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급소' 건드리고… 중국은 美 타격용 核潛 배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미·중 관계의 근간인 '하나의 중국' 원칙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동시에 미국의 대(對)러시아 제재는 해제할 수 있다고 했다. 러시아를 끌어들여 중국을 때리겠다는 이른바 '연러타중(連露打中)'의 트럼프 시대 대외 전략을 다시 예고한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식(20일)에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를 갖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하느냐'는 질문에 "하나의 중국 원칙을 포함한 모든 것이 협상 대상(under negotiation)"이라고 답했다고 WSJ가 13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트럼프는 지난달 초 미국 최고 지도자로는 37년 만에 처음으로 대만 차이잉원(蔡英文) 총통과 직접 통화하며 '하나의 중국' 원칙을 흔들었다. '하나의 중국'은 1979년 미·중 수교 때부터 중국이 강조한 것으로, 현재 중국 외교의 기본 원칙이다.

중국은 즉각 반발했다. 루캉(陸慷) 외교부 대변인은 14일 이례적으로 주말 성명을 내고 "'하나의 중국' 원칙은 미·중 관계의 정치적 기반으로 협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에는 오직 하나의 중국만 존재한다"며 "대만은 중국 영토의 한 부분이며 중국이 유일한 합법 정부"라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WSJ 인터뷰에서 "미국은 작년 대만에 20억달러(약 2조3500억원)에 달하는 군사 장비를 수출했다"며 "그런데도 (대만의) 전화를 받지 않는 것은 무례한 행동"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 환율에 대해서도 "중국은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고 말하지만, (실제는) 떨어지는 게 아니라 중국이 의도적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미국 기업은 중국 기업과 경쟁할 수 없다"며 "그것(중국의 환율 조작)이 우리를 죽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보낸 연하장을 "정말 아름다운 카드를 받았다"고 말해 중국과 협상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트럼프는 러시아에 대해선 미소를 보냈다. 그는 오바마 행정부가 미 대선 개입과 관련해 러시아에 부과한 제재를 당분간 유지하겠다고 했지만, 언제든 해제할 수 있다는 뜻도 밝혔다. 트럼프는 "러시아가 실제 우리를 돕게 된다면 왜 제재해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러시아가 (우리와) 만나고 싶어 하는 것을 이해한다"고도 했다.

그동안 중국은 러시아 손을 잡고 '아시아 복귀'를 내건 미국에 맞서려 했다. 2013년 집권한 시진핑 주석의 첫 해외 순방지가 러시아였고, 시 주석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여 차례의 정상회담을 통해 '중·러 밀월'을 과시했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은 시 주석의 이런 구상을 '트럼푸틴(트럼프와 푸틴 합성어) 전략'과 '대만'이란 카드로 뿌리째 흔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