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로 북극항로 오래 열려… 러시아 보물 항구 부활

    입력 : 2017.01.12 03:04

    [활기 되찾은 무르만스크港… 김효인 특파원 르포]

    평균기온 -30도→-25도 올라가 북극항로 年 7~8개월 이용 가능
    최근 1년 물류 운송량 48% 증가… 무비자 입국 등 관광객 유치 활발
    북극 크루즈 여행 중심지로 부상, 도심 호텔들 공실률 10% 미만

    김효인 특파원
    김효인 특파원

    지난 4일(현지 시각) 오후 4시 러시아 북서부 무르만스크 항구. 해가 뜨지 않는 극야(極夜) 기간이 다가오면서 항구 주변은 캄캄했고, 섭씨 영하 30도까지 떨어진 길거리에는 인적이 끊겼다. 그러나 항구에 정박한 선박들은 낮처럼 불을 밝히고 있었다. 대형 크레인 수십 대가 석탄 하역을 위해 분주히 움직였고, 화물 열차는 거친 숨을 토해내며 항구로 진입했다. 항구 안전관리인은 "예전에는 겨울이면 항로가 얼어붙어 작업량이 많지 않았지만, 최근 몇 년은 겨울에도 일감이 줄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북극해와 접한 '동토(凍土)의 도시' 무르만스크가 지구온난화 덕분에 활기를 찾고 있다. 기온 상승으로 북극 항로를 이용할 수 있는 기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는 것이 주요인이다. 작년 무르만스크 일대 항구들의 물류 운송량은 전년보다 48% 증가했다. 몰디브·투발루 등이 지구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으로 수몰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는 반면, 북극해의 도시들은 얼음길이 뚫리기를 기대하는 정반대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무르만스크는 북극권 최대 도시로, 구소련 시절 군항(軍港) 역할을 했다. 그러나 냉전이 끝난 이후 전략적 가치가 떨어지면서 쇠락의 길을 걸었다. 여름에는 해가 지지 않는 백야, 겨울에는 밤이 계속되는 극야가 반복되는 악조건을 피해 이주하는 주민이 늘면서 구소련 시절 50만명에 달했던 인구도 최근 30만명까지 줄었다. 러시아 정부는 주민들에게 1년에 두 번씩 '따뜻한 남쪽'으로 갈 수 있는 항공권을 무료로 제공하는 등 여러 대책을 내놓았지만, 주민 이탈을 막지는 못했다.

    이런 무르만스크가 지구온난화 속에 변하고 있다. 4일자 무르만스크 지역 신문에는 '겨울 수영 대회' 개최를 알리는 기사가 실렸다. 수영복 차림으로 살얼음이 언 호수를 헤엄치는 남성의 사진도 게재됐다. 주민 알렉세이씨는 "이전에는 12월부터 호수가 꽁꽁 얼기 때문에 수영은 생각도 못했다"며 "5~6년 전부터 이런 대회가 열리고 있다"고 했다. 덴마크 기상연구소에 따르면 작년 1~3월 무르만스크의 평균 기온은 영하 25도였다. 1950~2002년의 1~3월 평균 기온인 영하 30도보다 5도쯤 상승한 것이다. 북극해 해빙기가 길어지면서 10년 전만 해도 연간 2~3개월에 불과했던 북극 항로 이용 가능 기간이 최근 7~8개월로 늘었다.

    쇄빙선 구경가는 중국 관광객들 - 지난 5일 러시아 무르만스크 항구 인근에 정박한 쇄빙선 레닌호를 보기 위해 중국인 관광객이 이동하고 있다. 레닌호는 1957년 등장한 세계 첫 원자력 추진 쇄빙선으로, 무르만스크와 연결된 북극 항로의 얼음을 제거하는 역할을 했다. 1989년 박물관으로 변신해 관광 명소가 됐다.
    쇄빙선 구경가는 중국 관광객들 - 지난 5일 러시아 무르만스크 항구 인근에 정박한 쇄빙선 레닌호를 보기 위해 중국인 관광객이 이동하고 있다. 레닌호는 1957년 등장한 세계 첫 원자력 추진 쇄빙선으로, 무르만스크와 연결된 북극 항로의 얼음을 제거하는 역할을 했다. 1989년 박물관으로 변신해 관광 명소가 됐다. /김효인 특파원
    무르만스크 항구도 겨울잠에서 깨어나고 있다. 원래 무르만스크 항구는 해류 덕분에 겨울철에도 크게 얼지 않았다. 그러나 북극 항로 자체가 얼어붙기 때문에 상업적 활용 가치가 낮았다. 무르만스크 주의회 경제위원회의 막심 벨로브 의장은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3년 전만 해도 선박이 북극해를 통과하려면 7월 말에 무르만스크 항구를 떠나야 했지만, 지금은 7월 중순에도 가능하다"며 "앞으로 북극 항로가 활성화되면 무르만스크의 지리적 이점이 더욱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가디언은 "선박이 유럽과 아시아를 오갈 때 러시아 서쪽의 무르만스크에서 러시아 동쪽의 캄차카를 잇는 북극 항로를 이용하면 (이집트) 수에즈운하를 통과하는 것보다 이동 거리가 3분의 2로 줄어든다"며 "러시아 입장에선 주요 수출품인 석유와 가스를 아시아로 운송하는 데 유리하다"고 보도했다.

    무르만스크 지도

    관광산업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그동안 핀란드와 노르웨이 북부로 몰리던 겨울 스포츠 및 오로라 관측 관광객을 무르만스크로 끌어오겠다는 것이다. 러시아 관광청은 지난해 3월 "무르만스크를 북극 크루즈 여행의 중심이 되도록 하겠다"며 지원책을 발표했다. 러시아 정부는 크루즈를 타고 무르만스크 항구로 입국하는 외국인에 대해선 3일간 무비자 관광을 허가하고 있다.

    러시아 관영 '로시스카야가제타'에 따르면 무르만스크를 찾는 관광객 수는 2014년 29만여명, 2015년 30만여명, 2016년에는 32만여명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무르만스크 도심의 아지무트 호텔 관계자는 "겨울이지만 공실률은 10% 미만"이라며 "앞으로는 방이 부족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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