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 대선주자로 부상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12일 “광장에서 분출된 국민의 열망을 결코 잊으면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인천국제공항에서 발표한 귀국 메시지를 통해 “역사는 2016년을 기억할 것이다. 광장의 민심이 만들어 낸 기적,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하나가 됐던 좋은 국민을 기억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반 전 총장은 “많은 분이 저에게 권력 의지가 있느냐고 물었다. 그분들이 말씀하시는 권력 의지가 소위 남을 헐뜯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권력을 쟁취하겠다 그런 것이라면 저는 권력 의지가 없다”며 “오로지 국가·국민을 위해서 몸을 불사를 용의가 있느냐하면 저는 얼마든지 여러분과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반 전 총장의 귀국 메시지 전문
여러분 대단히 감사합니다.
날씨도 춥고 저녁 늦은 시간에 이렇게 따뜻하게 환영해주신 데 대해서 거듭 감사드립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지난 10년 간 유엔사무총장 직을 마치고 그토록 꿈에 그리던 고국 품에 돌아왔습니다.
따뜻한 환영 거듭 감사드립니다.
저는 유엔사무총장으로서 인류 평화와 약자의 인권보호, 가난한 나라의 개발, 기후변화 대처, 양성평등을 위해 지난 10년간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지난 10년은 저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줬습니다.
전쟁을 통해 우리 안보가 얼마나 중요한가 국민의 삶에 얼마나 중요한가 몸소 터득했습니다.
성공한 나라는 왜 성공했는지, 실패한 나라는 왜 실패했는지 가까이서 지켜봤습니다.
지도자의 실패가 민생을 파탄으로 몰고가는 것도 제가 스스로 보고 느꼈습니다.
우리나라를 둘러싼 국제정세는 안보·경제·통상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북핵 문제를 비롯해 미국·중국·러시아·일본 등 주변 국가들과의 관계를 더욱 더 공고히 해서 여기 따른 대책을 수립하는 게 시급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습니다. 10년 만에 고국에 돌아와서 이 조국 대한민국의 모습을 보고 저의 마음은 대단히 무겁습니다. 가슴이 아픕니다.
그동안 우리가 이룩한 위상 뒤에는 그만큼 길게 드리워진 그림자가 누워있는 것을 알았습니다.
나라는 갈갈이 찢어지고 경제는 활력을 잃고 사회는 부조리로 얼룩져 있습니다. 젊은이의 꿈은 꺾이고, 그야말로 총체적인 난관이 아닐 수 없습니다.
민생이 흔들리는 발전이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부의 양극화, 이념·지역·세대 간 갈등을 끝내야 합니다. 국민대통합을 반드시 이뤄내야 합니다.
패권과 기득권은 더이상 안됩니다. 우리 사회 지도자 모두가 책임이 있습니다. 이들 모두 이제는 책임감, 남을 먼저 생각하는 배려, 희생정신이 필요합니다.
우리 젊은이들이 젊은이의 희망을 가지고, 자신감을 가지고 미래의 진정한 지도자가 될 수 있도록 우리가 노력하고 제가 유엔사무총장으로서 겪은 경험과 식견을 가지고 젊은이의 보다 밝은 미래를 위해서 길잡이 노릇을 하겠습니다.
우리 모두가 힘을 합친다면 반드시 이 난국을 이겨낼 수 있습니다. 우리 민족은 국난을 당할 때마다 슬기, 용기, 단합된 힘으로 이겨낸 유전자가 있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간 유엔 총장으로서 쌓은 국제적 경험과 식견을 어떻게 나라를 위해서 활용할 수 있을까 진지하게 성찰하고 고뇌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저에게 권력 의지가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분들이 말씀하시는 권력 의지가 이 분열된 나라를 하나로 묶어서 다시 세계 일류국가로 만드는 데 노력을 하는 그런 의지가 있냐는 거라면 저는 분명히 제 한몸을 불사를 각오가 돼 있다고 말씀드렸고 그 마음에 변화가 없습니다.
그러나 그분들이 말씀하시는 권력 의지가 소위 남을 헐뜯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권력을 쟁취하겠다 그런 것이 권력 의지라면 저는 권력 의지가 없습니다.
오로지 국가, 국민을 위해서 몸을 불사를 용의가 있느냐하면 저는 얼마든지 여러분과 함께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그간 지극히 편파적인 이익을 앞세워서 일부 인사들이 보여준 태도, 유엔과 제 가슴에 큰 상처를 안겨줬습니다. 이 어려운 시기에 헌신하고자 하는 저의 진정성, 명예, 유엔의 이상까지 짓밟는 행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지난 10년 세계 방방곡곡 다니면서 가난하고 병들고 압제에 시달려서 신음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인권을 보호하고 약자를 대변하는 목소리가 되려 노력했습니다.
어디를 가든 어려운 사람을 위해서 그 사회 지도자가 마땅히 해야할 일을 늘 촉구했습니다.
이제 우리 정치 지도자한테도 우리 사회 분열을 어떻게 치유해야할지 해법을 같이 논의해야 합니다.
정권을 누가 잡느냐 그게 뭐가 중요합니까. 다 우리나라 대한민국 한나라 한민족입니다.
경제, 나라, 사회가 정치로 더 분열되는것은 민족적 재앙입니다. 시간낭비할 때가 아닙니다.
정권 교체가 아니라 정치 교체가 돼야 할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유감스럽게도 정치권은 광장의 민심에 귀기울이지 않고 오직 자신들의 이해관계만 따지고 있습니다. 개탄할 일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의 귀국에 즈음해서 개인에 대해 여러 이야기가 떠돌고 있고 방송 신문에 보도되고 있습니다.
그 모든 것이 진실과는 전혀 관계 없습니다.
그동안 저의 경험과 식견을 정치참여를 통해서 조국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순수하고 소박한 뜻을 왜곡하고 폄훼하는 것이었습니다.
지난 50여년 간 대한민국에서 그리고 유엔에서 국가와 민족, 세계인류를 위해 공직자로 일하는 가운데 양심에 부끄러움이 없다 이런 점 다시 한번 명백히 말씀드립니다.
저는 그동안 귀국후 국민 여러분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을 기회를 갖겠다고 늘 말씀드려왔습니다. 내일부터 그 기회를 갖겠습니다. 그리고 겸허한 마음으로 사심없는 결정을 하겠습니다. 그 결정은 오래 걸리지 않을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역사는 2016년을 기억할 것입니다. 광장의 민심이 만들어 낸 기적,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하나가 됐던 좋은 국민을 기억할 것입니다. 광장에서 분출된 국민의 열망을 결코 잊으면 안될 것입니다.
정유년 새해 우리의 의지는 희망을 향하고 있습니다. 그 누구도 그 어떤 나라도 아닌 진짜 좋은 나라 진짜 좋은 국민을 위해서 우리 같이 노력합시다.
저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한국 국민이 과거에 수많은 위기를 당하면서 그때마다 우리 국민 특유의 저력과 용기를 발휘한 것을 봐왔습니다. 저는 대한민국 국민의 애국심을 깊이 믿고 있습니다. 현재 상황을 그렇게 비관적으로 보고 있지 않습니다.
잠시 서로 이견이 있고 다툼이 있지만 정쟁을 중단하고 우리 국민 본래의 뜻과 결의 그리고 애국심을 발휘한다면 마치 아침 새벽의 태양이 어둠을 뚫고 솟아나듯이 다시 밝은 아침을 맞이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국민 여러분, 용기를 잃지 마십시오. 용기를 가지십시오. 우리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힘을 합치면 불가능은 없습니다. 여러분 대단히 감사합니다. 따뜻하게 환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많이 참석해주셔서 이런 감동을 제가 잊지 않고 이런 감동과 대한민국 국민들이 지난 10년 간 보호해주셔서 은총됐던 은혜를 국가 발전, 민족 발전을 위해 바치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