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적용할 주요 혐의는 뇌물 공여죄다. 특검팀이 현재 검토 중인 '(단순) 뇌물죄'·'제3자 뇌물죄'·'사후 뇌물죄'는 박근혜 대통령과 관련된 혐의다. 특검팀 관계자는 "어떤 뇌물죄를 적용하든 이 부회장은 '뇌물을 준 사람'으로 뇌물 공여 혐의가 적용되겠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경우 범죄 혐의가 완전히 달라진다"며 "향후 재판에서 혐의를 입증하려면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삼성의 최순실 모녀(母女) 지원,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최씨와 조카 장시호씨가 운영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낸 16억원 등을 뇌물로 보고 있다. 박 대통령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도움을 준 대가로 뇌물을 받았다는 것이다. 반면 삼성 측은 이 세 가지 모두 '뇌물이 아니라 대통령의 강요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준 돈'이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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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준 쪽도 받은 쪽도 뇌물을 인정하지 않을 때 검찰은 그동안 '권력자의 직책이나 권한에 비춰 대가를 바라고 준 돈은 뇌물'이라는 논리로 포괄적 뇌물을 적용해 왔다. 직접 받거나, 제3자를 통해 받거나 상관없이 구체적 청탁이 없더라도 대통령과 장관 등 직무 범위가 넓은 사람들에게는 이 개념이 적용됐다.
그러나 포괄적 뇌물은 법 해석상 용어일 뿐, 법상 죄목(罪目)이 아니다. 단순 뇌물인 수뢰(受賂)죄(형법 제129조)를 적용하면 '최씨가 받은 것이 곧 박 대통령이 받은 것'임을 입증해야 한다. 특검팀은 최씨 일가(一家)의 재산 형성 과정 등을 조사하며 박 대통령과 최씨가 사실상 '경제 공동체'일 가능성을 추적해 왔지만 법원이 받아들일 수준의 증거를 확보했느냐가 관건이다.
특검팀 내부에선 '제3자 뇌물죄' 적용을 우선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제3자 뇌물죄는 뇌물을 주기에 앞서 '(뇌물을 주는 쪽의) 부정한 청탁'이나 구체적인 약속 등이 있었음을 입증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나 박 대통령과 삼성 모두 '청탁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 대통령에게 '사후 뇌물죄(형법 제131조·사후수뢰)'를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박 대통령이 삼성 합병에 도움을 주는 등 부정한 행위를 먼저 한 뒤에 이 부회장과의 독대에서 뇌물을 요구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