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시대의 인어(人魚) 민담을 모티브로 제작한 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이 시청률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요즘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때 아닌 ‘인어 열풍’이 불고 있다고, 데일리메일이 16일(현지시간) 전했다.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 사는 케이틀린 닐센(32)은 어릴 적부터 디즈니 만화영화를 보며 ‘인어공주’의 꿈을 키워왔다. 바다와 육지를 오가며 생활하는 인어들의 삶에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다. 일순간의 호기심이라 생각했지만, 인어에 대한 동경은 나이가 들수록 커져만 갔고, 케이틀린은 어느 순간부터 자기 자신이 ‘진짜 인어’라고 믿기 시작했다. 수백만 원에 이르는 ‘인어 꼬리’를 착용하며 인어가 된 상상에 젖는 날이 많아졌고, 결국 2년 전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고 ‘인어 코스프레’에 평생을 바치기로 결심했다.
케이틀린의 코스프레 동료인 테시 라모리아(24)는 3년 전 필리핀의 ‘인어양성소’에서 ‘인어 영법(泳法)’ 강좌를 수강한 후 인어에 푹 빠진 케이스다. ‘인어처럼 살기로’ 결심한 후 그는 테시(Tessie)에서 알파벳 T를 뺀 ‘에시(Essie)’를 자신의 인어용 이름으로 정하기도 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평소 두 다리로 걷다 인어 꼬리를 착용하면 마음에 평화가 찾아온다”며 “인어처럼 헤엄을 칠 때면 에너지가 솟구친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에선 케이틀린과 테시처럼 인어 코스프레를 즐기는 젊은층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 작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그린스보어에선 ‘인어’ 친목회의 일종인 ‘머매니아(MerMania)’가 개최되기도 했다. 수백 명의 ‘인어 꿈나무’들이 모인 이 모임에선 참석자들이 손수 제작한 인어 꼬리를 뽐내며 인어 수영 타임을 갖기도 했다.
인어 지망생들이 인어 코스프레를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인어의 꼬리 부분이다. 이들은 인어 꼬리를 지칭할 때 꼬리란 표현보다 의족과 의수 등을 통칭하는 말인 ‘의지(prosthetic)’란 표현을 선호한다고 한다. 인어의 삶을 사는 이들은 자신들의 분신과도 같은 인어 꼬리를 만드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데, 손재주가 좋은 ‘인어’는 인어 꼬리를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숍을 낼 정도다. 실리콘 재질의 인어 꼬리는 평균 무게가 20kg 정도로, 가격은 최대 3500달러(약 430만원)에 이른다.
‘인어’를 자칭하는 케이틀린은 “이젠 인어 꼬리가 내 몸의 일부처럼 느껴진다”며 “물에서 꼬리로 헤엄치다가 밖으로 나와 두 다리로 걷는 것이 오히려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라고 말했다.
한편 필리핀 보라카이에 위치한 ‘국제인어학교(Mermaids Swimming Academy)’는 인어처럼 헤엄치는 방법 등 인어가 되는 데 필요한 전문 강좌를 운영 중인데, 최근 수강생 수가 급증해 마닐라와 세부 등 4곳으로 영업지점을 확대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