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지시사항이라더니… 안종범 돌연 "내 수첩, 증거로 인정 못해"

    입력 : 2017.01.12 03:04

    법정서 수첩 내용 자체도 부인
    최순실도 "검찰이 자백 강요", 검찰 "배후에 대통령 있나"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이 1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서 작심한 듯 검찰 측에 날을 세우며 공방을 벌였다.

    최씨 측 이경재 변호사는 "검찰이 최씨를 압박하며 자백을 강요했다"며 "검찰 조서(調書)를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자 검찰은 "최씨가 자백을 한 적이 없는데, 무슨 자백을 강요했다고 하느냐"고 반박했다.

    안 전 수석 측은 검찰이 압수한 '안종범 업무수첩 17권'이 위법하게 압수됐다며 증거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 수첩에는 안 전 수석이 받아쓴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 사항이 빼곡하게 적혀 있다. 안 전 수석은 검찰 수사 당시 수첩에 적힌 내용에 근거해 '모두 대통령이 지시한 일'이라는 식으로 진술했다. 그런데도 안 전 수석 측 홍용건 변호사는 "수첩 내용 자체도 부인(否認)한다"고 했다. 이에 검찰은 "본인 수첩이 맞는다고 다 인정해놓고 이제 와 태도를 바꾼 것이 안 전 수석의 판단이겠나. 배후에 대통령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무엇이 두려워 이러느냐"고 했다.

    검찰은 이날 공판에서 최씨와 안 전 수석 등이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의혹이 불거진 이후 조직적으로 사건 은폐를 시도한 증거와 정황을 여럿 공개했다.

    검찰이 공개한 신모씨의 진술 조서에 따르면, 신씨는 "2016년 8월 동유럽 쪽에 가 있던 남편(최씨 측근인 김영수 전 포레카 대표)이 연락을 해와 '최순실이 장순호(플레이그라운드 이사)에게 연락해놨으니 더운트 사무실에 가서 남은 PC와 자료들을 싹 다 정리하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신씨는 최씨의 추천으로 KT에 입사했으며, 더운트는 최씨가 작년 서울 강남에 세운 여행·광고 업체이다.

    안 전 수석은 작년 10월 정동춘 K스포츠재단 이사장과 통화해 "(재단 관련) 야당의 문제 제기 때문에 두 재단을 해산하고 통폐합할 예정"이라며 "이런 내용은 대통령에게도 보고했고, 대통령도 최 여사(최순실씨)에게 말해둘 것"이라고 했다. 검찰은 이 같은 통화 내용이 최씨와 안 전 수석이 재단을 둘러싼 의혹을 잠재우기 위해 재단 해산을 주도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밝혔다.

    검찰은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이 '미르 관련 정보를 외부에 유출하지 않겠다고 맹세한다'는 내용을 담아 안 전 수석에게 보낸 각서 사진도 확보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전 총장이 작년 7~8월 지인과 통화하면서 "안종범은 (청와대가 재단) 인사에 개입한 사실을 부인하고, (내가) 국격을 높이기 위한 문화 행사를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고 (재단 사무를) 도와준 것에 불과하다는 입장만 유지해주면…"이라고 말하는 녹음 파일도 재판부에 제출했다.

    검찰 조사를 받은 김모 청와대 행정관은 검사가 '김필승 K스포츠재단 이사가 검찰에 소환되기 하루 전인 작년 10월 22일 만나서 검찰 조사 대응 문건을 건넸느냐'고 묻자 "네. 당시엔 VIP(대통령)를 지키기 위해서 그랬다"고 답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물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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