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서도 조선일보의 탄핵 정국 보도에 대한 독자들의 비판과 우려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요약하면 태극기 집회에 많이 참여하는 조선일보 애독자층의 진의(眞意)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는 것, 탄핵 수사 기사가 과도하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도 심각한 내우외환의 시기이니 조선일보가 나라와 서민의 삶을 살릴 대안 제시에 온 힘을 쏟으라는 것입니다. 이분들의 질책과 요구를 담아보았습니다. ㅡ편집자 주
―20년 독자이다. 작년에 구독 중지했던 신문을 다시 넣어 달라고 했다. 정인지 중독인지 알 수 없는 감정 때문이다. 조선일보가 최고 언론, 대표적 보수 언론이 맞는가. 나는 박사모가 아니다. 문재인·이재명 등 재벌 해체 운운하며 안하무인격이고 즉흥적 언행을 일삼는 얄팍한 이들이 싫을 따름이다. 그들에게 이 나라 운전대를 잡게 할 수는 없다. 박근혜 탄핵이 옳은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촛불 세력과 야권의 기고만장에 조선일보와 TV조선이 큰 몫을 했다. 과거 조선일보 불매운동 때 애를 태운 애독자들, 즉 보수 덕에 컸다 해도 과언이 아닌 언론이 조선일보 아닌가.
―얼마 전에 오피니언면에 실은 독자들의 글 '조선일보에 불만 있다'(12월 28일)를 봤다. 요즘 여론이 실제로 그렇다. 조선일보는 이제 이도 저도 아니다.
―신문을 끊으려다가 요 며칠 보니 조금 달라지는 것 같아 좀 더 지켜보려고 한다. 대한민국 신문 중에서 그래도 조선일보는 살아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조선일보에 불만 있다'를 읽었다. 대통령을 수없이 공격해놓고 이제 와서 이런 의견들을 싣는다고 뭘 얻을 수 있는가. 중국은 사드 문제로 보복한다고 하고, 북한은 핵을 쏜다고 하고, 일본은 위안부 합의 이행을 종용하는 상황에서 우리에게 진짜 도움 될 게 무엇인지 생각해달라. 탄핵은 법 절차를 밟아 처리하게 두면 되는데 왜 매일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나.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이뤄놓은 것이 다 망가질 것 같다. 조선일보는 이를 어떻게 만회해갈 것인지 묻고 싶다.
―탈북 여성 합창단 지휘자이다. 합창단 단톡방에 한 단원이 광주광역시 가로등에 걸린 인공기 사진과 '북조선-전라공화국'이라는 문구를 올렸다. 댓글에 난리가 났다. 버젓이 인공기가 내걸리는 땅에서 다시 살게 되다니, 끔찍하네요" "어쩌다가 이렇게 됐나. 저 깃발이 싫어 왔는데 어쩜 좋아" 등이다. 여야를 떠나 반공은 기본 아닌가. 너무 부끄럽고 분통이 터졌다. 몸과 맘이 다 병든 탈북 여성들과 2년간 함께 노래하며 치유하고 애국심을 키워왔다. 무조건 여당 편을 들라는 게 아니다. 조선일보만은 탈북민을 실망시키지 않는 개념 있는 보수 신문으로서 반공 정신만큼은 챙기는 신문으로 남아달라.
―촛불 집회부터 탄핵 보도까지 너무 편파적이다. 우리 동네에 촛불 집회에 간 집은 얼마 되지 않을뿐더러, 축제 분위기라니까 가본 거지 탄핵을 지지해서가 아니다. 촛불 집회에 가지 않는 국민 마음도 헤아려야 한다. 그간 조선일보는 사회를 이끌었는데 이번에는 고뇌하는 모습은 없고 촛불만 민심인 것처럼 보도하니 실망스럽다.
―논조가 편향됐다. 촛불 집회는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보수 단체 시위는 다루지 않는다. 대단한 인파가 모인 강남 삼성동 태극기 집회를 왜 소개하지 않나. 우리는 원래 집회에 잘 나가지 않는다. 독자 대부분이 나라를 위하는 사람인데 소홀히 대하는 것 같다. 이런 식으로 기사 쓰면 나라가 무너진다. 나라가 없으면 언론도 살아남지 못한다.
―촛불과 태극기 두 집회에 다 가봤는데 보수 집회는 갈수록 뜨거워지고 촛불 집회는 썰렁해졌다. 촛불 집회에 나간 국민만 국민인가. 촛불 민심이 법 위에 있는 것 같다. 지난 토요일 촛불 시위엔 얼마 모이지도 않았는데 크게 기사화하고, 태극기 집회는 한 줄도 쓰지 않았다.
―76세 된 정년퇴직자이다. 서울시청 재직 때부터 구독하고 있다. 퇴직자들과 애국 보수 태극기 집회에 세 번 참석했다. 촛불 집회 못잖게 많이 참여했다. 그런데 모든 신문·방송이 촛불 집회만 보도·방송하고 애국 태극기 집회는 보도하지 않아 유감스럽다. 게다가 우리를 '맞불 집회'라고 하는데 '애국 태극기 집회'로 정정해달라.
―아버지 때를 포함해 조선일보를 본 지 80년이다. 요새 조선일보에는 국민 생각이 제대로 담겨있지 않다. 다섯 가지를 보도해달라. 첫째, 촛불 집회의 정확한 실체. 둘째, 아직 정당인일 뿐 대선 후보로 결정되지도 않은 문재인이 군부대나 시장 방문에서 대통령이 된 양 행세하는데 왜 지적하지 않나. 셋째, 좌파 정권이 들어서서 잘된 나라가 있나. 넷째, 박정희 기념관 방화 사건에 대한 자세한 취재. 다섯째, 반기문 뇌물 수수 공방에 대한 올바른 보도이다.
―20년 독자이다. 주위에서 조선일보 보지 말라고 한다. 난 김대중 칼럼도 좋아하고, 조선일보가 변한 걸 잘 모르겠는데 주변에서 자꾸 그러니 기분 나쁘다. 이런 소리 듣지 않게 잘 좀 해달라.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된 시점에 탄핵만 보도하면 정국을 운영하기 어렵다. 대통령이 잘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근래 기사가 한쪽으로 치우쳐 있다. 양측 이야기를 다 다뤄서 독자가 판단하게 해달라. 사리사욕을 좇던 자들 단죄보다는 상황이 본질을 벗어난 문제점을 언급해달라.
―박 대통령이 기자들과 신년 간담회를 가졌다. 카메라·노트북·스마트폰 없이 오라고 했다는데, 거부하고 가지 말아야 했다. 할 말이 있으면 국민 앞에서, 검찰에 가서 진술하면 된다. 국민은 분개하는데 혼자 웃는 장면을 보여주니 TV를 던지고 싶은 심정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핵무기 만들라고 북한에 돈 퍼준 사람들보다는 낫다. 요즘 매스컴이 기고만장인데 공정·공평하게 보도하라.
―TV조선에 보수를 공격하는 프로그램이 너무 많아 보지 않는 친구가 많다. 모임에 나가 조선일보를 본다고 하면 공격받을까 봐 끊었다고 거짓말하고 있다.
―50년 독자이다. 달포 전부터는 좀 나아졌지만 근래 공정성과 사명감을 잃어 실망했다. 회사 경영과 언론의 사명은 분리돼야 한다. '그렇다더라' 식의 무책임한 보도를 속히 시정하라. 조선일보는 누가 나라를 망치기 위해 촛불을 선동하는지 모르는가.
―박 대통령을 두둔할 생각은 없다. 이미 탄핵소추돼 헌재 결정을 기다리고 있고, 검찰을 거쳐 특검이 수사 중이니 사법부 판단을 기다리면 된다. 그런데 그 사이를 못 참고 야당과 촛불 단체들에 놀아나 시위 군중 수를 불리고 그들과 같이 연일 대통령을 깎아내리니 참언론이라 할 수 있는가. 지금 IMF 환란보다 더 심각한 경제 위기가 다가오고, 서민들은 못살겠다 아우성인데 정치권은 대선 놀음에만 분주하다. 국정 마비 상태인 이 위중한 시기에 언론이 사태를 제대로 파악해 밝은 미래로 가도록 정론을 펼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