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서 가장 영화관 자주 찾는 한국인, 7년 만에 발길 줄었다

조선일보
  • 이태훈 기자
    입력 2017.01.20 03:03 | 수정 2017.01.20 08:27

    [2016 관객, 전년보다 28만명 감소]

    안전지향형 대작들의 흥행 부진, 대박 아니면 쪽박… '중박' 사라져
    메이저 배급사 독과점의 폐해… 대작 줄줄이 오르는 올해가 관건

    영화 관객 수가 7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그래픽〉. 그간 영화계는 우리 영화 시장이 포화 상태이며, 이대로 정체되거나 마이너스 성장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예고된 재앙이 통계로 처음 현실화된 것이다.

    우리나라 극장 관객 수는 2013년 2억1335만명으로 처음 총관객 2억명을 넘어선 뒤 매년 적은 폭이나마 꾸준히 늘었다. 하지만 19일 영화진흥위원회 한국영화산업 결산 통계에 따르면 2016년 우리 극장을 찾은 총관객 수는 2억1702만명으로 2015년 2억1730만명에 비해 약 28만명이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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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7월 여름 성수기에 개봉해 1157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부산행’. 2016년 외화와 한국 영화를 통틀어 유일한 천만 관객 영화였다. /영화사 NEW
    ◇천만 노린 영화들 줄줄이 부진

    작년 천만 영화는 '부산행'(감독 연상호) 단 한 편이었다. 황정민·강동원의 '검사외전'이 천만 문턱에서 멈췄을 뿐 이병헌·송강호의 '밀정'이나 하정우의 '터널' 등 기대작마다 뒷심이 딸렸다. 연말엔 제작비 155억원짜리 원전 재난 영화 '판도라'가 관객 430만에 그쳤다. '마스터'는 성탄절과 새해 첫날이 모두 일요일이라는 '달력 불운'이 겹쳐 개봉 26일째에야 관객 700만명을 넘겼다. 강유정 영화평론가는 "작년 총관객이 줄었다는 얘기를 듣고 '역시나' 싶었다. 대박을 노리고 이전 천만 영화들의 흥행 요소를 답습해 안정 지향형 블록버스터를 만들다 보니 영화들이 뻔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많은 관객이 '판도라'를 보며 '해운대'를 생각했고, '마스터'를 보며 '도둑들'과 '내부자들'을 떠올린 것도 이 때문이다. 강 평론가는 "영화 속에서 답답한 현실을 뚫어 카타르시스를 주는 현실 비판형 판타지가 잘되던 시기는 끝난 것 같다"고도 했다. '내부자들' '베테랑' 같은 영화의 계보가 '마스터'와 '더 킹'까지 이어졌지만 더 이상 관객에게 새로운 느낌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빈익빈 부익부… '중박' 사라져

    2015년 우리나라 1인당 연간 영화 관람 횟수는 4.22회. 4.17회를 기록한 2014년부터 이미 세계에서 가장 영화를 많이 보는 국민이다. 여기서 시장을 더 키우려면 평소 극장에 잘 오지 않는 사람들의 흥미도 끌 수 있는 관객 500만 안팎의 '중박' 영화들이 나와줘야 한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 영화 흥행 성적은 '대박'과 '쪽박' 두 갈래로만 나뉘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돼 왔다. 최광희 영화평론가는 "여름휴가철과 겨울 성탄절 전후의 성수기뿐 아니라 봄가을 비수기에도 좋은 영화가 꾸준히 나와야 시장의 허리가 튼튼해지는데, 그럴 만한 관객 흡인력을 가진 영화가 갈수록 드물어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메이저 투자 배급사들이 사실상 시장을 독과점하면서 전체 시장이 정체되는 폐해가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라고도 했다.

    ◇영화 몸집 커진 올해가 관건

    올해는 인기 웹툰 원작의 '신과 함께', '베테랑'을 만든 류승완 감독의 '군함도' 등 제작비 200억원이 넘는 대작이 줄줄이 개봉한다. 2017년은 우리 영화 시장이 더 커질 것인지 정체될 것인지를 가늠할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전망이다. 김형호 영화 시장 분석가는 "2016년 상황은 시장의 '숨 고르기'처럼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성장 잠재력이 있다"고 봤다. 10월까지 누적 관객 수만 보면 2016년이 2015년보다 많았다. 11월 이후 사람들의 관심이 영화보다 뉴스에 쏠리면서 관객 수가 줄어들었는데 그걸 극복하지 못 했다는 것이다. 과거 천만 영화 중에는 '괴물'이나 '명량'처럼 사람들의 예상을 깨뜨리는 뜻밖의 작품이 많았다. 작년 최고 흥행작 '부산행'이 우리 극장에선 안 통할 거라 여겨지던 좀비물이라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강유정 평론가는 "위험을 감수하는 과감한 영화들이 나와야 한다. 결국 더 많은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들이는 방법은 뉴스보다 더 재미있는 영화를 만드는 것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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