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주목하는 '캠퍼스 없는 대학' 온라인으로 토론수업, 현장형 과제로 실전 다져

입력 2017.01.16 03:04

혁신 대학 '미네르바스쿨' 한인 재학생 3인을 만나다

플립드 러닝 수업, 학생 참여 높여
학기마다 7개국 기숙사 돌며 생활
각국 문화 접하며 국제 감각 키워

(왼쪽부터) 김진홍(19)군, 박지원(20), 최다나(19)양.
"세계가 그들의 캠퍼스다."(뉴욕타임스)

"과연 대학 모델을 뒤엎을 수 있을까."(알자지라)

"합격률이 1.9%로 하버드대보다 입학하기 어려운 스타트업 대학."(비즈니스 인사이더)

개교한 지 2년째인 대학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캠퍼스 없는 대학을 표방하는 미네르바스쿨(Minerva School) 얘기다. 관심은 입학 경쟁률로도 알 수 있다. 2016학년도까지 합격한 학생은 306명. 전 세계 167개국에서 지원한 1만6000여 명 중 약 98%가 퇴짜를 맞았다. 52대1이 넘는 경쟁률을 뚫은 한국인(계) 학생은 네 명. 지난해 미네르바스쿨에 합격한 네 명 중 셋이 1주일 남짓한 짧은 겨울방학을 맞아 한국을 찾았다. 이들이 미네르바스쿨의 혁신 교육 방법을 전했다.

◇생각하는 방법 가르치는 토론식 교육

미네르바스쿨의 핵심은 토론을 장려하는 세미나형 교육이다. 15~20명이 하나의 수업을 수강하며 모든 수업은 온라인에서 진행된다. 교수와 학생이 서로의 생각을 키워나가는 장이다. 김진홍군은 "교수는 지식을 주입식으로 전달하지 않고 토론을 원활하게 진행하고, 수업 내용을 요약하며, 참여도가 적은 학생을 수업에 참여하게 돕는다"고 했다.

수업은 '플립드 러닝(flipped learning)' 방식이다. 수업 준비 과정에서 학생은 책, 뉴스, 테드(TED), 유튜브 동영상 등 다양한 관련 자료를 숙지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본 수업에서 토론이 이뤄진다.

학생은 수업에 참여하기 위해 학교가 자체 개발한 컴퓨터 프로그램 '능동적 학습의 장(ALF·Active Learning Forum)'을 켠다. 프로그램에 접속하면 교수, 학생의 화상이 모니터에 나타난다. 수업을 시작할 땐 항상 사전 평가를 한다. 학생이 수업 준비를 잘 했는지 확인하는 과정이다. 그다음에는 그날 공부할 내용을 주제로 토론하는 등 본 수업이 이뤄진다. 대화 참여도가 낮은 학생은 교수가 알아볼 수 있게 빨간색으로 표시된다. 교수는 슬라이드, 서로 필기할 수 있는 칠판 등을 모두의 화면에 나타나게 할 수도 있다. 찬반 토론할 때도 의자를 옮길 필요 없이 온라인 상에서 쉽게 조를 구성할 수 있다. 수업 막바지에는 자기 스스로 피드백을 하는 발표 시간을 갖는다. 박지원양은 "학습 내용을 완벽히 습득하려면 반복 적용하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해 이렇게 여러 번 자신의 생각을 말한다"고 했다.

학습 내용의 핵심은 'HC(Habits of Mi nd and Foundational Concepts)'로 불리는 '사고(思考) 방법론'이다. ▲비판적 사고력 ▲창의적인 생각 ▲효과적인 의사소통 ▲효과적인 상호작용 등 크게 네 가지로 분류된 핵심 역량을 습득하기 위해 120여 개로 잘게 쪼갠 개념을 공부한다. 1학년은 네 가지 역량을 공부하는 4개 수업만 듣는다. 2학년 때에는 전공 분야를 정하고 자신의 전공 분야에서 HC를 활용하는 법을 배운다. 3학년 때에는 전공을 다른 분야와 융합하는 방법론을 공부한다. 4학년은 1년 동안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그간 배운 HC를 활용하는 연습을 한다.

기숙사는 교수와 학생, 학생 간 교류가 이뤄지는 장소다.
◇현장과 맞닿은 프로젝트로 산지식 습득

미네르바스쿨 재학생은 책상에서 토론하는 것뿐만 아니라 다양한 과제를 수행한다. 'LBA(Location Based Assignments)'로 불리는 현장형 과제가 대표적이다. 학생들은 기숙사가 위치한 도시에서 학습 내용을 적용할 수 있는 주제를 정해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한다. 예컨대 최다나양은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비영리단체나 정부 기관에 가서 봉사활동을 했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수업에서 배웠던 점을 바탕으로 해당 조직이 직면한 문제점을 분석하기도 했다. 최양은 "수업에서 배운 점을 교실 밖에서 활용할 수 있어 너무 좋다"고 했다.

학생들의 높은 만족도는 교육 투자 덕분이다. 2017년 1월 현재 미네르바스쿨이 투자받은 금액은 1000억원이 넘는다. 켄 로스(Kenn Ross) 미네르바스쿨 아시아 담당이사는 "미네르바스쿨은 기존 대학 모델과 달라 전통적인 개념의 캠퍼스에 돈을 쓰지 않는다. 대신에 모든 투자금을 교육에만 쏟는다"고 했다.

교수진 면면도 화려하다. 미네르바스쿨의 커리큘럼을 만들 때부터 함께한 스티븐 코슬린(Stephen M. kosslyn) 학장은 하버드대 사회과학부 학장, 스탠퍼드대 행동과학고등연구센터장 출신이다. 김군은 "코슬린 교수뿐만 아니라 모든 교수가 각자의 분야에서 뛰어난 역량을 자랑한다"며 "모두가 인재 양성에 열정적이면서 친절하다. 예컨대 코슬린 학장은 2주마다 '프랑스어 점심식사 모임'을 열어 실생활에서 프랑스어를 연습하려는 학생을 돕는다"고 했다.

미네르바스쿨이 자체 개발한 온라인 수업 프로그램. / 미네르바스쿨 제공
◇전 세계 7개국에 글로벌 기숙사 있어

미네르바스쿨 한국 재학생 3인은 "학교의 글로벌 환경에 매우 만족한다"고 입을 모았다. 2학년 때부터 학기마다 전 세계로 기숙사를 옮겨가는 방식이 좋은 예다. 미국(샌프란시스코), 영국(런던), 독일(베를린), 아르헨티나(부에노스아이레스), 인도(하이데라바드), 대만(타이베이)과 오는 9월 개관 예정인 서울까지 총 7개국에 미네르바스쿨 기숙사가 있다. 학생은 각국의 사회·문화를 경험하고 국제적인 감각을 기를 수 있다.

다양성도 강점이다. 미네르바스쿨 재학생은 출신과 배경이 매우 다양하다. 출신 국가는 50개국에 달하며 미국인은 전체의 약 15%에 불과하다. 최양은 "미국 등 명문대에는 미국인이 전체의 80%를 차지하는데 이곳은 그 반대"라며 웃었다. 해외 주재원인 아버지를 따라 다양한 나라에 다녔던 김군도 "다양한 나라에서 나고 자란 진정한 현지인 인재를 사귀고 있다"며 "국제학교에서도 배울 수 없는 글로벌 시민의식을 기르고 있다"고 했다. 박양은 "옆방에 사는 브라질 여학생은 대학 진학 전 책을 두 권이나 쓴 유명 작가"라며 "모든 학생이 능동적이고 의욕적이어서 구글에서 일하거나 창업을 하는 등 학교 밖에서 성취를 보이는 학생이 매우 많다"고 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