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우선채용 여전… 특권 못 버리는 노조

    입력 : 2017.01.16 03:04

    [위법한 단체협약 시정 지시에도 1503곳 중 762곳 '버티기']

    노조 운영비 회사가 내게 하고 고용 세습으로 취업난도 가중
    노조 "벌금 500만원 내면 그만" 처벌 받은 사례도 아직 없어

    기아자동차 노사는 지난해 11월 초 4개월여에 걸쳐 진행된 임금·단체 협상을 마무리했지만 고용노동부가 자율 시정을 권고한 단체협약 위법 내용은 전혀 고치지 않았다. 기아자동차는 고용부로부터 단체협약에 포함된 유일 교섭 단체 규정, 산재 근로자 직계 가족 채용, 장기 근속자 자녀 우선 채용 규정이 위법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사측은 임단협 과정에서 노조에 단체협약 수정을 제의했지만, 노조가 거부 방침을 고수해 수정이 무산됐다고 밝혔다.

    자율 시정 비율 49%

    지난해 5월부터 해를 넘겨 8개월 이상 임금·단체 협상을 진행 중인 현대중공업은 노조가 단체협약에 징계위원회 노사 동수(同數) 구성 조항을 추가하자고 요구하면서 회사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회사는 이미 장기 근속자 자녀 우선 채용과 근로자 전환 배치 시 노조의 동의 필요 등 단체협약에 포함된 위법 사항을 시정하라는 권고를 받은 상태다. 고용부 관계자는 "징계위 노사 동수 구성은 사측의 인사·경영권을 침해하는 것이기 때문에 위법 소지가 농후하다"고 말했다.

    위법한 단체협약 시정 권고받은 기업 수 그래프

    고용부는 지난해 3월 말 1503개 기업에 위법하거나 불합리한 내용을 담은 단체협약을 노사가 자율 시정하라는 권고를 내렸다. 하지만 10개월이 지나는 동안 노사 합의로 단체협약을 수정한 기업이 741개 기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율 시정 비율이 50%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고용부가 자율 시정을 권고한 단체협약 내용은 다른 노조의 교섭권을 인정하지 않는 '유일 교섭 단체 규정', 정년 퇴직자나 장기 근속자 자녀에 대한 '우선·특별 채용 규정', 사측이 노조 운영 비용 등을 지원하도록 하는 '노조 운영비 지원 규정' 등이다.

    고용부는 이 가운데 자녀 우선·특별 채용이 '고용 세습'에 해당돼 청년 취업난을 가중시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고용부 조사에서 고용 세습 조항을 단체협약에 담고 있는 기업은 700개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노조가 민주노총에 가입돼 있는 기업 가운데 고용 세습 조항을 두고 있는 비율이 37%에 달했다.

    처벌 규정, 벌금 500만원이 전부

    위법 단체협약이 시정되지 않는 것은 노동계가 단체협약 자율 시정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계는 "노사가 합의해 만든 단체협약을 정부가 시정하라고 강제하는 것은 노사 자치주의를 위배하는 것으로 공권력 남용에 해당된다"고 주장한다. 국회 환경노동위 소속 야당 의원들도 지난달 말 "정부의 단체협약 시정 권고는 행정 절차법 위반"이라며 정부 개입 중단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제출했다.

    노조가 자율 시정을 거부하는 것은 처벌 규정이 약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고용부는 단체협약 개시 이후 2개월 안에 위법 단체협약을 시정하지 않으면 처벌한다는 입장이지만, 노사가 이를 지키지 않더라도 처벌 규정은 벌금 500만원이 전부다. 이 때문에 상당수 노조는 "노조가 투쟁으로 얻어낸 성과를 포기할 이유가 없으며, 처벌을 받더라도 벌금 500만원만 내면 그만"이라는 생각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시정 권고가 내려간 이후 처벌 받은 사례도 아직 나오지 않았다. 사용자 단체인 한국경영자총협회 김동욱 본부장은 "위법한 단체협약이 체결된 것은 노조가 파업을 무기로 무리한 요구를 반복하고 회사가 어쩔 수 없이 수용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경제 상황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단체협약이 기업 활동의 발목을 잡는 일은 없어야 한다"면서 "앞으로 위반 기업에 대한 현장 지도를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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