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10년만 젊었어도

    입력 : 2017.01.14 03:02

    [마감날 문득]

    1998년 4월 메탈리카 첫 공연은 국내 내한 공연사(史)의 기념비적 무대다. 사실상 처음 열린 세계 최고 수준 록밴드 내한 공연이어서 모든 표가 남김없이 다 팔렸다. 표 못 산 이들 아우성에 주최 측은 울며 겨자먹기로 무대 뒤편에 '오디오석'을 추가했는데, 말 그대로 무대가 보이지 않는 자리였다. 헤비메탈 공연 허가받기가 어렵던 시절이라 '발라드 공연'으로 허가를 받기도 했다(메탈리카 곡 중에 록발라드가 있긴 있다). IMF 사태 직후여서 환율이 폭등해 공연 개런티가 애초 두 배로 치솟자, 메탈리카가 절반을 깎아준 일도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다.

    유명한 '아 유 타이어드(Are you tired) 사건'도 이날 있었다. 엄청 빠른 노래로 관객들 혼을 쑥 빼놓은 다음 보컬인 제임스 헤트필드가 소리 질렀다. "살아있냐(Are you alive)?" 관객들이 "Yeah!"하고 화답하자 제임스가 말을 좀 길게 했다. "우린 이제 시작인데, 너네 힘드냐(We've just got warmed up. Are you tired)?" 관객들이 더 크게 "Yeah!!" 하고 소리질렀다. 제임스가 떨떠름하게 다음 곡으로 넘어갔다. 다음 곡이 끝나자 "이제 너네가 진짜 좋아하는 곡 할 건데 다들 피곤하다니…" 하더니 물었다. "집에 가고 싶냐(You wanna go home)?" 이 말을 확실히 알아들은 관객들이 울부짖었다. "No!!!"

    엊그제 고척돔에서 열린 네 번째 내한 공연에서도 제임스는 시종 "Are you alive?"하고 소리질렀다. 그는 더 이상 "피곤하냐"고 묻지는 않았다. 1층 관객들은 "Yeah!!"하고 악을 썼으나 3층의 나는 '저 레퍼토리는 19년째 그대로구만' 했다.

    앙코르가 시작될 때쯤 집에 갈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관객 2만명이 지하철역에 몰리면 열차를 놓칠 수도 있고, 열차를 놓치면 그런 김에 근처에서 맥주 한잔 할 것이고, 그러면 그 나이에 헤비메탈 공연 갔다가 취해서 들어오는 남편을 아내가 열렬히 환영해 줄 것이 무섭기도 했다. 앙코르 두 곡을 남기고 일어섰다. 지하철에 앉으니 절로 혼잣말이 나왔다. "10년만 젊었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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