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습격 이틀째… 말뿐인 정부 대책

    입력 : 2017.01.20 03:03

    이달 예정 공공기관 차량 2부제 "직원 교육" 이유로 한달 미뤄
    단속대상 노후 경유차 8만7000대, 저감장치 개발 못해 아직 도로에
    전국 대기질 상태 올겨울 최악… 포천은 WHO 기준의 8배 넘어

    인체에 해로운 각종 중금속과 발암물질 등이 든 고농도 미세 먼지가 이틀째 전국을 덮쳤다. 19일엔 서울을 비롯한 전국 대부분 지방의 초미세 먼지 농도가 올겨울 들어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 같은 고농도 미세 먼지 현상은 중국발(發) 오염 물질이 유입된 것이 주요 원인이지만, 환경 당국과 지자체는 공공기관 차량 부제 운영 등 우리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대책마저도 시행하지 않아 국민이 속수무책으로 고통을 겪어야 했다.

    '헛바퀴' 돌리는 미세 먼지 대책

    19일 서울의 초미세 먼지(PM2.5) 평균 농도(오후 4시 기준)는 공기 1㎥당 81㎍(마이크로그램·100만분의 1g)을 기록해 18일(74㎍)보다 공기 오염이 더 극심했다. 경기도 역시 18일 80㎍→19일 92㎍, 부산 59㎍→84㎍, 충북 76㎍→113㎍ 등 전국 대부분 지방에서 PM2.5 농도가 올겨울 들어 가장 높았다. 경기도 포천의 경우 19일 오전 10시 PM2.5 농도가 환경 기준(㎥당 50㎍)을 4배 넘게 웃돈 218㎍을 기록하기도 했다. 18~19일 이틀간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고농도 '독성 공기'가 하늘을 뿌옇게 뒤덮은 것이다〈그래픽〉. PM2.5는 WHO(세계보건기구)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

    고농도 미세 먼지 현상이 이틀째 이어진 서울 시내에서 한 시민이 마스크를 쓴 채 걸어가고 있다. 지난 18일 74㎍/㎥으로 ‘나쁨’ 수준을 기록한 서울의 일평균 초미세 먼지(PM 2.5) 농도는 19일 더 치솟아 81㎍/㎥(오후 4시 기준)까지 올랐다.
    고농도 미세 먼지 현상이 이틀째 이어진 서울 시내에서 한 시민이 마스크를 쓴 채 걸어가고 있다. 지난 18일 74㎍/㎥으로 ‘나쁨’ 수준을 기록한 서울의 일평균 초미세 먼지(PM 2.5) 농도는 19일 더 치솟아 81㎍/㎥(오후 4시 기준)까지 올랐다. /장련성 객원기자
    이런 가운데 고농도 미세 먼지를 줄이려는 정부 대책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13년 이후 해마다 고농도 미세 먼지 현상이 빚어지자 정부는 작년 6월 '미세 먼지 특별 대책'을 내놓았지만, 주요 대책이 겉도는 등 대기 질 개선 효과가 없어 국민이 또다시 겨울철 미세 먼지의 공습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차량 부제 운행'이다. 환경부는 지난해 미세 먼지 특별 대책 등을 내놓으면서 '2017년 1월부터 수도권 고농도 미세 먼지 현상 시, 공공기관 차량 2부제 운행 등 긴급 저감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그러나 당초 이달부터 시행하기로 했던 방침을 '공공기관 직원 교육 등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다음 달 15일부터 시행'으로 변경했다. 통상 1월은 평균 미세 먼지 농도가 2월에 이어 연중 두 번째로 높아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한데도 행정 편의를 이유로 시행을 연기한 셈이다. 김신도 서울시립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중국발 오염 물질 탓만 할 게 아니라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조치도 제때 시행하지 못하는 게 현재 정부 미세 먼지 대책의 수준"이라고 말했다.

    경유 버스는 오히려 증가

    지난 1일부터 서울 지역에서 시행된 노후 경유차의 운행 제한 제도(LEZ)는 일부 차량에 달아야 하는 DFP(배출가스저감장치) 개발이 완료되지 않아 전체 약 45만대 단속 대상 차량 중 8만7000대가량은 아예 단속에 착수하지도 못하고 있다. 노후 경유차 조기폐차 지원은 수요 예측 실패로 접수 시작(1월 9일) 9일 만에 전체 지원 예산(482억원)의 22%가 벌써 소진됐다. 이 중 경기도 수원과 포천은 접수가 마감돼 이 지역에서는 앞으로 노후 경유차를 폐차하려 해도 지원금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18~19일 주요 지역 초미세먼지 농도 현황 그래프
    오염 물질을 많이 배출하는 디젤 버스를 친환경 CNG(압축천연가스) 버스로 전환하도록 유도하겠다는 정부 대책은 아예 거꾸로 가고 있다. 전국버스운송조합에 따르면, 정부가 미세 먼지 특별 대책을 발표한 작년 6월부터 5달 동안 전국의 경유 버스는 624대 증가한 반면, CNG 버스는 오히려 352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CNG 버스 전환 지원 예산도 올해는 90억원만 책정돼 작년(102억원)보다 더 줄었다.

    김동술 경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고농도 현상 시, 차량부제 운행 같은 경우 프랑스처럼 민간 차량까지 모두 시행하는 식으로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면서 "겨울철 가정용 난방에서 나오는 미세 먼지 규모도 만만치 않은데 여기에 대해선 아직 실태 파악조차 안 돼 있다"고 말했다. 이번 고농도 미세 먼지 현상은 19일 밤 서울을 시작으로 전국적으로 눈이 내리면서 20일 낮부터 해소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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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밀한 살인자 미세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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