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위한 잔치', 대륙별 티켓 배분 어떻게 이뤄지나

    입력 : 2017.01.11 16:47

    ⓒAFPBBNews = News1
    '16강'이 아닌 '32강'이 목표인 월드컵 시대가 열린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10일(이하 한국시각) 스위스 취리히의 FIFA 본부에서 평의회 회의를 열고 만장일치로 월드컵 본선 출전 국가수를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본선 진출국이 48개국으로 늘면서 토너먼트는 16강이 아닌 32강부터 시작된다. 오랜기간 '16강'을 목표로 뛰어온 한국축구는 이제 '32강'으로, 목표 숫자가 바뀌게 됐다.
    예상은 했지만 파격적인 결과다. 지난해 2월 취임한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본선 진출국 확대 방안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시 인판티노 회장은 '40개국까지 늘리겠다'고 주장했다. 유럽 클럽의 반대로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 했던 인판티노 회장의 공약은 최근 들어 급속도로 분위기를 탔고, 결국 회의 결과 '48개국 월드컵'이 확정됐다. 인판티노 회장의 당초 공약보다 늘어난 숫자다. 첫 월드컵이었던 1930년 우루과이 월드컵(13개팀 참가)부터 현행 방식이 시작된 1998년 프랑스월드컵(32개팀 참가)까지 68년간 단 19개팀이 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무려 18개팀이 한꺼번에 늘어난 이번 결정은 월드컵 역사를 바꿀 획기적인 결과다.
    시선은 역시 가장 큰 혜택을 볼 아시아에 모아지고 있다. 기존 4.5장이었던 아시아는 이번 결정으로 8.5장에서 9장까지 출전수를 늘릴 수 있게 됐다. 평의회에 참석한 다시마 고조 일본축구협회장은 스포츠전문방송 ESPN과 인터뷰에서 "월드컵 본선 진출국이 48개국으로 늘어난 것을 환영한다"며 "월드컵에 참가할 기회가 더 많은 나라에 돌아가게 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늘어난 본선 출전권의 혜택이 골고루 돌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세계 인구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아시아는 인구수를 들어 줄곧 FIFA에 더 많은 티켓을 요구해왔다. 시장 확대를 노리고 있는 FIFA 역시 아시아 시장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었다.
    아프리카 역시 마찬가지다. 56개의 회원국이 있는 아프리카축구연맹(CAF)이 이번 결정에 반색하는 이유 역시 인구별 쿼터를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아프리카는 이번 변화로 기존 5장에서 9장까지 월드컵 티켓을 확보하게 됐다.아마주 핀닉 나이지리아축구협회장은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아프리카 모든 회원국이 이번 결정을 반기고 있다"며 "더 많은 국가가 출전해 더 많은 경기가 치러지면 더 많은 즐거움이 찾아올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FIFA의 진짜 속셈은 따로 있다. 바로 중국이다. 세계 축구시장의 큰 손으로 군림한 중국을 품기 위해서는 출전국 수를 늘리는 것이 현실적이고, 안정적인 방안이다. 그간 아시아의 월드컵 진출티켓은 한국, 일본, 호주, 이란 등이 독점해왔다. 중국은 한국, 일본이 개최국 자격으로 예선에서 제외된 2002년 한-일월드컵을 제외하면 단 한차례도 월드컵에 나서지 못했다. 지난 3차례의 대회에서는 아예 최종예선에도 나서지 못했다. 이번 2018년 러시아월드컵 진출 역시 최종예선 A조 최하위를 달리고 있어 사실상 좌절된 상태다.
    하지만 8.5장에서 9장으로 확대될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당초 인판티노 회장이 주장한 40개국을 넘어 48개국으로 확대된 이유가 중국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40개국에서 아시아 쿼터는 6장에 불과하지만 48개국 체제에서는 8.5~9장이 된다. 외신이 예상하는 아시아 8.5~9장의 근거는 인구수 대비다. 아시아 축구계가 줄곧 주장해 왔던 이야기다. 공교롭게도 현재 중국의 FIFA랭킹은 82위로 아시아에서는 8번째다. FIFA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는 아랍에미리트(UAE)와 카타르도 이번 변화의 수혜국이다. 중국은 이번 결정을 격하게 환영하고 있다. 중국 매체 해방일보는 '역사상 단 한 차례 본선에 나갔던 중국에는 희소식'이라고 전했고, 국가대표 출신 리이는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기쁘다. 소리 한 번 질러도 되겠는가? 아침이 밝았다!"며 환호했다. 물론 신중론도 있다. 중국 축구전문가 리쉬안은 "베이징대나 칭화대가 입학 정원을 늘린다 해도 공부를 못하는 학생과는 전혀 상관없다"고 혹평하기도 했다.
    남미와 북중미도 환영의 뜻을 밝혔다. 남미는 4.5장에서 6.5장으로, 북중미는 3.5장에서 6.5장으로 늘어나게 된다. 남미는 10개 팀 중 절반이 넘게 월드컵에 참가할 수 있게 됐고, 미국-멕시코-코스타리카 천하에 있던 북중미도 이번 확대 결정으로 다양한 국가들이 월드컵 무대를 밟게 됐다. 아르헨티나의 축구영웅 디에고 마라도나는 "월드컵 본선 진출국을 늘리는 것은 모든 나라에 꿈을 주는 것"이라며 "축구에 대한 열정을 새롭게 하는 좋은 아이디어"라고 칭찬했다. 변수는 있다. 인판티노 회장은 2026년 월드컵을 앞두고 남미와 북중미의 지역예선 통합을 제안했다. 그래도 두 대륙에게 주어진 13장의 티켓은 그대로 유지된다.
    반면 유럽은 울상이다. 이미 13개국으로 가장 많은 티켓을 보유한 유럽의 쿼터는 16장으로 늘어난다. 하지만 얻는 것보다 잃을 것이 더 많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경기수 확대로 인한 선수들의 체력 부담이다. 빅클럽을 중심으로 법적대응까지 검토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유럽 축구 클럽들이 주축이 된 유럽클럽협회(ECA)는 성명을 통해 "원칙적으로 월드컵 출전국 확대를 지지하지 않는다. 지금의 32개국 체제를 바꾸려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 스포츠가 아닌 정치적인 이유로 내려진 결정"이라고 불만을 나타냈다. 하비에르 타바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회장은 "월드컵 무대에서 뛰는 선수들의 75%가 유럽리그 소속이다. 이번 결정은 유럽 리그에 경제적인 손실을 줄 수밖에 없다. 공감대도 없이 내려진 결정"이라며 "월드컵 경기 수가 늘어나면 선수들의 혹사 문제 등도 고려해야 한다. 이번 사안을 유럽연합이나 스포츠중재재판소 등에 제소하는 방법도 검토하겠다"고 강력히 성토했다.
    과연 FIFA의 선택은 향후 어떤 변화의 후폭풍을 몰고 올까. 주사위는 던져졌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 Copyrights ⓒ 스포츠조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