 오후 5시까지 고된 업무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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