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가 15일 조선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 "반드시 철회하는 것을 작정하고 (다음 정부로) 넘기라는 것이 아니다. 한·미 간 합의가 그렇게 쉽게 취소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다만 국회 동의를 포함한 공론화 과정도 갖고 중국과 러시아를 설득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우리가 중·러의 반발에 밀려 안보 차원의 군사적 결정을 바꾼다면 한·미 동맹 차원의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 하지하책(下之下策)이다.
민주당과 문 전 대표는 지금까지 사드 철회에 가까운 재검토를 주장해왔다. 그런 점에서 '쉽게 취소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그의 언급은 조금은 더 신중해진 태도로 읽히기도 한다. 하지만 핵도 아닌 재래식 방어 장비 배치에 대해 국회 동의를 받자는 것은 전례도 없고 옳지도 않다. 그것도 외국의 반발 때문이라면 두고두고 화근(禍根)이 될 선례를 만드는 것이다.
문 전 대표는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즉각 재개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런 지렛대를 갖고 있어야 북핵 해결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문 전 대표 말과는 달리 개성공단 가동 중에 북핵은 없어지지 않고 더 커지고 더 위험해졌다. 금강산 관광도 마찬가지다. 문 전 대표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가 유엔 대북 제재와 관련 없다고 했다. 북의 5차 핵실험으로 국제사회는 북의 숨통을 막는 제재로 가고 있다. 민생 목적 교역을 제한하는 데 중국까지 동의했다. 미국에선 북과 거래하는 모든 기업을 전부 제재(세컨더리 보이콧)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 상황에서 우리만 막대한 달러를 김정은에게 준다면 이런 흐름에 정면 역행하는 것이다.
문 전 대표는 지금 큰 차이로 대선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그가 집권해서 사드 배치 결정을 다시 국회로 넘겨 오리무중으로 만들고,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으로 김정은에게 달러 숨통을 터준다면 북핵 문제와 한·미 동맹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알 수 없다. 지금 민주당과 문 전 대표에 대한 지지는 박근혜 정부의 무능과 국정 농락 때문이지 이렇게 안보를 어지럽히라는 것이 아니다.
문 전 대표는 전시작전권 전환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전시작전권 전환은 '조건이 갖춰질 때까지' 연기돼 있다. 무엇보다 우리가 북의 동태를 미국 도움 없이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전시작전권 전환은 필요하지만 군사적·전략적·기술적 문제를 정치적으로 다루지는 말아야 한다.
아무리 정권 교체가 된다고 해도 안보 정책만큼은 최대한 일관성과 지속성을 유지해야 한다. 안보에 관한 한 변화보다 안정이 우선이다. 태영호 전 북한 공사는 대북 제재로 김정은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고 증언했다. 민주당과 문 전 대표가 다시 김정은의 숨통을 열어주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