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는 16일 주한미군 사드(THA 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부지 확보를 위해 롯데 측과 추진하고 있는 부지 맞교환 계약 체결이 지연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의 각종 보복 조치가 현실화되자, 중국에서 많은 사업을 하는 롯데 측이 협의에 어쩔 수 없이 소극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거기에다 야권(野圈)이 사드 배치에 부정적 입장을 밝히고 있고, 대통령 탄핵 심판 결과에 따라 조기 대선이 치러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부지 맞교환 계약이 계속 지연될 경우 올여름까지 사드를 배치한다는 한·미의 계획도 틀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부지 교환 계약을 위한 행정절차가 진행 중인데 일정은 다소 유동적"이라며 "(당초) 1월 중 체결된다고 했는데 약간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설을 넘길 것 같다"고 했다.
앞서 국방부와 롯데는 작년 11월 16일 사드 배치를 위한 부지 맞교환에 합의했다. 국방부는 사드 배치지로 확정한 경북 성주의 롯데 스카이힐골프장 부지를 받고, 롯데 측은 남양주시의 군 소유 부지를 넘겨받는다는 내용이다. 양측은 두 토지에 대한 정확한 가격 산정을 위해 감정 평가를 실시했고, 지난주에 결과가 나왔다. 계획대로라면 이 가격에 따라 적절한 토지 교환이 이뤄지면 되는 일이었다. 그러나 문 대변인은 이날 "롯데 측에서 이사회를 열어서 최종 감정평가액을 승인하는 절차가 있는데 아직 이사회가 개최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정부 소식통은 "롯데 입장에선 '최순실 게이트' 특검 수사로 그룹 경영에 차질을 빚고 있는 데다, 사드 문제로 면세점 등 대중(對中) 사업에도 지장을 겪고 있고, 정권 교체 가능성이 상당한 상황에서 현 정권의 사드 배치에 비판적인 야권의 눈치도 봐야 하는 '3중고'에 직면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정치권 상황도 변수다. 한·미는 사드 배치를 최대한 앞당겨 7~8월쯤 끝낼 수 있도록 속도를 냈다. 그러나 그전에 대선이 치러지고 정권에 변화가 생길 경우 이 합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최근 사드 배치와 관련해 "다음 정부에서 결정해야 한다"고 하고 있다. 또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성남시장은 아예 "취소해야 한다"고 하고 있고, 국민의당도 '배치 반대'가 당론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롯데로서는 무작정 현 정부 입장만 따를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