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시대는 2007년 데뷔 이전까지 6~7년씩 연습생 생활을 했다. 연습생 시절, 이들이 치렀던 '시험 과목' 중에는 중국어도 있었다. 자기소개와 간단한 인사를 하는 중국어 테스트에서 1등은 태연이 차지했다. 부상으로 태연은 베이징 여행을 다녀왔다. 이성수 SM엔터테인먼트 본부장은 "소녀시대는 데뷔 이전부터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노래와 춤은 물론, 연기와 중국어·일본어까지 훈련했던 첫 걸그룹 세대"라고 말했다.
아이돌 음악 전문 웹진 '아이돌로지' 집계에 따르면, 2015년 데뷔한 신인 걸그룹은 37개 팀. 노래 제목은 물론, 팀 이름을 제대로 익힐 틈도 없이 빠르게 명멸(明滅)을 거듭한다. 올해 10년을 맞은 소녀시대는 부단하게 변화하는 아이돌 음악 시장에서 모든 걸그룹이 도달하고 싶은 지향점이자 '롤 모델'로 꼽힌다. 브라운 아이드 걸스, 원더걸스 등과 더불어 '현역 최장수 걸그룹'으로 꼽히는 소녀시대의 지난 10년을 기승전결(起承轉結) 방식으로 돌아보면 한국 아이돌 시장의 특징과 변천사가 고스란히 보인다.
◇기(起)―'소녀시대'
데뷔 초기 풋풋하면서도 발랄하고 활기찬 소녀 이미지를 강조했다. 그 뒤에는 어쿠스틱과 록, 팝과 유로댄스 등 온갖 장르를 소화하며 '카멜레온'처럼 변신을 거듭했다. '케이팝의 시대'를 펴낸 이규탁 한국조지메이슨대 조교수는 "소녀시대는 선정적인 섹스어필 외에는 시도할 수 있는 모든 이미지를 활용한 경우"라면서 "이들의 다양한 이미지는 여자친구를 비롯해 현재 활동 중인 걸그룹들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승(承)―'세계 시대'
2007년 나란히 데뷔한 소녀시대와 원더걸스, 카라는 세계 시장 진출을 처음으로 시도했던 걸그룹들이다. 특히 카라와 소녀시대는 일본 오리콘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며 '걸그룹의 종주국'인 일본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경우로 꼽혔다. 소녀시대는 2012년 한국인 가수로는 최초로 미국 토크쇼 '데이비드 레터맨쇼'에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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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시대의 세계 진출은 노래 제작 과정을 세계화한 방식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소녀시대의 히트곡 '소원을 말해봐'를 만든 '디자인 뮤직(Dsign Music)'은 노르웨이 작곡가 그룹이다. '더 보이즈'는 마이클 잭슨과도 작업했던 미국의 작곡가 겸 프로듀서 테디 라일리의 곡이다. 문용민(필명 '미묘') 아이돌로지 편집장은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는 음악도 전자 제품처럼 글로벌한 생산과정을 거쳐서 다시 세계로 유통시키는 방식을 택했다"면서 "이 때문에 전반적인 곡 수준은 흠잡을 데가 없는 편"이라고 말했다.
◇전(轉)―'연애 시대'
소녀시대 멤버들은 1989~1991년생. 20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윤아·태연·유리·수영 등의 열애설이 잇따라 터져 나왔다. 이전 걸그룹들과는 달리, 흔쾌히 열애 사실을 인정한 것도 달라진 모습이다. 문용민 편집장은 "소녀시대가 당당하고 어른스럽게 열애설을 인정한 모습도 평소 거침없고 발랄한 이미지를 강조한 노래들과 잘 맞았다"고 말했다.
◇결(結)―'솔로 시대'
16일 팀의 막내인 서현이 솔로 음반을 발표했다. 팀 멤버가 솔로 활동에 나서는 건, 태연·티파니·효연에 이어서 4번째다. 태연·티파니·서현은 '태티서'라는 이름으로 '그룹 내 그룹'이라고 할 수 있는 유닛(unit) 활동도 병행 중이다. 윤아(본명 임윤아)는 올 설 연휴 개봉작인 영화 '공조'를 통해 스크린에 데뷔했다. 이규탁 교수는 "노래·춤·연기 등 대부분의 멤버가 고르게 재능을 보여주는 것도 소녀시대가 오랜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이라며 "10~20대 시절에 반짝했다가 사라지는 가요 시장에서 '10년 차 걸그룹'은 유례없는 현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