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73) 전 유엔 사무총장이 10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12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그는 뉴욕발 서울행 아시아나항공 기내에서 가진 본지 인터뷰에서 대선 출마 의사를 묻는 질문에 "참정권을 가진 국민이 출마하겠다는 것은 보장된 권리"라며 "나는 자질을 갖고 있다. 누구보다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인천공항 귀국 기자회견 등을 통해 대선 출마를 사실상 공식화했다.
반 전 총장은 인터뷰에서 이번 대선의 시대정신에 대해 "대통합을 하지 않으면 못산다"고 했다. 이어 기존 정당과의 연대에 대해 "언젠가는 저를 지탱해줄 조직이 있어야 할 것"이라며 "국가 통합과 대타협을 하는 데 힘을 보탤 수 있는 사람은 누구하고도 만나 대화하고 같이 일할 수 있다"고 했다. 경제 분야에서는 "재벌의 영향이 너무 크니까 중소기업이 살아날 길이 없다"며 "재벌 개혁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한·일 위안부 협정에 대해서는 "만약에 (위로금) 10억엔이 소녀상 철거와 관련된 것이라면 잘못된 것이고, 그럴 거라면 차라리 돈을 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주한 미군의 사드 배치 문제는 "이미 합의된 것을 재논의하자는 건 바람직하지 않으며 중국의 보복 우려는 외교로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반기문 "日이 소녀상 철거 위해 10억엔 줬다면 돌려줘야"]
이어 인천공항에 내린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는 "이제는 정권(政權) 교체가 아니라 정치(政治) 교체"라며 "저는 이 분열된 나라를 하나로 묶어서 세계 일류 국가로 만드는 데 분명히 제 한 몸 불사를 각오가 돼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패권(覇權)과 기득권은 더 이상 안 된다"며 "내일(13일)부터 국민 여러분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겸허한 마음으로 사심 없는 결정을 하겠다. 그 결심이 오래 걸리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인천공항에서 공항철도를 타고 서울역으로 이동해 지지자들과 간단한 만남을 가진 뒤 서울 사당동 자택으로 귀가했다. 13일에는 동작동 국립현충원을 방문하고 자신의 대선 캠프 역할을 할 마포 사무실 관계자들과 상견례를 가질 예정이다. 반 전 총장 측은 "설 연휴까지는 정치 일정은 자제하고 국민과 직접 만나는 기회를 최대한 가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